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속도 좀 맞춰 주면 안 돼.
밥 먹는 속도 좀 맞춰 주면 안 돼.
  • 송이든
  • 승인 2019.09.0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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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션- 사소한 일로 서운한 이야기
밥 먹는 속도가 너무 빠른 남편과의 마찰음이 있다. 식사를 후다닥 해치운 남편은 그 다음 행동으로 이동한다. 식탁에서 일어나 거실에서 TV를 본다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거나 전화 통화를 한다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등.
"아니 상대가 식사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일어나 돌아다니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밥 먹는 속도를 좀 맞추어 줄 수 없어. 당신이랑 먹으면 체할 것 같아."라고 말하면 알았다고 대답만 남기고 행동은 그대로이다. 완전 몸에 밴 습관이 되어서일까?
밥 먹는 속도를 두고 여러 차례 말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우리만 서운함을 표현한다.
큰딸은 밥 먹는 속도가 정말 느리다. 잘게 다져 먹는 편이다. 입안에서 꼭꼭 씹어먹는 정도다. 이런 딸이 아빠와 외식을 하러 가면 속도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아빠는 국수 같은 건 몇 젓가락이면 그릇이 빈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젓가락으로 작게 말아 조금씩 먹는 편이다. 정말 성질 급한 성격이 음식 먹는 속도에서도 어김없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빠랑 식당가면 정말 몇 숟가락 안 먹었는데 아빠는 다 먹고 기다리니까 제대로 못 먹고 나온다고 내게 하소연한다. 그 심정 내가 안다.
남편에게 딸과 밥 먹을 때 그냥 기다려주는 것 말고 속도를 늦추어달라고 하면 또 '알았다'는 대답만 허공에 날린다.
집 안에서야 편하게 아빠가 다 먹고 그냥 차라리 빨리 일어나 버리면 그때부터 천천히 혼자서 그 누구와 비교당할 것 없이 먹으면 된다.
하지만 외식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면 종류의 음식을 먹으러 갈 때는 그 속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나마 식당에서 우리가 다 먹을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지만, 그것마저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빨리 먹으라는 아우성 같아서.
남편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우리는 그냥 다 먹지도 않고 수저를 내려놓는다. 앞에 앉은 사람이 식사를 다 마쳤는데 혼자 먹으려니 식욕도 떨어지고 감정적으로 이미 식사가 끝난 분위기를 감지해서이다.
더 먹으라고 말은 하면서도 행동은 벌써 일어서 계산대 앞에 가 있다.
그런데 혼자 뻘쭘하니 그걸 앉아 먹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딸아이가 같이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다.
항상 처음에는 둘이 먹는 식사인데 나의 식사 중간쯤이면 혼자 먹는 식사가 된다.
이제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일어나거나 말거나 내성이 생겼지만, 아직도 식당을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운하다 못해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많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일찍 먹고 남을 기다리기만 한 그가 남이 다 먹었는데 혼자 먹고 있는 사람의 심정을 어찌 알겠는가. 그렇다고 우리가 속도가 느린 건 절대 아니다. 제가 밥 먹는 속도가 빠른 남자와 사는 것이다.
밥 먹는 속도면에서 그는 단거리 선수다. 그는 전력질주한다. 뒤에 따라 오는 사람들을 한번씩 챙겨주고 기다려주고 그러기가 그리 힘든 것일까. 그저 밥 먹는 속도인데.
옛날에는 밥상 앞에서 떠들면 안된다고 했지만 가족들이 서로 얼굴 보고 있을 시간이 얼마나 되나? 겨우 밥상에서 서로 음식 먹으면서 마주할 수 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고 싶은게 바램이다. 먹는 게 중요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서로 바라보며 즐거움을 같이 할 그 소중한 시간에 속도를 맞추어 주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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