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20) 분노에 관하여_카셰어링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20) 분노에 관하여_카셰어링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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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구독경제에 대해 쓴 바가 있다(10화 ‘매일 내 집 앞으로 포르쉐가 배달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참조). 당시 언급한대로 이 구독경제 분야에서는 단연 넷플릭스가 대세이다. 그리고 나는 그 대세에 편승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미드도 보지만, 예전부터 봐왔던 미드를 편하게 보는 것도 만족스럽다. 그 중에서 나는 ‘빅뱅이론(미국드라마, 괴짜인 네명의 과학도와 금발 미녀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 시트콤)’이라고 하는 드라마를 지금껏 주변에 많이 추천해왔는데, 최근 다시 보아도 그 재미는 여전했다. 주인공 중 쉘든이라고 하는 이 독보적인 캐릭터는 강박과 편집증을 가진(이 사람이 가진 괴상한 특징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한)사람인데, 자기의 기분을 상하게 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복수하기 위해 명단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또 한 번 수긍하게 된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한다는 명제. 우리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소식보다는 누군가에 대한 욕설, 불만, 기이한 불운에 대해서 더 깊게 관심갖고 집중하게 된다. 만족한 상품에 대해서는 거의 남겨지지 않는 후기가, 간혹 불만족한 고객의 신랄한 장문의 후기로 도배되는 경우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시 구독경제, 넓게는 공유경제 부문으로 돌아가서 얘기해보면, 우리는 소유재산이 있는 사회를 살면서도 꽤 많은 것을 타인과 공유하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의 엘리베이터, 주차장, 가까운 공원, 그리고 대중교통, 다니고 있는 짐(Gym)의 운동기구와 주어지는 수건들. 그리고 간혹 특정 물건을 지정해서 빌릴 때 우리는 이미 이것이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이동수단의 공유에 관한 이야기다.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기업들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기업들

이동수단의 공유는 크게 ‘대면방식’과 ‘비대면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대면방식으로 운영되는 흔히 ‘렌트카’라고 하는 상품, 그리고 비대면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렌트카는 주로 여행을 위해 이용하는, 즉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반면 카셰어링은 분 단위로 빌리는 것이 가능한, 일상 안에서 주로 필요로 한다는 점이 다르며, 최근에는 점차 카셰어링의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접근성 부분에서 꽤 편리함을 주는 카셰어링은 차고지까지 오고가지 않아도 되며 실시간으로 예약과 반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언제나 부정적인 면은 긍정적인 면을 압도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불만 사항이 접수된다고 한다.

카셰어링은 주로 비대면서비스를 편하게 생각하는 20-30대가 주요 소비자이다. 그래서인지 요금이 높다고 생각하는 후기가 꽤 많다. 가격이 불만이었던 후기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싼 것처럼 보였지만 기본요금에 보험료가 추가되고, 연료 차량의 경우 주행거리당 부과요금과 반납예정시간이 지났을 때의 패널티 요금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해당 후기의 주인공은 결국 아침 9시부터 당일 오후 8시까지 사용하고 10만원 정도를 지불했는데 렌트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주도지역이라 더 후회스러웠던 모양이다.

 또 이렇게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계획한 주행거리가 짧고 시작점으로 돌아올 필요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대중교통 대신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빌리는 시간의 단위가 짧으므로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게 된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은 차량의 상태에 관한 것이다. 엄청나게 지저분해서 다시는 공유차량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후기나, 급한대로 사용했지만 아쉽다는 후기도 있었고, 차량상태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말고 순전히 뽑기운에 맡겨야 한다는 후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카셰어링을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차량관리 전문업체를 인수하는 기업도 있다.

또 다른 불만은 운영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다. 한 후기의 예를 들면, 전기차를 빌렸을 때는 반납할 장소에서 전기충전을 시작해야만 반납이 가능하다. 그런데 시스템 오류로 전기충전카드가 먹통이 되면 충전이 되지 않고 결국 반납도 불가능해지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이용자는 반납예정시간이 거의 임박해서 반납가능장소에 도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반납시간을 초과해서 (이용자들에 말에 따르면 어마어마한)패널티 금액을 내야하며 이에 대해서 불만을 요청하면 상황에 대한 증빙과 함께 처리되는데 걸리는 기나긴 시간(대부분 잊고 지내면 연락이 온다)을 견뎌내어야 할인쿠폰이라던지 하는 소소한 성의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후기의 작성자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분노조절장애가 올 뻔 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작성한 불만 후기를 읽고 있으니 이용자들이 원래 기대했던 건 어땠을까 자연스레 상상이 갔다. 아마도 사람들은 합리적인 가격(1일 이상 빌려야하는 렌트카 상품보다는 시간대비 저렴한)이나 깨끗하게 관리된 차량, 그리고 말그대로 비대면 서비스, 즉 별다른 설명이나 증빙없이도 신속히 이용하고 반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가 무너지자 분노했던 것이다(이에 공감할 수 있는 문구를 함께 첨부한다).

나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네로 황제를 위하여  '분노에 관하여(On Anger)' 라는 논문,  중에서도 특히 분노의 뿌리는 희망이라는 명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지나치게 낙관하여, 존재에 풍토병처럼 따라다니는 좌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열쇠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여행계획이  확실하게 이행되는 세계에 대한 믿음,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순진한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공항에서 일주일을, 알랭  보통

 나는 이 ‘순진한 믿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순진’보다는 ‘상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단순히 이 상식적인 기대를 사람들이 운에 좌우하도록 남겨두지 않고 좀 더 안전한 장치를 마련하고 싶다. 나도 언제든지 이용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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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2020-06-12 11:04:53 (175.207.***.***)
분노를 부르는 쏘카의 고객센터, 전화응대, 고발을 해야지만 해결해주는 답답한 시스템ㅎ 만성적자기업이라서 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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