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人터뷰] 心琴(심금)을 울리는 성악가 테너 김형찬(8)
[예술人터뷰] 心琴(심금)을 울리는 성악가 테너 김형찬(8)
  • 이준규
    이준규
  • 승인 2020.03.0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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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형찬의 ‘마술피리’ 이야기

음악이 가진 힘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때론 경쾌한 리듬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마치 ‘마법의 피리’로 마을의 쥐를 모두 물 속에 빠지게 했다는 동화처럼 음악이 가진 힘은 놀랍고도 묘한 진리를 품고 있다.

평범한 청년이 심금을 울리는 테너로 성장하는 과정처럼 누군가의 삶 속에서도 음악은 끊임없는 변주를 하고 있다. 테너 김형찬 교수가 운명처럼 음악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마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이유라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 독자들에게 소개할 오페라는 바로 ‘마술피리’ 이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의 유명한 오페라이지만, 그가 이전에 만든 작품에 비해 다소 가벼운 느낌의 곡들이 주를 이룬다. 기존의 오페라가 고급스러운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그의 마지막 작품인 마술피리는 보다 대중적이고 다양한 음악적 장르가 포함되어 있는 뮤지컬의 느낌과 비슷한 작품이다.

당시 초연을 했던 극장 역시 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고 경제적 위기를 맞은 모차르트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할 오페라를 만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항상 무겁고 진중한 주제와 음악만을 했던 그였지만 생의 마지막 작품으로는 대중적이고 가벼운 곡으로 마무리를 지었던 것이다. 마치 그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란 걸 예견이라도 한 듯, 하고 싶은 것을 모두 쏟아낸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에 대해 테너 김형찬 교수는 “마술피리에는 소박한 가곡부터 진지한 종교음악까지 모든 음악적 장르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라며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통해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모두 쏟아내고 간 듯한 마술피리는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술피리의 내용은 밤의 여왕의 부탁으로 왕자가 여왕의 딸인 공주를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남녀의 사랑을 다루기도 하며, 그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동화처럼 묘사되어 있고 실제 모티브 역시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를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래서 마법사가 나오는 부분이나 떡갈나무를 베어 주술적인 악기를 만드는 등의 분위기가 묘하게 신화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마술피리에서 유명한 아리아는 ‘밤의 여왕’이 부른 곡 중 1막의 ‘오 사랑하는 아들아, 두려워 마라!”와 2막의 ‘지옥의 복수심은 내 가슴속에 끓어오르고’라는 곡이 있다. 2곡 모두 밤의 여왕의 아리아인데 이 작품에서 밤의 여왕이 차지하는 카리스마는 압도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특히 2막의 아리아는 굉장히 부르기 어렵고 인간이 낼 수 있는 음역대의 가장 높은 음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곡에 속한다.

또한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강렬한 연주와 뒤섞여 복수심으로 변주되는 곡이어서, 이곡으로 모든 관객들이 압도될 정도이기 때문에, 감정 표현도 상당히 어려운 곡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결말이 예상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 역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좋아할 스토리의 전개와 함께 난이도 높은 곡부터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민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는 것 또한 꾸준한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테너 김형찬 교수는 “마술피리는 음악이 인간을 조화로운 세계로 이끈다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마지막 유작이 된 마술피리를 통해 모차르트가 그토록 표현하고 싶었던 음악적 세계는 어렵고 고매한 예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의 세계였을지도 모른다”라고 피력했다.

지금 우리나라도 큰 시련을 맞이하며 전국민들이 경제적으로도, 실제 삶에서도 힘든 순간들의 고비를 이겨내고 있다. 수많은 시련 속에서 결국 밤의 여왕의 세계를 무너뜨린 ‘마술피리’의 이야기처럼 이 모든 절망감을 음악과 함께 이겨낸다면 이 시련의 시간들이 조금은 무뎌진 칼날로 다가올 것이다. 수백년의 시간이 흐른 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이 된 마술피리가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어려운 철학이 아니라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인간의 힘과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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