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리는 혼인신고 와 ‘서류 없는 결혼’
꺼리는 혼인신고 와 ‘서류 없는 결혼’
  • 결리재
    결리재
  • 승인 2019.09.27 0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재혼이야기⑩

Posted 2016.07.01 / Updated 2019.09.26

[칼럼]재혼이야기⑩

꺼리는 혼인신고 와 '서류 없는 결혼'

결혼식 날, 별개인 두개의 인생의 끈이 한데 엮어지며, 결혼생활을 통해 그 끈들은 서로를 감싸고 꼬아져 하나가 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 두개의 끈이 풀어지거나 해지거나, 심지어는 끊어 지지 않고 조화롭게 한데 엮어져 있을 수 있을까?1)

두 개의 인생의 끈이 한데 엮어지며, 결혼생활을 통해 그 끈들은 서로를 감싸고 꼬아져 하나가 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해당관청에 '혼인신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혼인신고는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1. 장모(남성30)씨는 결혼 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는 좀 천천히 해도 된다는 장모님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1년 쯤 뒤에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며 느긋한 모습이다.2)

#2. 맞벌이부부 이모(29·여)·정모(34)씨. 2년 동안 열애 끝에 지난해 성대한 결혼식을 했다. 그런데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결혼했다.

“결혼 후 1년쯤 살아보고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연애를 꽤 오랫동안 했지만 아직 서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신혼에 이혼하는 부부가 많지 않습니까. 서로를 탐색하다 신뢰가 쌓이면 혼인신고를 할 겁니다.”

이 부부는 당분간 아기를 가질 생각이 없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양가 부모님도 알고 있다. 자식들의 뜻을 존중해 준다고 한다. 이씨는 “미국으로 유학 간 친구가 6개월 만에 성격 차이로 이혼하면서 위자료 3000만원을 받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적에는 결혼한 흔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친구를 보고 '똑 소리 나는 신세대는 살아보고 혼인신고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3)

그렇다면 혼인신고는 언제 해야 할까?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미혼남녀 1000명(남성 503명, 여성 497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결혼리서치』의 '혼인이혼 인식보고서'에 의하면, 미혼남녀의 71%는 '결혼식후 어느 날' 혼인신고를 하는 것을 선호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식전 혼인신고를 선택한 사람은 25.9%, 혼인신고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비율도 3.1%나 있었다. 그런데 결혼식후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미혼남녀의 의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로 '결혼에 대한 확신'(남 24.5%, 여38%)이 없어서 라고 한다.4)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결혼식, 참으로 우려할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미혼남녀와 달리 혼인신고에 대한 재혼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혼인신고는 결혼에 대한 법적 권리 보장일 뿐, 결혼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재혼자들의 말이다. 그래서 재혼자 들은 살아보고 신고하겠다고 말한다. 두리모아와 노블린이 '혼인신고는 언제 할 생각인가?'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5) 결혼식 자체를 생략 할 수도 있다는 재혼자 들의 과반수(47.92%)가 반년 혹은 일 년 이상 살아보고 신고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일부 재혼자(12.24%)들은 '아예 혼인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다. 재혼에 임한 입장에서는 당연히 새로운 결혼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초혼에서는 혼인신고를 중요한 증명기록으로 생각하지만 재혼에서는 '또 다시 이혼하면 어쩌나'라는 걱정 속에 혼인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온리-유와 비에나래가 돌싱남녀 502명(남녀 각 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결혼에 실패해 다시 독신이 된 '돌싱'들은 절반이상이 공문서에 '이혼' 표기가 되면 사실혼에 비해 사회생활에 불리하다고 생각(남성 59.0%, 여성응답자 74.5%)하고 있다.6)

#1. "한번 했습니다. 되게 빨리 갔다 왔어요." 김영수(30대 중반·가명)씨는 쿨 하게 돌싱 사실을 공개했다. 김씨는 배우자의 성격 탓으로 6개월 동안의 짧은 결혼 생활을 정리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법적으로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법적으로는 여전히 미혼이다.7) 요즘 흔한 '서류 없는 결혼'을 마무리 한 것이다.

#2. 1년여 연애 끝에 결혼한 임모(여성28)씨는 신혼생활 한 달여 만에 파혼에 이르렀다. 결혼 직후 임씨가 유학을 떠나 부부가 함께 지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임씨는 "그래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과거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첫 결혼의 50%, 두 번째 결혼의 67%, 세 번째 결혼의 73%가 이혼으로 끝났다.8) 재 이혼율에 대한 우리의 공식통계는 없지만, 초혼보다는 재혼부부의 이혼율이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9)

문화일보가 한국가정법률상담소로부터 입수한 '2009년 이혼상담통계'에 따르면 재혼가정의 재(再)이혼상담 비율은 2000년에 비해 2.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0) 이는 초혼 파경 증가에 따른 재혼의 증가, 초혼보다 더 복잡한 재혼가정의 갈등과 마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다 보니 초혼자보다 재혼자 들이 혼인신고에 대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1. 지난해 말 결혼한 임수철씨(52.삼혼)와 김숙희씨(42.재혼)는 이혼경력이 부담스러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케이스이다. 두 사람은 이미 한번 이상 이혼경력이 있어 행여 다시 한 번 이혼할 경우 서로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 혼인신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2. 여성 재력가인 최미영씨(51)는 최근 개인 사업을 하는 박영수씨(58)와 재혼했으나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최씨는 "남편이 사업을 하다 보니 언제라도 잘못될 수 있고 그 경우 법적인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고 생각해 혼인신고를 하지 말자고 남편을 설득했다"고 말했다.11)

