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닻 내린 앵커 손석희...허망한 성공 그리고 실패
[박한명 칼럼]닻 내린 앵커 손석희...허망한 성공 그리고 실패
  • 박한명
    박한명
  • 승인 2019.12.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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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한명]JTBC 뉴스룸 앵커이자 소위 진보가 자랑하는 언론계 간판스타 손석희 사장이 6년 4개월 만에 뉴스룸 앵커에서 떠난다.

사장직은 유지한다고 하지만 손석희의 힘은 ‘화면발 앵커’에서 나온 것이니 앵커에서 하차해 달라는 회사의 제안이란 곧 삼손에게 민머리령을 내린 것과 같다.

방송에 나오지 않는 손석희란 다 타버리고 남은 연탄재 신세나 마찬가지 아닌가. 손석희가 연임을 포기한 최승호의 후임으로 MBC 사장 자리에 갈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손석희는 공식적으로 “타사 이적설도 도는데 나는 제안받은 바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음해용인지 실제 그런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망가진 MBC라도 경쟁사에서 버린 카드를 주워 다가 재활용할 것으로 생각진 않는다. 그러기엔 주차장 뺑소니 사건으로 추락한 대중적 이미지 회복이 치명적이다.

장자연 사건 증인이라며 시청자 국민을 기만한 윤지오 인터뷰나 최근의 조국 사태에서 보듯 선동에서도 더 이상 ‘손석희 빨’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도 증명됐다.

그렇다면 평일 시청률이 2%대로 다시 떨어질 리가 없다. 부활이 절실한 MBC 입장에서 이미 실패 각이 계산되는데 뭘 기대하고 그런 인물을 영입하겠나. 좌파 특유의 의리를 앞세우기도 MBC 처지가 한가하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타도에 앞장섰던 최승호에 보상하자는 의리로 밀어줬다가 MBC가 받은 성적표는 흑자였던 MBC를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로 만든 것, 향후 4년간 10% 인력감축안이다.

MBC 언론노조원들 입장에선 과실 따먹자고 열심히 투쟁했더니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그런 MBC가 옛 정, 과거의 영화만을 생각해 손석희를 영입할 것이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나. 이제는 재활용도 안 되어 시장에서 용도가 다한 물건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다. 

▶손석희의 성공과 실패가 남긴 교훈

시중에선 홍석현 일가가 손석희를 용도 폐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돌고 있다. 대권이란 미몽에 사로잡혀 있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행보에 손석희가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홍석현의 야심을 거론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요컨대 홍 회장이 여야(좌우) 정치 실패로 뜨는 제3지대의 새로운 인물로서 자신이 ‘대망론’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홍석현이 참여한 여시재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들이 그럴 듯하게 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홍석현 입장에선 태블릿 PC 보도로 친문 정권을 활짝 여는데 핵심 역할을 한 손석희가 이제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손석희의 JTBC 앵커 하차는 여러 의미를 남긴다. 이미지로 쌓은 인기는 허망하다는 것, 가짜뉴스로 쌓은 신뢰는 모래성과 같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 소위 국정농단 보도로 한때 10%대를 찍었던 뉴스룸의 시청률이 2%대로 되돌아온 것만 봐도 그렇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 실력이란 진실의 엄중함을 알고 사실의 조각들을 공정하게 다룰 줄 아는 능력이다.

작고한 미국 전설의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는 뉴스를 마무리하는 클로징 코멘트로 유명했다. 이 양반의 유명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싶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던 ‘CBS이브닝뉴스’에서 썼던 코멘트 문장 ‘…세상일이란 원래 그런 겁니다(And that’s the way it is)’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에게 있어 이 클로징 코멘트는 결과나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논쟁에 상관없이 자신이 본 대로 사실을 보도한다는 기자 최고의 이상을 요약한다”는 것이었다.

다소 냉소가 묻어나긴 하지만 언론인의 역할에서 최고의 덕목인 객관성을 강조한 말이었다.

그는 이 원칙에 따라 뉴스 보도에 자신의 의견이나 논평을 덧붙여 끝낼 경우엔 예외적으로 이 코멘트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시인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지만 허망하게 타올랐다 남은 연탄재를 바라보는 기분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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