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밖에 안 보이는 사람
자기밖에 안 보이는 사람
  • 송이든
    송이든
  • 승인 2019.09.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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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을 쓰다 지난 날,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련함에서 소환된 게 아니라 불쾌함에서 올려진 기억이다.
가끔 주위에 보면 상식 이하 무개념 종자들이 독초처럼 자라고 있다. 교화가 되지도 않을 부류처럼.
물론 상대하지 않으려 하지만 한 공간에 있으면 신경을 쓰게 만든다. 그리고 보기 싫은 사람은 더 눈에 자주 띄는 법이다.
이 사람은 눈에 띄는 대로 입에 시동을 걸었다. 뚱뚱한 사람에게는 대놓고 "넌 너무 뚱뚱해서 맞는 옷이 없겠어. 그렇지?", "살을 그리 많이 붙이고 다니면 안 힘들어?","시집은 갈 생각이기는 하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여자라는 거다. 걱정이라면서 대놓고 무시다. 그런데 본인은 자신의 행동이 무시라고 못 느낀다는 사실에 더 환장하겠음.
더 나아가 성희롱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자기는 살이 많아 남자 깔려 죽겠다."라고.
참 말하는 본새 하고는.
"자기는 너무 말랐다. 만질 게 없겠다. 여자는 자고로 풍성해야지."
여자가 여자에게ᆢ 이런 식의 말들을 면전에서 꺼내 놓을 수 있나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하면 성희롱인데 여자가 여자에게 하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하는 거다.여자가 여자에게 말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요즘은 남자들이 더 말에 있어 신중을 기한다.
마른 사람에게는 이쑤시개, 성냥개비로 비유하며 우스개를 조장한다.
자신보다 날씬한 사람에게, 자신보다 뚱뚱한 사람에게 지적질을 해댄다.
비난인지 질투인지 모를 소리를 해대서 감정 밑바닥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든다.
저 면상에 침 정도는 뱉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나만 든 게 아닌가 보다.
말에는 감정도, 온도도, 수분도 담겨 있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다. 짜증 나는 그 자체다.
미칠 노릇이다. 다이어트한다는 말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면서 식탐은 으뜸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날씬한 사람도 거슬리고 뚱뚱한 사람도 거슬리고는 그런 부류인 것이다.
남의 고충 따윈 염두에 두지 않고 재미난 놀림감을 발견한 듯 비열하게 눈웃음 짓는 벌레 같았다.
누구를 향한 질타인지, 누구를 향한 미움인지 조롱 섞인 말이 흘러나온다거나 부러움을 빙자하여 자기 학대를 하며 우리가 예쁘다, 날씬하다는 말을 해주기 기다리는 눈치라는 거다.
길게 상대하기 싫지만, 아예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 인간으로 밀어버리고 싶지만 그때 우리는 배우는 입장이었다. 모두가 그랬다. 기술을 가진 자에게 기술을 배우려면 불쾌한 속내를 드러낼 수가 없었다. 힘의 논리가 가동된 처지로.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사람임은 분명하다.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의 고통이 같냐고 어디서 명함 내미냐는 사람에게 뭔 소리를 하겠으며, 개념이 머리에 들어있지 않은 사람과 대화가 될 리가 없을 터였다. 교육이 끝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왔다. 전화번호 삭제와 함께.
다이어트를 하지도 않으면서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앓으면서 날씬한 사람들을 이유 없이 쪼아대는 이들이 분명히 주위에 존재한다. 먹지를 말던가, 다이어트한다는 말을 계속 틀지 말던가. 이런 사람은 먹으면서 튼다.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이건 시샘이 아니라 남 잘 나가는 꼴을 눈 뜨고 못 보는 부류이다. 그녀 주위는 감정 없는 가뭄으로 말라갈 것이다.
자기가 하는 말을 스스로 검증하지도 못하고, 그 질감을 느끼지도 못하고, 말의 생김새도 판별하지 못한 채로 그저 뱉는 사람.
그게 상대에게 가서 어떻게 달라붙어 움직일지, 불이 될지 물이 될지 감각조차 없는 사람.
자신이 타인을 향해 던진 말이 내게 어떻게 돌아올지 알고 함부로 하는 건지.
자신이 하는 게 인신공격인지, 성희롱인지 인지조차 못하는 그 자체가 더 문제인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마치 이들에게는 연민이나 인간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공감능력은 떨어지고 자기애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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