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선 칼럼] 이자스민의 절박감과 심상정의 혜안
[박옥선 칼럼] 이자스민의 절박감과 심상정의 혜안
  • 조태식
    조태식
  • 승인 2019.11.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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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선(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장)

글로벌 이주시대를 맞아 오늘날 대한민국은 결혼이민자, 외국인노동자, 북한이탈주민, 외국국적동포 등의 이주민이 250여만 명으로 증가하면서 소위 이주민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나름대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시행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다문화정책의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한국사회에 체류하는 다양한 형태의 이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 및 사회적 소외 현상, 내국인과 겪는 갈등과 혼란 등의 부작용 등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비용 또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의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이 야당인 정의당에 입당했다. 필리핀 출신의 귀화자인 그녀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에게 교육과 복지의 혜택을 제공하자는 법을 발의했다가 진영을 초월한 공격을 받고 파멸적인 결과를 경험하였다. 그녀가 발의한 법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상식적인 법률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상식적인 법을 국회에서 발의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사라져 버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주민과 소수자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이 전 의원의 일관된 삶이 정의당이 추구해온 가치에 부합했기 때문"에 이자스민 전 의원을 설득하여 입당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전의원의 정의당 입당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의원은 민주당이 “소수자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진보적 가치'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아젠다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조직인 '정당'으로서도 아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2012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이주민 이슈를 선점한 것은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자유한국당의 결단은 단지 진보가치를 옹호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만 끝나 버렸다. 이주민들의 역동성을 국가발전에 활용하고 그들을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통합하기 위한 후속적인 법안 마련과 정책 작업이 당 차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자스민 전의원은 대한민국 이주민 혐오주의에 난타를 당하고 제대로 된 법안 하나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주민 혐오와 차별의 현실, 그리고 이에 눈과 귀를 닫고 있는 정치권의 무관심에 대하여 이자스민 전의원이 가졌던 절망감과 절박감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런 절박감은 기득권과 특권을 중심으로 짜인 대한민국 사회구조와 가치체계의 변혁을 추구하는 깨어있는 민주 시민들이 공유하는 고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이주민 이슈는 이자스민 전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던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진보적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2012년 4월 총선 당시 한국에 체류하던 이주민은 총 1,369,347명이었던데 비해 2019년 9월말 현재 체류외국인은 2,454,515명으로 근 두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거리와 이웃에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많은 이주민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며 오늘 하루도 수많은 갈등과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이주민의 일상은 단지 저들의 일상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이주민들의 체류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과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지난 7월 2일부터 시행된 동포를 포함한 이민자들에게 가해진 명백하게 차별적인 외국인건강보험제도가 그 예이다. 재외동포법은 재한외국인 체류규모의 근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동포(조선족) 및 고려인 동포들에 대하여 1999년 법 제정 당시와 똑같이 차별적이다. 외국인주민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표현은 사이버공간을 넘어 길거리 대중집회의 현장에서 공공연히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진보가치를 계승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주민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사람을 그 자체의 존엄과 존귀로 대우하지 않고 구분화과 계층화를 통해 차별하고 배제함으로써 특권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 자원을 독점하는 부정의한 구조, 이념, 가치, 그리고 법 제도의 적폐를 처산하는 것이 민주당의 몫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온 바가 있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인권 신장과 남북 평화 화해교류 및 협력 증대 등의 업적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셨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그 해 8월 15일 광복절에 제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만들어 내었고, 재외동포법의 제정 등으로 750여만 재외동포를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은 노무현 정부까지 순조롭게 이어져 그 당시까지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가족과 재회하는 기쁨을 나누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중국 및 CIS 동포들에 대한 민족포용정책 시행으로 국권상실과 분단의 결과로 어쩔 수 없이 겪은 민족 이산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면서 대한민국을 명실공히 동북아시아 한민족 공동체의 구심점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사는 세상”의 가치는 엄격한 의미에서 진보적 가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가 추구해야 하는 지극히 당연한 가치인 것이다. 민주당이 보여준 동포와 탈북민,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혁신적 포용의 정책에 따라 이주 귀화자 출신인 필자도 자연스럽게 더불어민주당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6년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여 현재는 중앙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받아 권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자스민 전의원의 정의당 입당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소중히 지키고자 하는 정의당의 결정은 다가오는 2020년 총선에서 대한민국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벤트이다. 진부한 색깔 논쟁과 검찰개혁, 북핵문제 등에 압도되어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배려의 공동체 가치가 보전되는 정치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의당이 꺼내들은 이자스민 카드는 지혜로운 상징적인 정치행위였다. 변화를 희망하는 국민들의 마음에 정의당의 카드를 넘겨받은 정치권이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대답해 나갈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아무쪼록 심상정의 혜안을 뛰어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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