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칼럼] CCTV가 없는 세상
[전정희 칼럼] CCTV가 없는 세상
  • 전정희 소설가
    전정희 소설가
  • 승인 2019.10.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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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가 없는 세상

 

권총을 든 강도가 은행으로 들어갔다. 그는 창구에 있는 출납계 직원에게 슬쩍 쪽지를 내밀었다.

‘꼼짝 말고 내 말 들어! 침착하게 돈을 이 자루에 넣어!’

그러자 직원이 재빠르게 메모를 하여 다시 은행 강도에게 돌려주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당신 넥타이나 똑바로 해, 이 바보야! 당신은 지금 사진 찍히고 있단 말이야!”

 

그렇다. 우리는 현재 CCTV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CCTV는 각종 사건·사고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범죄예방 효과도 탁월하다. 하지만 CCTV는 범죄자만을 골라서 찍는 재주는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CCTV에 찍히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나올 때 복도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출입구에서, 은행에서, 거리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식당에서, 수많은 매장에서 우리는 CCTV에 찍히고 있다. 회사나 학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요즈음에는 수없이 거리를 누비는 차량과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블랙박스까지 우리의 모습을 찍고 있는 실정이다. 즉 우리는 집에서 출발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CCTV가 우리를 몇 초 간격으로 찍고 있는 것을 의식하면서 거리를 다닌다면 우리는 아마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지역 시민은 하루 평균 83회 CCTV에 노출되고 이동 중에는 초 단위로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 자료가 몇 년 전의 통계수치임을 감안하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회수에 노출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CCTV가 수많은 범죄자들을 잡는 단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이 CCTV에 노출 될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CCTV를 둘러싼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 한 CCTV 감시는 어디까지가 합법일까? 규정된 목적 이외에 CCTV를 감시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위반이다. 즉, 매장 내 CCTV 설치와 사용은 범죄 예방 목적으로만 가능할 뿐 직원 감시용이나 다른 이유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CCTV가 우리에게 주는 폐해도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CCTV는 생활의 편의나 범죄 예방을 위해 이롭게 사용하려고 설치를 하지만 결국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타인의 얼굴이나 모습을 촬영하고 저장하게 되므로 기본적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CCTV가 지켜보고 있는 은행에서 ATM기 비밀번호를 누른다든가 혹은 집 비밀번호를 누를 때 번호가 노출되는 폐단을 스스로 주의해야만 한다. CCTV가 잘못 악용될 경우 우리는 범죄의 노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CCTV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세상을 살다 보면 남의 이목을 의식해야 하는 일들이 참 많다. 또 마음에도 없는 체면치레를 하느라 어떨 때는 속이 상할 때도 있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면에서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외국 사람들은 한여름에 오버코트를 입고 다니든, 한겨울에 비키니 차림으로 다니든 남의 사생활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었던 우리는 어떤가? 너무 남의 눈치와 이목을 살피느라 정작 자유를 잃고 눈치 보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뒤돌아 볼 일이다.

CCTV가 없는 조용한 방안에 앉아 오늘의 내 삶은 과연 어떠했는지 거울 속의 나를 보고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제는 남의 눈치를 살피기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대로 당당하게 살 일이다. 바라기는 더 이상 CCTV가 필요 없는 세상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전정희 소설가 저서 '하얀민들레' '묵호댁'
전정희 소설가  저서 '하얀민들레' '묵호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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