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반대해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나를 반대해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9.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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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나를 도왔던 어떤 것에 대한 고마움을 뒤늦게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을 때 내 잘못을 냉정하게 꼬집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저지른 불친절, 무례, 교만 따위의 잘못을 그냥 봐 넘기지 않고, 나에게 그것들을 분명히 상기시켜 준 사람들.

살다 보면 희한하게, 희한하게, 아주 많은 사람들의 전적인 동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에게 “그건 아니다.”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다. 다들 “니가 맞다.” 한다. “그대로 쭉 가면 된다.” 한다.

나에게도 그런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순간 속에서 내 인간성의 처참한 밑바닥을 보았다.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내가 그냥 옳다고 믿어 버린 것이다.

올바른 행동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나는 내가 정의롭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건네는 아첨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여 무지막지하게 오만해졌다. 콧대가 한도 끝도 없이 높아진 것이다. 눈 아래에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평지를 걸었지만 한없이 추락하였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나는 내가 지은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내 쪽에도 과실이 있다는 어렴풋한 추정 같은 건 쥐도 새도 모르게 물리쳐 버렸다. 문제에 대한 내 허물을 인정하지 않았으니,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았다. 그 어떤 종류의 반성도 없었으니, 나는 나의 거대한 무지함을 바로잡지 않았다. 하여 그런 상황 전부가 결국에는 나에게 독으로 작용했다. 내가 어디서 뭘 하든 오냐오냐해 주는 사람이 많다는 건 결코 좋은 게 아니었다.

일전에 나는 편먹기의 무익함에 대한 글을 썼다. 거기서 미처 언급하지 않은 편먹기의 무익함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무작정 내 편이기만 한 사람들이 내 주변을 채우면 채울수록, 내가 그들의 찬성과 환호에 도취될 확률이 높아진다. 하여 스스로를 분명하게 살피고 돌보는 데에 소홀해질 수 있다. 내가 진짜 뭘 잘했는지 뭘 잘못했는지 분별하겠다는 의지가 박약해질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성장과 멀어지고, 퇴보와 가까워진다.

나에게 내 잘못을 말해 준 사람들은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나에게 당부하였다. 정신 차리라고. 사리 분별 똑바로 하라고. 니가 지금 뭘 짓밟고 있는지 늦기 전에 확인하라고.

나는 많은 순간 그들의 조언을 무시했다. 그 결과, 소중한 것들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잃었다. 나를 지켜주고 보살펴 주던 수많은 보금자리를 수도 없이 파괴했다. 나는 나 스스로 나의 몰락을 초래하였다. 내 손으로 내 집을 깨부수었다.

폐허에서 깨달았다. 달콤한 것만 취하다가 충치처럼 시커멓게 썩어 버린 내 인생을.

지금은 누가 어디서 나에게 뭐라 하든 거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대단한 찬사를 보내도 나는 오늘 나의 일을 하고, 누가 나에게 근거 없이 태클을 걸어도 나는 오늘 나의 일을 한다. 찬사는 고마워하고, 비판은 분석한다. 그 비판에 일리가 있으면, 그것을 잘 녹여 칼로 만든 뒤, 내 삶의 불필요한 부분들을 잘라낸다.

그리고 내 삶의 의미는 언제나 내 안에 둔다. 그러면 내 밖에 있는 것들이 나를 침공하지 못한다. 내가 내 삶의 의미를 타인이나 세상에 둘 때만, 타인과 내 삶이 내 삶을 침략할 수 있다. 나를 밀치거나 무너뜨릴 수 있다. 그것들이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하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는 타인이 나를 지지하는 만큼 내 삶이 의미 있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했다. 덧없는 것에 목숨을 걸고 살았다. 거기에 대한 뉘우침의 시간만큼 나는 나에게로 되돌아갔다. 사람은 참회의 시간만큼 자라는 것 같다. 물론 참회하는 일과 죄책감을 가지는 일은 다른 것이다.

세상이 나에게 주는 이름은 내가 아니다. 내 것 같아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하지 않고, 진짜 내 이름보다 수명이 훨씬 짧다. 불멸할 것 같은데 한 계절도 못 버티고 사라지는 이름들은 얼마나인가. 그 사실을 가슴으로 이해할 때, 나는 비로소 내 진짜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내 발자국을 남기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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