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열의[에세이] 내 생애 첫선 보던 날
황상열의[에세이] 내 생애 첫선 보던 날
  • 황상열 작가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09.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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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선 보던 날

얼마전에 끝난 케이블 방송의 <선다방>이란 예능프로그램을 가끔 즐겨봤다. 맞선카페에서 처음 보는 남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때로는 설레이게 그려내어 호평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맞선의 추억이 떠오른다. 29~30살 시기로 기억이 된다. 매일 야근과 철야 근무에 치이고 술만 먹고 들어오는 아들내미가 아버지가 보기엔 불쌍해 보였나 보다.

아버지께서 지인의 딸과 연결시켜 줄테니 한번 만나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당시 만나던 사람도 없던 터라 마지못해 수락했다. 만나는 상대가 선생님이란 이야기에 솔직히 끌린 건 사실이다. 바쁜 일상에 어렵게 아버지를 통해서 연락처를 받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처음에는 소개팅처럼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께 다시 들으니 맞선이라고 한다. 맞선이라니! 맞선과 소개팅의 차이를 찾아봤다. 결혼을 전제로 하면 맞선! 연애를 전제로 하면 소개팅! 명확하다. 무슨 첫 만남부터 결혼을 전제로 깔고 만나는 것인지... 그래도 이왕 수락한거니 강행하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날 퇴근 후 옷과 머리에 신경도 좀 쓰고 장소에 나갔다. 약속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그래도 약속에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있었지만, 맞선이라는 긴장감 속에 입은 바짝 마르고 있었다. 오자마자 일찍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녀의 답장이 왔다.

“저도 지금 가는 중인데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죄송해요!”

일이 늦게 끝나서 조금 늦을 수 있으니 천천히 오시라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계속 시간은 흘렀다. 약속시간이 지나 15분이 흘렀다. 조금 늦는다고 했으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30분이 흘렀다. 혹시 어디쯤 오시냐고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없다. 1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울리는 핸드폰 진동소리..

“죄송합니다. 너무 부담이 되어서 사실 나가지 않았습니다. 좋은 분 만나세요..”

허탈했다. 이 사람은 대체 나를 뭘로 본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그 자리를 뜨고 나서 혼자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쓸쓸히 들이킨 기억이 난다. 그날 이후로 맞선을 본 적은 없다. 소개팅만 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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