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항공사 마일리지 4천9백억 원 어치 사라져...소비자 불만 폭증"
새해 첫 날 "항공사 마일리지 4천9백억 원 어치 사라져...소비자 불만 폭증"
  • 김진숙 기자
    김진숙 기자
  • 승인 2020.01.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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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기자]비행기를 탈 때마다 쏠쏠하게 쌓이는 포인트 항공사 마일리인데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4천9백억 원 어치가 새해 첫 날 사라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마일리지 유효 기간이 10년, 이 기간을 넘긴 마일리지가 대거 소멸된 것이다.

예전에는 유효 기간이 없었는데 지난 2008년 항공사들이 약관을 바꿔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해놨다.

중간에 약관이 바뀐거라 2008년 이전에 쌓인 마일리지는 계속 남아 있다.

이후 적립된 마일리지에 한해 10년이 지나면 순차적으로 없어진다.

마일리지 자동 소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이다.

어제 1월 1일자로 사라진 마일리지 4천9백억 원의 가치는, 항공권으로 환산하면 승객 35만 명이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왕복할 수 있는 비행기 티켓 가격에 해당한다.

이미 예고된 것이니 진작에 부지런히 쓰지 그랬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 마일리지 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

항공 마일리지의 가장 대표적인 보상이라면 비행기 티켓 구입인데,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항공권을 찾아봤지만 현금을 주고 사면 좌석이 있지만, 같은 날짜 같은 조건으로 마일리지를 이용해 구매하려 하면 빈 좌석이 없다.

통상 마일리지를 쓸 때는 항공권 구입이나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생각하게 되는데 약관에 보면 '여유 좌석에 한해서 가능하다'고 돼 있다.

항공사 만이 알고있는 이 여유 좌석은 통상 전체 좌석의 5에서 10% 수준이라고 하는데 실제 얼마만큼 운영되는지는 영업 비밀이라고 공개를 안 한다.

승객들은 이에 대해 애초에 쓸 수 없게 한 건지, 진짜 좌석이 꽉 찬건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고 화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나의 경우 올 여름 성수기에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유럽과 미국 항공권이 대부분 매진됐다.

또 하나, 마일리지가 있는 고객 중 열에 아홉은 만 마일 이하, 평균으로 치면 3천 마일을 갖고 있다.

비행기 표로 바꾸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물론 마일리지 항공사 기념품을 사거나 공항버스를 탈 때, 최근엔 이마트 이용이나 영화관 관람 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는데 통상 항공사 1마일리지는 약 20원이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치킨 한마리 상품권을 구입하면 2400마일리지를 공제한다.

현금으로 따지면 4만 8000원인데 누가 치킨 한 마리를 5만원 가까이 주며 사 먹겠냐는 것이다.

이런 갖가지 불만에 기름을 부은 건, 최근 나온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이다.

대한항공 새 마일리지 제도의 핵심은 '복합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지금까지 항공권을 살 땐 현금, 카드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마일리지만으로 100% 결제해야 했다.

즉 마일리지가 조금만 모자라면 아예 못 쓰는 구조였던 것.

하지만 올해 11월부터는 항공권 값의 20%까지는 마일리지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추가된다.

기존 항공권 결제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불리하단 공정거래위원회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개편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불리해진 항목들이 눈에 띈다.

우선 일반석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률이 70%에서 25%로 크게 떨어진다.

대한항공 측은 대신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의 마일리지 적립이 늘어난단 입장인데, 대부분 승객이 일반석을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를 위해 제도를 바꾼 건지 이해가 안 산다.

마일리지 가치도 대폭 하락했다.

예를 들어 비성수기 기준으로 인천에서 미국 뉴욕을 갈 경우 지금은 6만2,500 마일리지면 비즈니스석을 구매할 수 있는데, 개편 이후엔 9만 마일리지가 필요하게 된다.

일반석을 사서 비즈니스석으로 바꿀 때도 뉴욕행 비행기의 경우 4만 마일리지면 됐는데, 앞으론 6만2,500 마일리지가 필요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를 쌓는 것도 쓰는 것도 힘들어졌다며 ‘눈 가리고 아웅’식 대책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 측에 개편안 재검토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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