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TV조선과 채널A 재승인 보류...어른거리는 베네수엘라의 그림
[박한명 칼럼]TV조선과 채널A 재승인 보류...어른거리는 베네수엘라의 그림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3.3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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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은 끝내 차베스를 따라갈 것인가

[글=박한명]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가 이번에 TV조선과 채널A 재승인을 총선 뒤로 미루는 등 이 정권의 언론장악 행태를 계속 지켜보면서 베네수엘라 독재정권의 언론장악 행태와 닮은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고 차베스는 2002년 보수야당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화살을 언론에 돌렸다.

언론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리멸렬한 야당이 감히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판단이었다. 차베스 정권은 2004년 ‘라디오와 TV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법률(RESORTE)’이란 미디어 규정을 통과시키고 언론장악 틀을 마련했다. 이 규정은 TV와 라디오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Ley Resorte)한 것으로 증오, 편견, 인종차별, 범죄행위를 조장하거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내용, 선출된 권력을 불신임하거나 법을 어기는 내용의 방송이 송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사회적 책임’이란 그럴듯한 수사를 썼지만 광범위하고 모호한 표현을 동원하여 규제의 칼을 들이대 정부 비판을 틀어막는 것이었다. 

차베스 정권은 이런 법안을 마련하는 것에서 한발 더 들어가 노골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2007년 베네수엘라 정보통신위원회(CONATEL)는 보수야당의 쿠데타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최고 권위의 방송사 RCTV(라디오카라카스TV) 방송면허기간 갱신을 불허하고 폐쇄조치한다. 공식 사유는 2002년 쿠데타 당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조치를 시작으로 2009년 ‘기술적 및 행정적 이유’를 들어 수십 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폐쇄하는 등 라디오, TV방송사, 신문사 등에 대한 언론 통제를 확대, 강화해나갔다. 자유로운 비판을 봉쇄하고 오직 정권의 스피커로만 작동하도록 만든 이런 조치들이 한때 남미의 부국 파라다이스로 불렸던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몰락을 앞당겼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차베스가 키워 세운 마두로 정권은 야권과 보수언론이 폭력과 증오를 부추긴다고 덮어씌우며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반증오 법안’으로 언론탄압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비판 언론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

방통위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을 핑계로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종편사 두 곳에 재승인을 보류한 행태는 우리에 앞서 십여 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언론탄압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방송허가를 취소하여 탄압하는 본보기로 언론을 길들이는 행태가 너무나 닮았다.

방통위는 특히 TV조선의 경우 “중점심사사항과 관련해 심사위원회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한 해소계획과 추가 개선계획을 청문 절차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한다. TV조선이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점수가 배점의 50%를 미달했으니 청문회를 열어 개선다짐을 받겠다는 것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이 뜻이 뭘 의미하는지는 다 안다. 친정부 인사들로 만든 심사위원회에서 말하는 공정성이 무슨 뜻이겠나. 총선 전에 얼마나 열심히 충성 보도하는지에 따라 재승인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 아니겠나. 

혹자는 아무리 그래도 TV조선이 조금 몸 사리면 재승인허가야 내주지 않겠냐고 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정권과 홍위병 세력이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벌일 수도 있다. 여권 세력이 오랫동안 희망하던 게 소위 ‘진보종편’ 아니었나.

얼마 전 정권을 불편하게 했던 경기방송이 지상파 방송사로 최초로 자진폐업을 하는 초유의 사건도 벌어졌다. 불편한 종편사 하나 문 닫게 하고 자기들이 꿈꾸던 종편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길을 착실히 따라가는 이 정권을 볼 때 이 상황에서 차베스와 마두로가 했던 탄압 정도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TV조선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과에 따라 가늠이 될 수밖에 없다. 총선 결과에 따라 이 정권은 국민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도 거침없이 밀어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의 언론탄압도 결국 국민과 언론사 스스로 나서 방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막연히 누가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재승인 보류가 된 방송사는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권력 견제에 더 힘쓰고 국민은 그러한 용기 있는 언론사를 지켜줘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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