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열의 [단상]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황상열의 [단상]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 황상열 작가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09.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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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2017년 가을 만 93세로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현재 우리나라 남자 평균수명이 약 79세 정도이니 14년은 더 길게 사셨으니 천수를 누리셨다고 볼 수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달 전 나와 동갑이었던 지인의 죽음을 보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참으로 열심히 살았던 친구인데 과로사로 허망하게 이 세상과 작별했다. 그의 장례식장에 갔던 날 삶과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와 명예를 이루거나 성공을 위해 하루하루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가다가 이루고 난 뒤 건강을 잃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아직 나조차도 회사에서 승진하거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어 내 몸을 돌보지 않고 고군분투 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동갑내기 지인도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직장일 외에 대리기사 일도 투잡으로 뛰었다고 했다. 그렇게 자기를 혹사하면서 아등바등 살았던 결과는 혹독했다. 그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참으로 인생이 허망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다. 그냥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멍해지고 눈의 초점은 흐려진 채.

거꾸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호상이라 했다. 본인이 살 수 있는 천수를 누렸고, 인생에 하고 싶은 일도 다 하셨다고 들었다. 한번 사는 인생에 자식복 및 돈복과 목숨까지 길었으니 할아버지는 타고난 좋은 사주라고 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할아버지는 참으로 자유롭게 사셨던 분이다. 그것 때문에 할머니와 아버지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아마도 마음 편하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시면서 사셨기 때문에 장수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했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자각하게 된다. 언젠가는 나도 이 세상과 작별할 날이 올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호흡이다. 삶은 호흡이고, 호흡이 멈추면 그것이 죽음이다. 우리나라 남자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이제 딱 반 살았다. 앞으로 남은 40년을 어떻게 잘 살아야 할지 가끔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부모님과도 남은 시간이 이제까지 살았던 시간에 비해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다. 아직은 건강을 유지하고 계시지만 60대 중후반을 넘어가는 나이시다 보니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는 부모님과도 작별할 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당장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인간은 한번 태어나면 죽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니 죽음에 대해 마음의 준비는 늘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번 사는 삶이기에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자. 그리고 언젠가 만나게 될 죽음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어차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황상열 작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서툰 아재이자 직장인이다. 저서로 <모멘텀(MOME독서와 MTUM)>, <미친 실패력>,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독한 소감>,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 <땅 묵히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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