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선 칼럼]혐오와 차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박옥선 칼럼]혐오와 차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조태식
    조태식
  • 승인 2019.09.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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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선 칼럼] 혐오와 차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박옥선(중국동포지원센터 대표)

한중수교 이후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엄청난 규모의 중국동포의 모국귀환이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총인구 5천만 명 중 체류 외국인이 230만 명인데 이들 체류 외국인의 40% 가량이 중국동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국적을 회복하거나 취득한 약 20만명의 귀화인들까지 포함하면 그 100만명 이상의 중국동포들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중국동포들의 체류규모가 증가하면서 한국사회에서 한국민들과 중국동포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빈번하다. 그런데 이러한 충돌이 사람 사는 세상이니 그러려니 하는 수준이 아니다. 거의 전쟁수준의 혐오와 증오가 난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상에서 느끼는 중국동포 이민자들의 대한민국에서의 삶의 질이 매우 저하하고 있다. 한국사회에 대한 냉소와 좌절, 반감이 급증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만연한 중국동포 혐오와 차별의 현실로 인한 고통은 중국동포를 넘어 한국사회를 혐오사회로 몰고 가는 심각한 병폐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죄지은 바 없는 죄인으로 살아가는 삶

1992년 한중수교 이후부터 '코리안 드림'을 품고 국내에 물밀 듯 들어온 중국동포(조선족)들은 건설, 제조, 서비스업 등 우리 국민이 기피하는 3D업종을 중심으로 종사하며 귀중한 노동력을 공급해 왔다. 그리고 한국 입국을 위해 1인당 천만이상의 돈을 한국 땅에 뿌려야 했다. 입국 후에는 매일매일 고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의미 없는 일상을 반복해야 했고, 기득권과 황금만능주의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문화틀 속에서 인생의 절반을 이 땅에 쏟아 부었다. 한국생활이 가져다 준 다람쥐 쳇바퀴같은 일상은 중국동포들로 하여금 한국 문화와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우물안 개구리 같은 시선으로 고정시켜 버린 것이 사실이다.

1990년 초기 입국했던 많은 중국동포들은 이주 생활이 가져온 고통으로 인해 정신적인 건강마저 잃은 사람들도 많았다. 또한 한국 취업행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멀쩡했던 가정이 파탄나기 일수였고, 어렵게 정착한 한국 땅에서도 임금체불, 폭력, 편견에 맞닥뜨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한을 마음에 쌓기도 했다. 모국 땅에서 불법체류(?)하다가 강제출국 당하여 중국으로 돌아간 후 “남쪽 방향으로 대고는 소변도 안 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모국에서 당한 혐오와 차별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게 당한 민족의 설움과 고통 이상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모국에 대한 서운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중국동포들은 이 모든 인생 막장에도 굴복하지 않고 어린 자녀 양육, 병드신 부모님 생활비까지 책임지기 위해 경제적인 목표만을 추구하며 악착같이 살아야만 했다.

미디어에 의한 혐오와 차별의 제도화가 더욱 무서워..

돌이켜 보면 개별 한국 사람에게 당한 혐오와 차별은 일상에서 보통의 근로자들과 공유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리 가슴 시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한국사회의 건전한 공론장의 역할을 해야 할 영화나 언론 같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가상의 혐오와 차별이 매우 교묘하고 시스템화되어 갔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들이 재생산한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우리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세월이라는 시간을 넘어 세대와 공간으로 확산시켜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국동포들이 극악한 범죄 집단이라는 오해와 편견의 제도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사실 2016년 경찰청에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동포(조선족)의 범죄율은 외국인 중에서 평균 수준이었고 오히려 내국인 범죄율이 그 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조선족 아니라니? 경찰발표 믿을 수 없어”

2018년 10월 14일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은 참혹한 범죄 수법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르바이트생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성수(29)와 그의 동생이 조선족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김씨와 동생의 게임 아이디가 한자이며, 말투가 어눌하고, 칼을 잔인하게 했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소문이 확산되자 경찰이 나서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가 “피의자 김성수는 한국인이고 그의 부모도 한국인”이라며 “김성수는 조선족과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발표까지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선족 추방 관련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조선족 비자 발급을 중단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린 글쓴이는 “조선족이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흉악범죄를 일으켰다는 건 누구나 다들 잘 알 것”이라며 정부의 비자 발급 중단을 요구했다.

