[박한명 칼럼]2020년, "文정권에서 살아나는 고무신 선거의 망령"
[박한명 칼럼]2020년, "文정권에서 살아나는 고무신 선거의 망령"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4.0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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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야당 의원 테러, 청년단체의 협박, 돈 살포 등 이상하고 수상한 복고 분위기

[글=박한명]지난 3일 오후 직장인들 퇴근 시간 무렵 미래통합당 경기 남양주병 주광덕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던 근처에 갑자기 두 장의 벽돌이 떨어졌다. 버스정류장 지붕이 내려앉고 구조물이 깨지면서 파편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튀었다. 아이를 안은 여성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하는 모습이 한 방송보도를 타면서 당시 상황이 시청자들에 전달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크게 다친 선거운동원이나 행인은 없었다지만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번질만한 사고였다.

현장을 조사한 경찰에 의하면 인근 건물에서 날아온 벽돌로 저절로 떨어진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당시 상황이나 여러 정황 상 야당 후보를 겨냥한 명백한 테러 사건이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김부겸 후보 선거사무실 계란투척 사건을 보도했던 JTBC 뉴스룸은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까지 그보다 더 심각한 주광덕 후보 측이 당한 벽돌 테러사건은 보도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 고민정 후보와 경쟁하는 광진구을 오세훈 후보는 10여일 간 종북단체 혐의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으로부터 노골적인 선거운동방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오 후보가 가는 곳마다 이들은 2인 1조로 따라 붙어 피켓 시위를 벌이거나 아예 오 후보를 둘러싸고 위협했다. 견디다 못한 오 후보가 “경찰 아저씨들, 조치해주세요. 이대로 계시는건 직무유기 아닙니까. 여당이라면 이렇게 하겠습니까”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듣는 둥 마는 둥 대진연의 불법적인 선거운동방해 행위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관위까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경찰에 통보했지만 경찰은 방치했다. 범죄행위를 보고도 구경만 한다면 사실상 미필적고의나 마찬가지다. 이런 경찰이 야당으로부터 대진연과 한패라고 비난받는다고 할 말이 있을까. 

좀비의 부활, 시대착오 선거행태의 부활

이번 총선에서 야당 쪽의 항의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사례는 황교안 대표(서울 종로구 후보),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구을 후보),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후보), 김용남 전 의원(경기 수원시병 후보)을 비롯해서 한 두 곳이 아니라고 한다.

이번 선거는 소위 민주화 이후 최악의 관건선거라는 오명을 들을 만큼 저질이다.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소득 하위 국민 70%에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가구)을 주겠다’고 대놓고 발표한다. 우한 코로나 사태 핑계를 댔지만 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산소호흡기 같은 대출 문제 하나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부가 국민 백명 중 일곱명에게 100만원 공짜돈을 주겠다는 얘기가 순수하게 들릴 리가 있나.

그것도 정부가 자체 편성할 수도 있는 것을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여당 찍어 다수당을 만들어주면 그때 가서 돈을 주겠다는 얄팍한 셈법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은 아예 ‘전국민 60만원 기본소득 도입’ 공약을 내놨다가 비판 여론이 커지자 철회했다.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지자체들도 앞장서서 ‘긴급’이란 타이틀을 달고 돈풀기에 앞장서고 있다.

경기도, 서울시 등 여권 소속 지자체장들이 주도하는 중이다. 총선 앞두고 여권이 앞장서 벌이는 돈 살포 선거, 친문성향의 극우단체와 관들의 교묘한 야당 탄압 풍경은 수십년 전, 이 정권세력이 그토록 비난하던 1960년대 자유당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선거 때마다 고무신 돌리기가 횡행하고 대통령 선거 때는 현금 대신 밀가루로 유권자를 매수했던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경찰이 여당 후보의 득표를 위해 선거에 개입한다거나 야당 후보에 대한 테러와 억압도 빈번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공권력과 외곽 청년단체가 동원됐던 그 시절과 친여 성향의 극우단체가 행동대를 자처하며 야당 의원을 겨냥해 불법선거운동을 벌이고 그걸 방치하는 경찰,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테러가 벌어지는 지금의 풍경은 너무나 닮은꼴이다. 

과거 금품선거, 관권선거를 비난하던 이들이 2020판 금품선거, 관권선거를 다시 유행시키는 꼴 아닌가.

옛날에는 신발의 대명사 고무신이나 밀가루를 받아들면 기꺼이 내 한 표를 찍어주는 어찌 보면 참 순진한 국민이었다. 그러나 대중은 현대에 올수록 현명해지거나 영악해졌다. 돈이나 선물과 같은 향응을 설령 제공받더라도 그것과 한 표를 행사하는 것과는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이란 예외적인 사태 속에서 벌어지는 이상 불법선거조짐이 있지만 국민의 수준은 과거와 같지 않다.

시대착오적인 좀비들이 부활해 곳곳에서 과거 구태를 재현하고 있지만 지켜보는 국민은 현실에 산다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권은 지금 벌어지는 이상하고도 수상한 복고 분위기에 편승하려 한다면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불법선거운동이나 야당 테러 사건에 정권과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결과도 과거를 재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먼 훗날 역사책에 2020년 총선이 문재인 정권 오점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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