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박근혜를 두 번 죽인 중앙일보
[박한명 칼럼]박근혜를 두 번 죽인 중앙일보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2.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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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범 <‘대신 쓰는’ 박근혜 옥중서신>이란 ‘가짜편지’ 대국민 사과해야

[글=박한명]중앙일보 이훈범 기자의 <박근혜 옥중서신>을 읽고선 “어쩌면 태블릿 PC 따위는 필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고 한 손석희가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옥중에 있는 대통령 박근혜를 두 번 죽이려 나서는데 먼저처럼 태블릿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가짜편지 한 장이면 충분하다고 봤을 것이다.

비유하면 첫 살인은 손석희, 두 번째 살인은 이훈범이다. 물론 기술자들에게 살인을 사주한 진범은 장막 뒤에 있다. 대통령 탄핵사태를 촉발해 스모킹건으로 불린 태블릿은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JTBC가 태블릿 속 박근혜의 진실이라고 알린 숱한 내용들은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라는 사실보도 6하 원칙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설이었다.

예컨대 보도가 이어지면서 증거물의 명칭(처음엔 데스크탑을 보여주더니 나중에야 태블릿 PC로 굳어졌다), 습득 장소, 날짜 등이 수시로 바뀌었다. 보통 이런 뉴스(?)는 뉴스가 아니라 문학장르의 소설에 속한다. 

태블릿 소설 속 대통령 박근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사이비 교주에 조종당하고 마약과 섹스, 사치에 취한데다 청와대에서 무당 굿판을 벌리는 흡사 광기의 마녀에 가까웠다. 지금은 ‘마녀 박근혜’가 누군가 혹은 어떤 세력의 머릿속에서 나온 창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때 많은 국민은 내 손으로 그런 마녀를 대통령으로 뽑았나 싶어 몸서리쳤다.

3년이 지난 지금 중앙일보와 이훈범의 <박근혜 옥중서신>은 마녀사냥을 위해 태블릿을 꺼내들었던 그때의 모습과 닮았다.

박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중앙일보가 몇 시간 뒤 ‘대신 쓰는’ 수식어를 붙이기 전까지 박 대통령의 진짜 옥중 서신으로 이해됐다. 특히 말미에는 “2020년 2월 22일 박근혜”라며 글쓴이까지 분명히 했다. 그리고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과 같은 표현이나 “저와 함께 무대에서 내려옵시다. 제 이름을 다시 부르는 것은 여러분에게도 제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략) 끝까지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와 같은 박 대통령의 어법과 어휘라고 보기엔 어색한 문장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를 죽이고 또 죽이려는 중앙일보

옥중서신 끝에 붙인 추신 “저를 석방하려는 노력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이곳에서 곧 새로 들어올 사람들을 맞겠습니다.”까지 읽으면 글을 비집고 나오는 그 저열함과 천박한 냄새 때문에 박근혜의 글이 아니라는 걸 웬만한 사람들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가짜 옥중서신이 명색이 대기자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있는 이훈범이 스스로 원해 쓴 글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원한 글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칼럼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이 싸구려 소설이 버젓이 <박근혜 옥중서신>이란 제목을 달 수 없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사 데스크라면 이런 글을 쓸 수 없고 이렇게 대놓고 사기를 치는 제목을 달수도 없다.

만일 필자가 <홍석현 부자가 자주 찾는 점집 무당의 충격 고백>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치자.  몇 시간 뒤에 <‘대신 쓰는’ 홍석현 부자가 자주 찾는 점집 무당의 충격 고백>이라고 쓴다면 중앙일보 사주 홍석현, 홍정도 부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이 필자 글을 상식적인 글이라고 생각하겠나.

중앙일보는 이훈범의 가짜 옥중서신 건에 독자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정정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대신 쓰는’ 이라는 표현을 슬쩍 집어넣었다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신문지면으로는 이미 인쇄돼 나가 돌이킬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진의도 모르면서 마치 박근혜의 생각인 것처럼 보수통합 등 시국에 대해 ‘가짜로’ 떠들어댄 것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

이 글이 현 시국에서 어떤 목적을 가진 것인지, 혹시 보수통합 분위기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받들겠다는 친박신당에 미리 초를 치고 김을 빼놓겠다는 의도인지 뭔지, 독자들이 갖는 궁금증에도 답변이 필요하다. 강조하면 중앙일보는 감옥에 있는 전 대통령 이름을 도용하듯 악용해 가짜 서신으로 혼란을 일으킨데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문의 태블릿으로 한번, 가짜 서신으로 박근혜를 두 번 죽인 꼴이 바로 중앙일보의 지금 모습이다. 언론이 한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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