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슴은 찢어집니다"…'면역항암제' 해외선 보험, 국내선 냉대
"환자가슴은 찢어집니다"…'면역항암제' 해외선 보험, 국내선 냉대
  • 김건호 기자
  • 승인 2019.09.04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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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신약이 있지만 1차 치료시 비보험이라 옛날 약을 먼저 쓰자고 합니다."

기존 항암제(화학요법)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을 크게 줄인 면역항암제가 많은 국가에서 초기 단독 치료제(1차 치료)로서 보험 적용을 받고 처방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칭찬받고 있는 한국의 건강보험이 같은 항암신약에 대해선 비싸다는 이유로 오히려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선 대부분 수명연장과 합병증 예방에 따른 재정절감을 위해 면역항암제를 일찌감치 보험약으로 지정했지만, 국내 환자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4일 홍민희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희망을 갖기 힘들었던 암환자들에게 장기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한 표준치료제로 자리잡혔다"며 "다만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환자여도 1차 치료 시 비보험이라, 기존 항암제로 먼저 치료받고 병이 진행되는 것이 확인된 뒤에야 처방할 수 있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민희 교수는 이어 "이러한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희망고문이 되는 국내 현실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사회적 과제"라며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면역항암제가 1차치료제로서 빠른 보험급여가 적용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는 현재 전세계 매출 1위 면역관문억제제다. 그러나 국내에선 2017년 출시 이후 2년째 1차 치료제 사용에 대한 보험급여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어 환자 부담이 여전히 크다. '키트루다'는 현재 기존 항암제 치료를 먼저 받은 뒤 효과가 없거나 병이 진행될 경우 2차 치료제로 사용될 때만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기존 항암제가 부작용이 크더라도 위험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키트루다'는 2017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단독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보건복지부측과 1차 치료제로서 보험급여를 위한 협상이 수차례 결렬돼 왔다.

반면 전세계 OECD 36개군 중에서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 적용시킨 국가는 우리나라와 보험체계가 비슷한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대표국들과 일본, 호주, 이스라엘 등 27개국(75%)에 달한다. 1차 치료시 '키트루다'의 비용 효과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처럼 아직 보험적용이 안 된 국가는 나머지 멕시코, 칠레, 라트비아, 라투아니아 등 8개국이다. OECD 비회원국인 대만과 콜롬비아, 브라질, 바레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국도 보험급여를 적용했다. 이 중 대만도 우리나라와 같은 보험체계를 갖는다.

국내서 답보 상태가 이어지는 사이 '키트루다'는 뚜렷한 치료효과를 보이는 임상데이터가 지속 발표되고 있어 보험급여에 대한 시급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2017년 세계폐암콘퍼런스(WCLC)에서 발표된 임상3상 결과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단백질 PD-L1 발현율이 높은(TPS≥50%)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전체 생존기간(OS) 30개월을 기록해 기존 항암제 14.2개월 대비 생존기간을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질병이 더 확대되지 않은 무진행 생존기간(PFS)도 10.3개월로 기존 항암제보다 4.3개월이 더 늘었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절반 정도로 줄였다.

또 올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임상 추적관찰 결과에서 '키트루다'의 1차 치료 효과는 더 명확하다.

다른 약물치료 경험이 없는 폐암 환자들에게 '키트루다'를 1차로 단독 투여한 결과 5년 전체 생존율은 23.2%를 기록했고, 약물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생존율이 15.5%로 줄었다. 특히 기존 항암제의 5년 생존율이 5%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점과 비교해도 우수한 효과다. 올해 ASCO에서 발표된 업데이트 내용에서도 1차 치료를 받은 환자 3명 중 1명은 2차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해, 1차 치료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이에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NCCN Guideline)은 PD-L1 발현율 50% 이상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옵션으로 '키트루다' 단독 투여를 가장 높은 권고 등급인 ‘Category1’으로 분류한 상태다. 그 중에서도 '키트루다'는 선호요법으로 우선 권고된다.

'키트루다'는 4일 의료진들로 구성된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해 보험급여 적정성이 검토될 예정이다. 사회적 요구도와 비용 효과성을 기반으로 급여기준을 논의하는 자리다. 여기서 급여 적정성 결론이 나면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 넘어가 보험급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키트루다'는 지난 2017년 9월 1차 보험급여를 신청했지만 협의가 계속 지연된 뒤, 올 들어 4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복지부 요청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사전협의를 진행했으나 결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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