미디어의 무책임한 혐오차별 재생산으로 인해 이제 국민들은 살인사건, 폭행사건, 마약사건, 보이스피싱 사건이 날 때마다 중국동포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 조선족에 대한 SNS댓글을 보면 “조선족은 짱깨” “조선족은 중국인이다,” “조선족은 더럽다,” “조선족은 살인범,” “조선족은 중국인보다 못하다”...등등의 혐오스런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영화 “신세계, 황해, 청년경찰, 범죄도시”로 중국동포(조선족)들은 폭력조직, 살인청부업자, 장기매매, 보이싱피싱 등 주로 악역으로 비춰지면서 이제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수준을 넘어 공포의 선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며 개그콘서트며 드라마며 점점 미디어 세상에서 중국동포는 나쁜 사람, 폭력적인 사람, 공포스런 민족으로 사회에 비춰져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마저 우려되고 있다.

영화 “청년경찰”에 “중국동포들이 뿔났다”

2017년 영화 “청년경찰”은 대림동을 범죄의 지역으로 묘사하면서 공포와 혐오스런 영화제작으로 중국동포(조선족) 역할들로 개봉되었다. 한국사회가 중국동포에 대해 심각한 혐오를 화산폭발처럼 쏟아내고 있었지만 이에 누구도 대응하지 않아서 나는 단체장들과 언론사들에게 긴급 연락하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제작사를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에도 고소를 했던 적이 있었다. 비록 예술의 픽션, 표현의 자유로 인하여 패소 판결은 받게 되었지만 약자들은 승소보다 대응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나는 집행위원장으로서 늘 앞장서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지 말라”는 얘기와 욕설도 많이 들었다. 기자회견후 3개월동안 언론사들의 관심을 많이 가졌었던 사건이였고 언론인들이 TV보도되는 것 조차도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면 모 언론기사 제목이 “중국동포들이 뿔났다” 라고 기사제목을 달았는데 바로 이런 제목 자체가 한국사회 혐오차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정과 학교가 혐오차별의 진원지

나에게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하나있다. 8년 전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이였다. 학교 다녀온 아이가 집으로 오더니 “엄마 할 얘기가 있어요, 음...엄마 학교에 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엄마가 중국 조선족 출신인걸 알면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왕따 당합니다...친구가 식판에 있는 고사리를 포크로 콕 찍으면서 중국산이니깐 먹지 말라고 하고 중국에서 온 아이랑 놀지 말라고 하니깐 걱정되어...”라고 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뛸 만큼 흥분했지만 숨을 길게 쉬고나서 “아들 우리 할아버지는 유공자는 못되었지만 독립운동을 분명히 하셨고 조국을 만들어낸 조상이고 엄마는 조선족 출신이지만 지금은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엄마가 약속할게 부끄럽지 않게 훌륭한 엄마로...”그러자 아들이 고개를 끄덕끄덕 마지못해 대답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그때부터 난 지역사회 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개인 사업을 하면서도 학교 봉사(녹색어머니, 학교폭력예방위원회)등을 꾸준히 해왔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지금은 인터넷 인물검색에도 엄마 이름이 나오니 아들도 엄마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한다. 2017년 영화 “청년경찰”로 인하여 초등, 중학생, 고등학생들을 둔 중국동포 엄마들이 함께 기자회견, 집회현장에 참석했던 이유는 가정에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엄마아빠의 얘기를 통해 내재화된 편견과 혐오 차별의 정서와 관념이 학교에 가서 하고 또래 아이들과 함께 말하면서 또래문화를 통해 초기사회화 과정 속에서 확산되면서 가정과 학교가 대한민국 혐오차별의 진원지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혐오차별에 대한 법적 규제의 어려움

