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열의[단상] 누구도 초라한 인생은 없다
황상열의[단상] 누구도 초라한 인생은 없다
  • 황상열 작가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10.1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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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누구도 초라한 인생은 없다

아침 회사로 출근하려면 지하차도를 지나야 지하철 역으로 갈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매일 나가다 보니 늘 지하차도 입구에서 폐지를 줍고 계신 할아버지와 마주친다. 재활용 쓰레기와 박스가 쌓여 있으면 어디서 나타나시는지 잽싸게 그것을 리어카로 옮긴다. 가끔 나도 집에서 나오는 박스나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그 자리에 놓아둔다. 그저께 아침도 박스를 놓으려고 가는데 앞에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가 어디 불편해 보인다. 박스를 두고 나는 리어카 뒤에서 두 손으로 밀었다. 조금씩 수월하게 움직인다. 조금 가다가 그가 나에게 오더니 90도로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저씨”

순간 나는 너무 당황해서 같이 90도로 인사를 했다.

“에구! 아니에요. 할아버지. 그냥 힘드신 것 같아 도와드리려고 했어요.”

“아니에요. 아저씨. 나같은 사람은 도와줄 필요가 없는데, 그래도 도와주니 고맙네요.”

그 말을 듣고 나서 멍해져서 뭐라고 대꾸할 수 없었다. 왜 할아버지는 자기를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지… 이유를 몰랐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다른 폐지를 주우러 가셨다. 그 뒷모습을 한참 보다가 회사에 늦을까봐 발길을 옮겼다. 지하철에서 내내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자기의 인생을 그렇게 폄하하고 하찮게 여기는 것인지… 그냥 내 판단에는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2012년 초 해고로 인해 회사를 나오게 되었을 때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건 하나도 없다고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실패 중에 하나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 세상에 나를 빼고 모두가 다 잘 사는 것 같았다. 나 혼자만 이렇게 비참하게 사는 것 같아 힘들었다. 독서를 통해 극복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 자신을 먼저 다독이고사랑해야 한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자기 인생을 좋게 볼 수 있겠는가? 내 자신이 초라해지니 자기 인생 전체를 그런 관점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가진 것이 없어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객관적으로 현재 자신의 처지가 남들이 보기에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스스로가 본인 인생에 당당하고 떳떳하면 그만이다. 그런 사람은 반드시 성장을 통한 성공으로 찬란한 인생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취업이 되지 않고… 사랑에 이별하고… 주위 상황 때문에 현실이 괴롭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이런 안 좋은 상황이 생길 때 자기 인생이 정말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초라한 인생은 없다. 아직 인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느낄 필요가 없다. 부디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여 조금씩 나아가는 인생을 살도록 노력하자. 언젠가는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으로 바뀌어 있을지 모르니까…

황상열 작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서툰 아재이자 직장인이다. 저서로 <모멘텀(MOME독서와 MTUM)>, <미친 실패력>,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독한 소감>,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 <땅 묵히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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