#3. 김진수씨(47)와 이정희씨(43)는 지난 8월 재혼한 부부. 자녀들에게 빨리 새아빠, 새엄마를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에 결혼식은 서둘렀지만 혼인신고는 뒤로 미루기로 했다. 혼인신고는 상대방을 충분히 파악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혼이든 재혼이든 가릴 것 없이 지금은 결혼식도 올렸고 사실혼 상태이면서도 혼인신고는 몇 개월 혹은 1년 정도 뒤로 미루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재혼을 희망하는 돌싱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재혼 후 바람직한 혼인신고 시기'를 묻는 질문에서 '6개월 이내'로 답한 비중이 남성은 78.9%, 여성은 66.0%를 차지했다.12)

지역의 모 인터넷 행정 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이곳에 혼인신고 대행의뢰를 해온 부부 214쌍 중 68.7%인 147쌍이 혼인신고를 뒤늦게 하는 경우였다. 단지 동거인으로 남아있는 건 "바빠서 혼인 신고하는 걸 잊어버렸다"는 부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두 사람의 합의 아래 이뤄지고 있다.13)

만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면, 혼인 신고를 해야 하는 이유가 전세자금 대출과 이율이 비교적 괜찮다는 '신혼부부전세자금 대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럼 실제 혼인신고를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결혼식을 하고 주위의 누가 보더라도 부부로서 생활하고 있다면 법원은 사실혼관계를 인정 한다. 그리고 사실혼 관계에서도 법률혼과 다름없는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14)

동거 의무, 부양 의무, 정조의 의무가 발생한다 / 일상적인 가사생활에 있어서 부부 간에 인정되는 대리권인 일상가사대리권이 인정된다 / 사실혼관계의 파기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 / 사실혼을 유지하는 가운데 태어난 자녀는 관공서에 인지신청을 하여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할 수 있다 / 각종 연금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 시 혼인신고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

이렇게 사실혼은 법률혼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 법률상 보호 또는 유지될 수 있는 지위가 상실된다는 게 문제이다.

“20년을 같이 살았는데 법적 부부가 아니라서 아내의 시신을 내어줄 수 없다고 합니다. 법이 그렇대요.”

지난해 5월 A씨는 아내인 강모씨를 떠나 보냈다.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어도 20여년 간 함께 산 사실혼 관계였다. 그러나 A씨는 아내의 장례를 치러주지 못했다. 법적 배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강씨가 사망한 병원에서 시신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할 구청에서는 강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결국 강씨는 '무연고 사망자'가 됐다. A씨는 “장례만 치러줬어도 마음이 가벼웠을 것”이라고 했다.15)

사실혼의 가장 큰 문제는 배우자가 사망해도 상속권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실혼 상태에서 한쪽이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데 이때 자녀가 없다면 전혀 상속을 받지 못하게 된다.

사실 혼인증명서는 평생 함께 살기를 원하는 두 사람을 합치시키는 법률문서다.16) 그러나 결혼은 위의 사례들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결합하는 두 영혼의 매듭이기 때문에 법 이전에 의식과 관습, 그리고 지금 분명 두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최선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뇌리를 스칠 수도 있다.

이처럼 부부 각자는 자신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함께 사랑하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하지만 사회의 일상적인 변화와 예기치 않는 사고 등의 어려움은 당신의 결혼, 즉 우리들의 결혼을 합법화 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1) 니키& 실라리, 결혼, 알파코리아 역, 서로사랑(2007), p.338.

2) 유지영 기자, 혼인신고 늦추는 부부 는다, 헤럴드경제, 2005.3.11

3) 이원진 기자, 결혼식은 YES, 혼인신고는 NO, joongang.co.kr, 2007.09.09

4) 정태민 기자, 결혼정보업체 듀오/'2030 미혼남녀 혼인 이혼 인식' 공개, cctvnews, 2016.02.04

5) 문병환 기자, 초혼 "신혼 여행후'/재혼 '살아보고" 혼인신고, 머니투데이, 2007년 4월 1일

6) 손봉석 기자, 돌싱女 넷 중 셋 “혼인신고 하고 이혼하면 사실혼 보다 불리”, kyunghyang.com, 2016년 06월 17일

7) 윤정남 기자, 뿌리 대신 이혼을 선택한 '돌싱들', 파이낸셜뉴스, 2015.10.19

8) Mark Banschick M.D.,The High Failure Rate of Second and Third Marriages, psychologytoday.com, Feb 06, 2012

9) 김윤덕 기자, "재혼도 '쿨'하게" 글쎄…, 조선일보, 2006년 5월 31.

10) 강버들 기자, 재혼 후 재이혼 2.5배 ↑… 초혼인 경우 소폭 감소, munhwa.com, 2010-03-12

11) 송형석 기자, "재혼부부, 혼인신고 꺼린다", 한경닷컴, 2007 .11.14

12) [라이프팀], 돌싱들, 재혼 후 혼인신고 서두른다?, 한경닷컴 bnt뉴스, 2011-10-07, [비에나래가 돌싱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재혼 후 바람직한 혼인신고 시기와 그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3) 유지영 기자, 위의 글

14) 허윤 변호사, [허윤 변호사의 모르면 당하는 法](47) 혼인신고를 왜 안하는 거지?, 국민일보, 2018-03-05

15) 노유정 기자, "20년 같이 살았는데 혼인신고 안했다고 아내 장례도 못 치렀습니다", hankyung.com, 2019.09.21

16) By: Shazia Butt , Why Marriage Registration Is So Important?, marstranslation.com, Posted on Thu, 19-10-2017

*필자: <전환기사회(가족)+Study>대표 / 필자도서목록(나의서재참조: http://www.bookk.co.kr/khn52)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