인간의 정신적 충격은 육체적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짱깨, 개슬람, 똥남아, , , 바퀴스탄 등 특정 인종을 지칭하는 비속어류의 신조어들이 요즘 SNS에서 난무하고 있다. 또 “다문화, 이주민,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세금을 축낸다,” “테러리스트다,” 등 부정적 시선에서 나온 근거 없는 말들이 떠돈다. 언어의 위력은 강력하고 좋지 않은 말일수록 전파력이 빠르기 마련이다. 23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지역주민으로 함께 살아가고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지향하려면 다양성을 포용해야 하는데 인간 차별과 혐오표현을 방기하는 것은 또 다른 갑질 횡포나 다름없지 않을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6년에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혐오표현으로 인해 소수자는 두려움, 지속적 긴장감, 자살충동, 공황발작 등 심리적 해악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일이나 학업의 중단,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표현으로 인한 해악은 집단 구성원에 대한 인격권을 비롯한 인간의 존엄성 훼손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이어져 평등권을 침해한다. 특히 집단에 대한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을 선동하는 혐오표현은 잠재된 위험성으로 인해 형사적 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혐오표현을 규제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고, 또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아직 법적 제재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혐오차별 대응방안 : 중국동포의 주체화와 주류화

재한중국동포사회는 많은 단체들이 있다. 물론 유명무실단체도 있고 동포사회를 위하여 열심히 봉사하고 지역사회에서 인정되는 단체들도 있다. 단체 단합이나 화합은 100%어려우나 2019년 3월에 “3.1운동100주년기념 축제”를 가지면서 24개 동포시민단체가 동포사회를 위하여 함께 동참하고 할 것으로 약속하면서 혐오차별에 대응한 중국동포 시민단체 연대의 주체적 활동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 많은 단체들의 단체장들이 리더에 따라 함께 동참하여 문제해결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영화 “청년경찰”에 대응한 중국동포사회의 연대투쟁을 통해 중국동포 등 한국사회 정치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쉬운 작업이 아닌 것을 경험하였다. 한국사회의 혐오차별 형상에 대응하여 피해 당사자가 숨거나 움츠려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와 입장을 주체적으로 옹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바로 서도록 지역사회가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더욱 적절한 해결법이라는 것이다. 혐오차별 행위가 올바른 문화적 행위가 아니며 우리 사회가 함께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선언하고 더 이상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린 중국동포 단체들이 연대 연합하여 역동적인 활동으로 지역사회가 혐오표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적 의지를 선언해야 한다. 혐오표현 피해자를 위한 상담과 조사를 진행하고 피해자에 대한 언어지원 및 소송지원 등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가용한 도덕적 자원을 조사하고 이들과의 연대를 모색하여야 한다. 지역의 지자체 기관이나 나아가 중앙정부와의 연대도 중요한 전략의 하나로 포함되어야 한다. 나아가 오늘 우리가 시작하고자 하는 혐오와 차별한 대응한 중국동포시민연대 및 정책포럼 등을 통해 사각지대 놓여있는 중국동포 혐오차별의 정책과제를 탁상에 공론화 시킬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한국 사회에 올 때 꾸었던 소중한 꿈이 있다. 개인의 꿈, 가족의 꿈, 나아가 한국사회 공동체의 꿈이 있었다. 우리는 자신의 꿈을 박탈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아가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고 배려할 줄 아는 지역사회 리더로서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중국동포를 포함한 일체의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역량을 한층 강화시켜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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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 2020-10-17 13:58:19 (218.239.***.***)
모든 사람들이 사이좋게 공존할 수는 없곘지만 그래도 두루둘 사이를 원만하게 유지하며 살아가면 좋곘다.
백베 2020-10-17 13:41:57 (218.239.***.***)
어차피 같은 사람들이니 차별이나 배척을 하지 말고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
김영일 2020-03-21 21:21:55 (211.59.***.***)
가짜댓글.선거개입.간첩질 하지말고 중국으로 돌아가라 조선족 들이여!
조선족out 2019-09-23 16:46:22 (223.33.***.***)
누가 한국에 오라고 했습니까? 한국이 선진국으로 경제 발전 다 하고 나니까 공산당 버리고 한국에 기어 들어 오다니 박쥐 아닙니까? 공산당 좋다고 배신하고 가더니 이완용 유승준 처럼 배신하더니? 한국 욕하고 내 동포 한국인 욕할꺼면 연변으로 돌아가라 조선족은 사회의 악이다
죽짱좋짱 2019-09-21 18:09:42 (220.79.***.***)
너네 나라로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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