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종로 기피’란 낙인, 황교안의 치명적 실패
[박한명 칼럼]‘종로 기피’란 낙인, 황교안의 치명적 실패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20.02.0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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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의원의 과감한 도전과 대비

[글=박한명]지난 달 초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이후 꾸준히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종로 지역구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하 존칭 생략)가 끝내 고개를 젓는 모양이다. 매일 같이 들러붙어 질문하는 기자들에 신경이 쓰였는지 “저의 총선 행보는 저의 판단, 저의 스케줄로 해야 한다”며 “‘이리 와라’ 그러면 이리 가고, ‘인재 발표해라’ 그러면 발표하고, 이렇게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얘기도 했다. “제가 어디에 출마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 우리 당 전체의 전략 차원에서 판단할 문제다.” 기왕 본인 스스로 얘기를 꺼냈으니 지적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한국당의 총선 전략은 다른 누구도 아닌 황교안 본인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차질을 빚고 있다. 당에 도움이 되는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앞세우고선 한 달 이상 이상하게 모호한 태도만 고집하면서 당 대표 출마 변수라는 위험 요소만 심어놓은 꼴이다. 

황교안이 종로 출마를 꺼리는 이유는 민주당 이낙연 후보에 두 배 이상 뒤지는 여론조사 때문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파다하다. 종로에 나갔다가 떨어질까 겁이나 피한다는 것이다. 측근들을 통해 종로를 포함해 서울 여러 곳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탐문했는데,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용산, 양천갑, 마포갑, 구로을, 영등포을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는데 아마도 종로가 개중 차이가 가장 컸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집요하게 거부할 리가 있나 싶다. 종로를 거부하면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용산에 출마한다느니 아니면 아예 출마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느니, 비례 출마로 돌린다느니 무수한 루머만 쏟아지는 형국이다.

정치 1번지 상징성이 있는 종로에 여야 대표 정치인 출마와 대결구도가 자연스럽게 조성이 됐는데 이런 루머에 시달리는 야당 대표가 끝끝내 대결을 피하니 우선 기세 싸움에서 크게 지고 들어가는 꼴이다. 

그리고 종로 험지론도 아주 잘못됐다.

종로가 진짜로 한국당에 험지인가? 황교안으로 인해 이상한 논리가 유행하는 바람에 혼란스러워 그렇지 따지고 보면 종로구는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3선을 했고 민정당, 민자당 소속으로 이종찬 의원이 2선을 했다. 1988년 이후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노무현과 정세균 두 차례 뿐이다.

그 중 이명박과 노무현은 종로에 도전해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그 기세로 훗날 대통령까지 됐다. 이들이 종로에 출마한 이유가 단지 여론 지지가 높아서였나. 더 높은 곳을 향해 반드시 거쳐야 할 도전의 땅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황교안의 종로 기피는 대권은커녕 총선에서 살아남기 급급한 지렁이급의 왜소한 정치인으로 각인시키고 말았다. 이런 태도는 지지자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반대파들의 용기는 키우는 최악의 한수라는 얘기다. 

황교안, 종로를 피해선 존재 의미가 없다

한심한 것은 여기에 정치 은퇴한 홍정욱 전 의원, 초선 전희경,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까지 ‘대타’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야당 대표가 기피한 지역으로 낙인이 찍힌 곳인데 종로구민들이 기분이 좋을 리가 있나. 꿩 대신 닭이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야당 거물이 자기 대신 내보낸 정치 초년생들을 달가워할까. 지역 주민들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황교안 대신 대타를 내보낸다는 생각도 아주 잘못된 판단이다.

한국당이 서울 한 복판 종로 선거를 이런 식으로 수세적으로 치른다면 서울 경기 선거는 보나마나다. 그렇다면 황교안이 종로를 피해 다른 지역에 출마할 경우 그나마 승산은 좋은가. 그것도 아니다. 이 논란과 비판을 한 달 이상 자초해놓고 다른 곳에서 출마해 당선을 기대한다? 종로를 기피한 ‘쫄보’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황교안이 자초한 그런 필패의 이미지, 마이너스의 손 때문에 당선가능성이 있는 지역조차 험지로 만들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황교안의 틈새를 치고나온 게 바로 이정현 의원이다.

지금은 무소속이지만 이 의원은 한때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에서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호남의 자기 지역구를 떠나 첫 도전장을 내민 곳이 바로 종로다.

문재인 독재정권의 상징 이낙연과 현 정권의 적폐청산 정치보복에 몰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박근혜 정권의 상징 이정현의 대결, 여야 진영을 달리한 두 호남 중견 정치인의 정면대결이라는 선명한 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정현의 정치적 감각을 다시 보게 만들 정도로 과감한 도전이다.

만일 이정현이 총선에서 종로 출마가 현실화되고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지리멸렬한 보수 야권에서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설 수도 있다. 종로 국민들은 과연 누굴 택할까. 상식적으로 본다면 이런 선명한 대결은 황교안이 먼저 선점했었어야 했다. 

대안신당의 박지원 의원은 황교안이 그래도 결국은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자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 설령 떠밀려 출마해도 승리한다면 여전히 유력한 대권주자겠지만 종로를 기피했던 치명상이 남을 것이고 패배하면 그야말로 끝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봐선 황교안에겐 그럴 용기가 없어 보인다.

황교안의 이상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전략적 모호성’ 때문에 한국당은 전체 스케줄이 꼬이고 말았다.

공천 작업이 많이 지체되고 있다. 파열음이 곳곳에서 나는 보수통합 작업에다 황교안의 속을 알 수 없는 안개 속 행보가 총선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본인 문제로 당 전체에 전략적인 해를 끼치면서 당 승리를 위해 판단하겠다는 원칙론이 먹힐 리가 없다. 타이밍이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황교안은 종로 출마를 확정짓는 게 그나마 정치적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

적어도 대권을 바라본다면 그렇다. 종로를 기피한다면 배지를 단다고 해도 황교안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권주자 황교안이 아닌 초선 황교안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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