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人터뷰] 心琴(심금)을 울리는 성악가 테너 김형찬 (4)
[예술人터뷰] 心琴(심금)을 울리는 성악가 테너 김형찬 (4)
  • 이준규
    이준규
  • 승인 2020.01.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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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형찬의 '코지 판 투테'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사랑을 해 보았지만 사랑에 대한 추억은 모두 다른 맛을 갖고 있다. 어떤 이에게 사랑은 씁쓸한 추억을 남기기도 했고, 어떤 이에게 사랑은 달콤함을 남기기도 하며, 어떤 이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천재 음악가로 불리는 모차르트의 생에서 마지막 오페라로 기록된 ‘코지 판 투테’도 사랑에 대한 어떤 담론에 대한 것이다. 혹자들은 오늘날의 ‘로멘틱 코메디’라고 하기도 하며 그 시대의 사람들은 ‘부도덕한 이야기’라고 부르기도 했던 ‘코지 판 투테’는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하는 연인을 시험하며 내리고자 했던 결론은 사랑과 진실의 경계에 서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성악가 김형찬 교수는 “코지 판 투테의 뜻은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으로 두 남성이 사랑하는 약혼녀들의 정절을 테스트하기 위해 벌이는 에피소드와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유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곡”이라며 “다소 가벼울 수 있는 주제에 모차르트의 선율이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는지가 이 작품의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굴레이모와 페란도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 피오르딜리지, 도라벨라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두 남성은 자신들의 약혼녀의 사랑을 굳게 믿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정말 우리를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물음 앞에 내기를 걸며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여 서로의 약혼녀들을 유혹하여 사랑을 시험해 보는 스토리이다.

이 내기의 시작은 철학자 ‘돈 알폰소’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알폰소는 두 남성에게 “여러분의 여인들이 24시간 안에 다른 남자의 유혹에 굴복할 수 있다”며 “여인들의 정절이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조와 같다고 그녀들은 말하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라고 하자 두 남성은 분노하며 말도 안 되는 내기를 승낙하고 만다.

알폰소의 말에 발끈한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알바니아의 귀족으로 변장한 다음 서로 상대를 바꾸어서 각각 친구의 연인을 유혹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 두 여성들은 안간힘으로 저항하며 유혹을 하는 남성들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사랑과 정조를 지키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유혹에 빠져 들게 되는데, 그 모습을 오늘날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유쾌하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김형찬 교수 역시 이 오페라에서 주연인 페란도 역할을 맡아서 공연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가는 오페라이다. 극의 서막을 장식하는 곡은 군인으로 등장하는 굴리엘모와 페란도 두 남성이 자신들의 연인의 지조를 굳건히 믿는 내용으로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연인에 대한 믿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앞으로의 앞날을 보여주듯, 그들을 조롱하는 알폰소의 모습과 어우러져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지 판 투테’에서 유명한 곡은 서정적인 선율로 사랑을 고백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un'aura amorosa”이라는 곡이다. “우리 연인의 사랑스러운 숨결은”이라는 뜻의 이 곡은 “내 사랑에게서 불어오는 사랑의 미풍 나의 마음을 달콤하게 만드네”라는 시적인 가사와 함께 부드러운 선율이 함께 더해져서 더 없이 달콤한 음악을 자아낸다.

이 곡은 페란도가 빨리 이 내기를 끝내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며 그리움의 마음을 가득 담아 부르는, 매우 서정적인 아리아이다. 이 곡을 부르며 사랑하는 연인을 시험에 들게 해야 하는 안타까움과 한편으로는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지를 알고 싶은 남자의 이중성을 표현해야 했던 김형찬 교수는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내용의 오페라가 모차르트에 의해 격조 있는 곡으로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아리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두 여인은 남성들의 절묘한 연기에 의해 넘어가고 말지만, 결말에서 원래의 약혼자가 돌아오자 본래의 연인들과 결혼하는 이야기로 끝이 난다. 다소 황당한 전개의 내용이지만 이 오페라는 당대에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쓰여진 곡이며, 많은 성악가들이 아름다운 레가토를 구사할 수 있도록 악곡의 유연함을 최대한 살린 곡이었다.

하지만 내용 자체가 원래의 파트너로 돌아간다는 결말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고 해서 현대에는 오픈 엔딩 식으로 각기 다른 결말을 맺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목이나 내용 자체만을 본다면 여성을 조롱하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극을 자세히 보면 결국은 남녀를 떠나서 인간 모두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여인이 내기에 넘어가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은 연출한 남성들 역시 표면적으로는 자신들의 사랑을 자신 있어 했지만 내면에선 내기를 통해 그것을 시험해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어느 한 쪽의 잘못이 아닌 인간의 관계 자체를 다시 되짚어 보고 싶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세월이 흐른 후에도 ‘코지 판 투테’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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