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열의 [단상]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황상열의 [단상]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09.0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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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을 지나 가을이 오고 있다. 아직 습도가 높아 덥긴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한 느낌이 든다. 사무실에서 퇴근하여 지하철역까지 10~15분은 걸어가야 한다. 걸어가다 보면 어디에서 나왔는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같이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어떤 사람은 무표정하고, 다른 사람은 울상을 짓고 있다. 또다른 사람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같이 가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나도 방향이 같은 동료들과 쓸데없는 신변잡기를 늘어놓으며 걸어간다. 지하철역에서 각자 집으로 가기 위해 헤어진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내려가다 보면 다시 무표정하고 피곤에 찌든 사람들과 마주한다. 들어오는 지하철 문이 열리면 컨트롤 c + 컨트롤 V를 한 듯한 같은 표정의 사람들이 내리고 탄다. 퇴근길이고 비까지 오다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은 느낌이다.

겨우 자리를 잡고 섰다. 책을 보려고 했지만 공간이 좁아 결국 손잡이를 잡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모두들 어쩜 그리 같은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통화하며 문자를 주고 받는지 신기했다. 역을 지날때마다 사람이 내리니 나도 역시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꺼내어 보고 있다. 다음 정거장이 내릴 차례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을 비집고 내렸다. 내리면서 전화벨이 울린다. 정말 오랜만에 연락한 죽마고우다. 어린 시절에는 일주일에 2~3번은 볼 정도로 붙어다니다가 결혼하고 나서는 1년에 한번 보기도 힘들다.그래도 친구라는 이유로 오랜만에 받아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친구가 물어본다.

“잘 지내고 있어?”

먹고 사는 게 바빠서 몇 개월 동안 연락도 못하고 지내서 미안했는데, 그의 한마디에 울컥했다. 그냥 잘 있는지 안부만 물어봤을 뿐인데 위로가 되었다.

“응... 고마워. 너는?”

“뭐가 고맙냐. 잘 지내냐고 물어봤더니 엉뚱한 건 여전하구만. 나도 뭐 똑같지.”

그래. 똑같이 그 자리에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남희령 저자의 <내 인생이 흔들린다 느껴진다면>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세상은 나와 친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힘들더라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나아갈 때 굴러간다고 했다. 나와 친구 둘 다 지금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핑계로 남의 안부를 제대로 물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그 친구와 통화가 끝나고 오랜만에 친구 몇 명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그리고 그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 동안 잘 지냈냐고. 아픈데는 없었냐고. 현실은 버겁지만 힘내자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안부를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잘 지냈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황상열 작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서툰 아재이자 직장인이다. 저서로 <모멘텀(MOME독서와 MTUM)>, <미친 실패력>,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독한 소감>,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 <땅 묵히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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