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온갖 시련을 겪고 있다면 이 사람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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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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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도서명 :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1914년 8월 고향을 떠나 10월 9일 인듀어런스 호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고, 10월 26일 오전 10시 30분 마지막 기항지인 남아메리카 최남단의 무인도 사우스조지아 섬을 향해 출항한다. 그리고 11월 5일 사우스조지아 섬의 그리트비켄 포경 기지에 도착한다. 이후부터 어떻게 될지 모를 탐험이 시작된다.

동상으로 발이 썩어들어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28명의 영웅들 이야기다. 634일간의 처절한 생명을 건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살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을 이겨가며 단 한 명의 희생도 없이 대원 모두를 구조해냈다. 그것도 맨몸으로.

나는 이것이 섀클턴의 동료,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감히 말하고 싶다. 사랑은 종종 우리가 '기적'이라 부르는 일을 만든다. 왜냐하면, 사랑 말고는 이 기적 같은 일을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가장 나쁘다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 많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섀클턴과 그와 함께한 영웅들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자, 가슴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게 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대원 가운데 한 명이 이런 일기를 남겼다. “온통 젖었지만 그런데도 행복하다.” 이 구절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도 했지만, 행복하게도 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음에, 이들에 비하면 내 처지는 훨씬 낫다는 생각에.

이 책은 실화 그 자체다. 그렇기에 더 흥미진진하다. 내가 이들과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싶다면, 커다란 감동을 받고 싶다면, 자신이 힘든 상황에 부닥쳐 어떻게 극복할지 그 방법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책 속으로>

20세기 초 아문센과 스콧은 경쟁적으로 남극 탐험을 시도하고 있었다. 어니스트 H. 섀클턴(1874-1922) 역시 남극 탐험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지만 뒤늦게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언제나 아문센과 스콧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스콧과 떠난 첫 번째 남극 탐험에서 괴혈병으로 도중 하차한 섀클턴은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두 번째 탐험에 나선 섀클턴은 스콧의 탐험대보다 남극점에 580km나 더 접근하는 기록을 세우는 동시에 전 대원들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쾌거를 이룬다. 당시엔 일단 탐험에 나서면 전 대원이 살아서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섀클턴은 국민의 대대적인 환영과 함께 영국 국왕으로부터 '경'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그러나 남극점 최초 정복의 영예는 노르웨이의 아문센에게 돌아가고 스콧은 남극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의 목표를 남극 대륙 횡단으로 바꾼 섀클턴은 스물일곱 명의 대원과 함께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세 번째 탐험에 나서지만 엄청난 시련을 맞게 된다. 섀클턴은 네 번째 탐험에서 죽게 되고 그의 죽음과 동시에 탐험사의 영웅시대는 끝이 난다. 모든 어려움을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으로 극복하면서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던 시대가 끝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탐험시대의 마지막 영웅 섀클턴의 세 번째 남극 원정에서 일어났던 실화이다. 믿을 수 없겠지만 여기에 적힌 모든 게 사실이며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모험 이야기로 첫손 꼽히는 것이다. (출처 : 책 표지)

인듀어런스 호의 침몰

오후 5시, 배를 탈출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대원들에게 명령 따윈 필요 없었다. 이미 '인듀어런스' 호는 더는 가망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나 불안한 기색도 없었다. 지난 사흘 동안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결국 지고 만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너무도 지쳐 있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배는 파괴되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천만 톤의 얼음에서 가해지는 거대한 압력이 배의 양측을 조이고 있었고, 배는 죽어가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p. 11-12)

1915년 5월 2일, 그들의 위치는 2월 말 이후 북서로 65km 표류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인듀어런스 호는 16만㎢ 넓이의 얼음에 박힌, 길이 44m 폭 7.6m의 소우주였다. (p. 52)

극지의 밤보다 더 완벽한 적막은 지구의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빙하 시대로의 복귀였다. 하루 이틀도 아닌 수개월을 해가 없이 산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가 없다. 익숙해져서 그것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더러는 미쳐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p. 53)

2. 얼음 위의 대원들

인듀어런스 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문명 세계와 마지막 끈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것은 분명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배는 그들과 바깥 세상을 연결하는 하나의 상징,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상징이었다. 배는 그들을 싣고 거의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 (p. 107)

3. 삶과 죽음의 갈림길

1916년 1월 13일, 섀클턴이 식량을 아끼기 위해 개를 죽이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원들 간에는 단순한 체념에서 격렬한 충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다. 개들이 먹는 식량을 놓고 개의 중요성에 관한 열띤 토론이 각 텐트마다 벌어졌다.

