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 김종관 작가님
표지를 보면 한 남자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영화감독인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글로 풀어낼지 궁금했다. 과연 무엇을 카메라로 찍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 질문의 답을 듣기 위해 나만의 틈새독서로 읽기 시작했다.
1부 가까운 산책 - 10년전
2부 베를린 천사의 시
3부 시네마 천구 - 영화와 기억
4부 흐르다 - 추억과 이야기
5부 어느 꿈속에서 - 10년후
1부에서 4부까지는 저자가 오래 살았던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느끼고 겪었던 에피소드와 5부에서 현재 종로구 효자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감성 돋고 추억이 담긴 이야기는 같이 공감하고 어떤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을 보며 같이 생각할 수 있었다.
“아직도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을 떠올리자면 몸서리치게 미안한 순간이 있다. 죄책감의 시간은 은근히 오래간다.”
어린시절에 가끔 친구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많이 쳤다.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는데, 줄을 끊고 도망갔다. 잘 놀고 있는데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넘어진 한 여자친구가 울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 미안했다. 또 모르는 사람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갈때도 마찬가지로 지금 생각하면 죄책감이 많이 든다.
“여행은 많은 것을 지우고, 또 많은 것을 새겨준다.”
저자는 독일, 일본 등을 혼자 여행하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사진에 담고 글로 남겼다. 자주 가지 못하지만 여행을 가면 지나간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결혼하고 가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완벽하게 좋은 순간을 나누는 경험을 했다. 특히 생일잔치를 하거나 여행지에서 좋은 경치를 같이 보는 순간이 아닐까? 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차나 술 한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도 내 환영을 잃지 않는 또다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 이후로는 언제나 내개 사랑의 방식은 같다. 아름다움을 보고, 부러진 날개를 보았을 때 그때 비로소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처음에는 그 사람의 외양이나 느낌이 좋아서 끌리지만 정작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아픔을 보았을 때 가 아닌가 싶다. 그 사람에게 감춰진 아픔을 알게되면서 처음에는 측은지심의 감정이지만 이내 사랑으로 바뀌는 게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잔잔하게 제목처럼 가까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 저자가 살았던 이문동 골목의 추억이나 이젠 재개발로 사라지는 흔적들에 대한 안타까움 등등. 오랜시간 한 곳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며 마주했던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담담한 글이 인상적이다. 책 중간중간 저자가 찍은 사진을 보며 글의 느낌을 생각하며 같이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커피한잔 하며 저자가 자기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듯한 책이다. 이 가을에 가볍게 한번 보면 좋은 책이다.
황상열 작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서툰 아재이자 직장인이다. 저서로 <모멘텀(MOME독서와 MTUM)>, <미친 실패력>,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독한 소감>,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 <땅 묵히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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