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윤석열과 진중권, ‘진보의 진화’
[박한명 칼럼]윤석열과 진중권, ‘진보의 진화’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19.12.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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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진화가 필요한 때

[글=박한명]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친문 권력 중심부를 향해 연일 쓴 소리를 날리고 있다. 공지영 등 친문 지식인들이 활개를 칠 때 침묵을 지키다 뒤늦은 비판이지만 날은 시퍼렇게 살아있다.

문재인 대통령 주변을 둘러 싼 실세들을 향한 “친문 패거리가 물 만난 고기처럼 해 드신 것”이라는 일갈이나 “‘조국 반대, 검찰 개혁 막으려는 것’ 여권 주장은 프레임 짜기”라며 친문의 잔 꼼수를 제대로 짚은 것만 봐도 그렇다. 그는 진보의 아이콘인양 포장된 조국 전 장관이 실은 장기판 위의 말에 불과하다는 사실, 저 거대한 장막 뒤에서 장기판을 움직이는 숨은 실세와 거물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소위 보수정부 적폐청산에 이어 좌파정부 적폐까지 손을 대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송곳니를 드러낸 여권을 겨냥해서는 “지금 윤 총장은 정권이라는 신체에 기생하는 그 암세포를 제거하는 중”이라며 “이것이 ‘토착왜구와 결탁한 검찰 적폐’라는 것은 암세포의 입장”이라고 꼬집었다. 

시쳇말로 뼈를 때리는 능수능란한 비판 능력이야말로 진중권의 대중 호소력과 상품성을 반증한다고 할 것이다. 비슷한 캐릭터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망상에 가까운 음모론으로 추태를 부린 것과 달리 진보에겐 아직 진중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든 아니면 양심의 발로이든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찌됐든 일반 국민에게 있어서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임을 자랑하는 진중권의 저격은 자기진영의 적폐까지 응시하는 진보의 건강함을 증명하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시녀, 권력의 충견 소리를 듣던 검찰을 정의수호의 마지막 기관으로 만든 건 누가 뭐래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이다. 정권 수호자 대깨문 세력이 아무리 적폐검찰 프레임을 열심히 가동해도 “대통령을 향한 내 충정(유시민 전언)”이라며 조국과 그 주변 부패 인물들을 샅샅이 수사 중인 윤 총장을 임명한 사람이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요컨대 윤석열은 소위 진보와 좌파세력이 만든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라는 점, 그런 면에서 그가 아무리 권력 주변으로부터 공격을 받아도 그가 한 역할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필자 기억엔 과거 보수정권 시절 임명된 검찰총장 중 살아있는 권력의 주변을 윤석열처럼 수사한 사람은 없었다.

실정을 거듭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보수우파 일부는 여론조작을 의심한다. 물론 여론조사 기관들이 정부에 유리하도록 조사방법을 꾸밀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위태위태하지만 이상할 만큼 안정적으로 가는 정권의 뒷심을 설명할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진보적 지식인들과 대통령을 옳은 방법으로 걱정하는 검찰 수장과 같은 이들이 정권을 향해 계속해서 경고음을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우파, 내부의 적폐에 눈을 돌려야

윤석열과 진중권에 일부 보수우파가 열광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아이러니하다.

지금도 인터넷이나 SNS에는 “윤석열은 차기 대통령감”이니 “진중권은 양심 있는 진보논객”이니 하는 수사로 환호하는 보수우파의 감탄사와 글들이 널려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직 대통령들과 핵심 인사들이 감옥에 가고 자살자가 속출하던 원인인 적폐수사의 리더, 보수정권을 저잣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만도 못한 조롱대상으로 희화화하던 논객이었다.

이들이 비록 문재인 정권에 뼈아픈 비판을 하고 혹독한 수사를 한다 해도 그건 궁극적으로 진보좌파의 업그레이드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보수우파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러니 보수의 난데없는 찬양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이들의 활약으로 인해 일반 국민의 눈에 진보는 자정능력이 있지만 보수는 그것마저 부족한 여전히 부패한 기득권세력에 불과할 뿐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서 빠진 지지율이 좀처럼 자유한국당으로 가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진중권 전 교수를 과대평가하거나 혹은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 권력과 주사파 운동권을 비판하기만 하면 하루아침에 적과도 동지가 될 수 있는 나사 풀린 사람들이 문제지 그들이 무슨 문제이겠나.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대상은 소신과 가치, 중심도 없이 유불리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소위 보수우파의 안일함과 무지, 욕심일 뿐이다.

보수가 선점한 유튜브 세상은 민심과 괴리돼 있다. 오로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맹렬한 공격과 폭로로만 도배돼 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우리 내부에 쌓인 적폐엔 별 관심이 없다.

신보수를 자처하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만 지우면 구태 보수가 신보수가 되나. 찬탄 반탄 두 갈래로 나눠 싸워 이기는 자가 나오면 보수가 통합이 되나. 보수도 암세포를 제거해야 산다. 우리 곁의 익숙한 것들부터 수술해야 한다. 특정한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 원칙없는 야합, 광신주의가 대표적이다. 이젠 보수도 진화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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