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열의 [단상] 진정한 사랑이란
황상열의 [단상] 진정한 사랑이란
  •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09.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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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진정한 사랑이란

금요일이다. 요새 일이 많이 몰려 바쁜 일상이지만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란 생각에 마음은 가벼웠다. 저녁에 모임 약속이 있다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사무실에서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한 여성이 남자를 부축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제 해가 져서 어스름이 깊게 깔리고 있는데, 남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어가느라 천천히 가는 그들을 곧 따라잡게 되었다. 앞서 가려고 하는데,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횡단보도가 있어. 거기에서 잠깐 멈추어야 해. 신호등이 바뀌면 다시 걸어가자.”

“응. 그럴게.”

그녀의 말에 남자는 웃으면서 짧게 대답하고 횡단보도 앞에 멈추어섰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니 남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선그라스를 끼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신호가 바뀌자 여자는 남자의 팔을 더 단단히 붙잡고 빠르게 걸어갔다. 저멀리 걸어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 사랑이 저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가 만나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 설레고 불같은 사랑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그 마음이 시들어간다. 처음 만났을 때 그 마음 그대로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산다는 게 쉽지 않다. 한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처음에는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녀가 내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소홀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나조차도 그랬으니 할말은 없다.

앞에서 보던 저 두 사람도 분명히 불같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거나 아니면 오랫동안 연인의 사이를 유지하고 있을지 아니면 만난지 얼마 안된 커플인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저렇게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본다. 진짜로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자기를 온전히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내 눈에서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헤어지자고 하는 연인을 폭행하거나 가두고 협박하는 데이트 폭력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저 두 사람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의 두 눈이 되어줄 그녀와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그의 행복을 빌어본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아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밤이다.

황상열 작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서툰 아재이자 직장인이다. 저서로 <모멘텀(MOME독서와 MTUM)>, <미친 실패력>,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독한 소감>,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 <땅 묵히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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