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앞에 놓은 덫 치우기
내가 내 앞에 놓은 덫 치우기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9.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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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혹 필요 이상의 행동을 합니다. 쓸데가 전혀 없는 감정을 무의식중에 키웁니다. 예를 들면, 특정한 상황에서 필요 이상으로 좌절하거나, 쓸데없이 화를 내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옳은 생각이 아닙니다. 그 상황, 그 사람을 마주한 내가 이러저러한 감정들을 가지기로 몸소 선택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판단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나에게 해가 되는 감정들을 스스로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서 나온 행동과 감정의 원인이 내 밖에 있다고 단정하는 일은 너무나도 간편하며 달콤합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한, 한없이 무책임해져도 되니까요.

하지만 내가 아무리 고집스럽게 주장한다 해도, 가짜가 진짜로 돌변하는 일은 없습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도록 만든 건 오직 나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라는 사실에는 언제나 변함이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그것을 찢으려 해도, 그것은 조금도 찢어지지 않고 반듯하게 존재합니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그 흠 없는 진실 앞에 가 닿게 됩니다. 그곳에서 마침내는 항복을 선언합니다. 고집을 버리고 진실을 수용하게 됩니다.

'남 탓'이라는 덫을 스스로 만들고 거기에 자진해 걸리는 일. 그 일은 나로 하여금 내 자신의 문제에서 잠시 도망쳐 있도록 돕습니다. 남 탓을 하는 동안에 나는 내가 가진 개인적인 문제들을 돌보지 않습니다. 엉뚱한 데 열을 올리는 동안, 나는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심리학자가 입을 모읍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람직하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는 이유의 대부분이 회피를 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그 말에 너무나도 깊이 동의합니다. 내가 보낸 대부분의 세월이 도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전부 내 문제인데, 그것들을 대면하고 극복해 나갈 용기가 없어서, 나는 그 모든 걸 내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상황이 너무 모질어서, 어떤 사람이 너무 경악스러워서, 내가 어떻게 망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자기 연민은 또 얼마나 감미로운가요.

여유가 있을 때 나는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그런 종류의 '자작(自作) 덫'에 대해 성찰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한 성찰의 대부분은 즉흥적인 분노나 절망 직후에 일어납니다. '아, 내가 다시 잘못된 길로 발을 집어넣었구나. 이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닌데. 이런 종류의 분노는 결코 나를 위한 게 아닌데.' 따위의 자각을 하면서.

그러한 자각이 빠르게 일어날 때, 나는 내 안으로 불쑥 올라온 분노와 절망을 혼자 처리합니다. 그것들의 일부가 말이나 행동으로 이미 표출되었을 때, 나는 얼른 그것들을 수습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전부 이러저러한 것들 때문이라며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그 마음을 단호하게 물리치고 사과합니다. 타인에게든 스스로에게든.

이것들이 내가 내 앞에다가 설치해 놓는 가장 큰 덫입니다. 당신이 당신 앞에 놓는 덫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나에게 덫을 놓는다는 관념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한동안 괴로워했습니다. 나에게 덫을 놓는 나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몰라서. 나를 망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떼는 내 안의 어느 측면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몰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내가 선택한 불완전한 최선을 담백하게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전혀 최선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최선이었다고 인정하고, 내 과거에 대한 비난을 그만두는 법에 대해. 내가 내 과거를 비난하고만 있는 동안에도 나는 내 인생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습니다. 하여 그것 또한 하나의 덫일 것입니다.

'그때 내가 내 앞에 덫을 놓고 스스로를 꼼짝 못하게 한 것이 내 딴에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천천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보다 나은 방법을 몰라서. 그보다 나은 방법을 고민할 여력이 없어서. 그보다 나은 방법을 믿지 못해서. 그럴 만큼 현명하고 강하지 못해서. 그래서 내가 그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는 조금씩 이해해 나갔습니다.

물론 그것은 '나니까 괜찮아. 뭐가 어찌 됐건 무조건 괜찮아.' 하는 식의 이해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를 과도하게 감싸고도는 일은 스스로를 과도하게 공격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그 둘 모두 스스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일일 것이기에.

나는 내 과거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나 스스로의 현주소를 직시하기 위해, 내 과거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아무런 판단도 분별도 없이 내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했습니다. 내가 내 과거와 싸우고 있는 한, 나는 내 오늘을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그 싸움을 멈추고 이만 건설적인 삶을 꾸려 나가고자 했습니다. 현재로 돌아오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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