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人터뷰] 心琴(심금)을 울리는 성악가 테너 김형찬 (3)
[예술人터뷰] 心琴(심금)을 울리는 성악가 테너 김형찬 (3)
  • 이준규
    이준규
  • 승인 2020.01.06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테너 김형찬의 <라 보엠> 이야기 

어느 시대에나 청춘은 아프고 격렬한 변화를 겪으면서도 자유를 갈망하며 조금씩 성장을 한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아픔이 존재하지만 유독 청춘에 겪어야 하는 아픔은 고통이 아닌, 살아가면서 꼭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성장통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시간을 감내해야 오는 찬란한 순간들이 나, 혹은 당신에게 한 번쯤은 있었으리라. 

성악가 테너 김형찬

오늘 성악가 김형찬 교수가 소개할 작품도 이러한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다만 요즘의 청춘과는 조금 다른 프랑스의 어느 캄캄한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보헤미안들이 겪었던 슬프도록 아름다운 청춘에 대한 이야기. 푸치니의 ‘라 보엠’이다.

라 보엠은 ‘보헤미안’의 프랑스어로 발음한 것이며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지(Henry Murger)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를 만들 당시 푸치니는 이탈리아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했으나,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보헤미안처럼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을 살았다. 마치 관객들이 라 보엠 자체가 ‘푸치니’ 자체인 것처럼 지극히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이 곡을 추천한 김형찬 교수 역시 “오래 전 ‘라 보엠’에서 주인공인 로돌포 역을 맡으며 방황하는 젊은 예술가의 삶을 그려낸 적이 있다”며 “현실의 세계라고 하기엔 너무 참담한 현실이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는 청춘들의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함께 고통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음악을 위해 유학을 가서 겪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내 청춘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곡이라 나에겐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로돌포’는 오페라를 이끄는 핵심 인물은 가난한 시인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이며, 마지막에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 앞에 슬퍼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비극적인 청춘의 상징과도 같다. 

그는 가난한 시인이며 그가 사랑했던 ‘미미’는 어느 날 촛불을 빌리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았다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으며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 때 등장하는 곡이 바로 유명한 ‘그대의 찬 손’이라는 노래이며 푸치니 스타일의 서정성과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이렇게 격정적으로 시작된 청춘의 사랑은 그리 얼마 가지 못 한다. 결국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힌 두 연인은 지독히도 가난한 자신들의 현실에 슬퍼하며 이별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로돌포는 미미의 폐결핵이 악화되자, 가난이 결국 미미를 죽이고 말 것이라며 헤어지기를 결심하고 이를 듣게 된 미미 역시 이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로돌포의 말처럼 미미는 점점 병세가 악화되었고 죽음이 임박할 무렵, 친구들이 그녀를 부축하여 로돌포의 다락방을 찾는다. 친구들은 각각 병원비를 마련하고 의사를 데리고 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처음 만남처럼 로돌포의 방에 둘만 남게 된다. 

그리고 처연하게 들려오는 1막의 멜로디와 함께 미미는 죽음을 맞이하고, 로돌포의 극한 슬픔과 함께 오페라는 끝이 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은 로돌포에 감정이 이입되어 극한 슬픔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가장 사랑했던 순간에 나왔던 멜로디가 영원한 이별을 암시하듯 처연하게 슬프게 흘렀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찬 교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 슬픈 청춘이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품에 안고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가난보다 더 잔인한 고통일 것”이라며 “그 슬픔을 그려낸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힘든 일이었지만 이 작품을 끝냈을 때는 나도 로돌포처럼 음악 인생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통증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오늘 날에도 많은 청춘들이 방황하기도 하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좌절하며 한 뼘씩, 더디게 성장하고 있을 것”이라며 “저 역시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예술을 하는 학생들의 고뇌를 지켜봐 왔기에 그들에게 그 고통을 이겨내는 길목에서 ‘라 보엠’을 한 번씩 보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의 삶에는 늘 고통과 역경이 뒤따른다. 어떤 이의 삶에도 시련이 없는 삶은 없으며 청춘은 그것을 이겨낼 힘이 있기에 또 그 만큼의 시련이 따르는 것이리라. 지극히 사실적이어서 더 마음 깊은 곳까지 후벼 판 슬픔처럼 1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직까지도 감동의 여운이 남는 것 역시, 시대를 관통하는 처연한 삶의 메시지가 아직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