이런 토론을 벌일 만큼 대원들이 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개들이 썰매를 끄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와 대원들이 끈끈한 감정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불모의 지대에서 뭔가를 사랑하고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욕구였다. 개들은 비록 서로 물고 뜯는 부리기 힘든 동물이었지만 대원들에 대한 충성과 헌신만큼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대원들은 평범한 상황에서 느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애정을 그들에게 쏟아부었다. (p. 131-132)

이대로 가다간 얼음이 없는 넓은 바다로 떠내려가기 전에 동풍을 타고 서쪽으로 멀리 표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국은 보트를 타고 드레이크 해협의 거친 파도와 맞서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원들 중에는 이런 절망적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곳에 접근하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우리가 모두 죽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그린스트리트는 적었다. (p. 168)

4. 다시 육지에 서다

그들은 지금 보트 위에 있는 것이다. 얼음 보트가 아닌 진짜 보트 위에. 그리고 지금은 그것만이 중요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페이션스 캠프도, 혹은 한 시간 뒤의 일도 아니었다. 오직 현재뿐이었다. 그것은 노를 젓는 일… 빠져 나가는 일… 탈출을 의미했다. (p. 179)

대원들이 입고 있는 옷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옷은 물보라와 눈에 젖어 있었고, 지난 6개월간 몸에서 나온 기름때에 절어 있었으며, 곳곳이 닳아서 해어져 있었다. 교대 시간이 되어 자리를 바꿀 때마다 조금만 움직여도 뻣뻣한 옷에 살갗이 쓸렸다. (p. 201)

이윽고 동이 텄다. 햇빛을 받은 모두의 얼굴엔 끔찍했던 지난 며칠 간의 피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볼은 움푹 파이고 창백했으며, 나흘 동안 한 번밖에 잠을 자지 못한 채 짠 물보라에 시달려 온 눈에는 핏발이 잔뜩 곤두서 있었다. 헝클어진 수염엔 눈이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섀클턴은 그들의 얼굴에서 그가 가장 염려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 애썼다. 과연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 것인가. (p. 202)

그들은 모두 육지에 도착했다.

그것은 단지 30m 폭에 15m 길이의 좁은 땅에 불과했다. 남극 바다의 맹위에 노출된 황량한 해안에서 겨우 발을 디딜 만한 보잘것없는 땅.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들은 어쨌든 육지에 올라와 있었다. 497일 만에 처음으로 그들은 육지를 밟은 것이다. 단단하고 가라앉지 않으며 움직이지도 않는 축복의 땅을. (p. 224)

5. 출발, 그리고 기다림

제임스는 이렇게 적었다.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잤다. 마치 한 번도 잠을 자본 적이 없는 사람들처럼 완전히 곯아떨어진 것이다. 슬리핑백이 물에 젖었거나 말거나, 혹은 펭귄이 울어 대거나 말거나.”

그건 대원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잠에서 깨어나 파도 소리와 함께 펭귄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잠에 곯아떨어지고 또다시 깨어나 이것이 현실임을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우리는 정말로 육지에 닿은 것이다!”

헐리가 적었다. (p. 231)

“행운을 빕니다. 대장님.”

해변에 남은 대원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섀클턴은 고개를 돌려 짧게 손을 흔들었다.

해변의 대원들은 만세를 불렀다. 부서지는 파도를 가로질러 커드 호에서도 작은 함성소리가 세 번 들려왔다. (p. 251)

시간이 지나도 배가 나타나지 않자 그들은 얼음, 돌풍, 안개, 적절한 배의 수소문, 공식적인 연착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며 구조선이 올 거라고 기대했다. 가장 확률이 높은 이유인 커드 호의 실종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p. 262)

맥클린은 이렇게 적었다.

“연기에 찌들고 꾀죄죄하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비좁은 오두막에서 우리는 콩나물 시루처럼 서로 뒤엉켜 살고 있다. 한 솥의 물을 마시고… 종기가 난 사람 옆에 바짝 누워서… 정말 끔찍한 생활이다. 여기서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무척 행복하다…….” (p. 273)

6. 폭풍우를 뚫고 사우스조지아 섬으로

당시 맥니쉬는 이렇게 적었었다.

“온통 젖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p. 288)

설명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초조하고 한편으로는 희망이 싹트는 시간. 깊이 내재된 의심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는 희망. 모든 것이 그럭저럭 끝났고, 이제는 흥분과 환희의 순간만이 남은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침묵하길 거부하는 집요한 목소리가 있었다. 모든 것이 다 허사였다는 식의. 만약 섬이 거기 있다면 벌써 몇 시간 전에 보았어야 했다. (p. 314)

1916년 5월 10일, 시각은 정확히 5시였다. 그들은 마침내 522일 전 그들이 떠났던 섬에 다시 서게 되었다.

어디선가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코앞에 작은 시내가 흐르고 있었다. 높은 빙하에서 흘러내린 신선한 물이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은 즉시 무릎을 꿇고 정신없이 그 물을 들이마셨다. (p. 326)

7. 아듀! 엘리펀트

신기할 만큼 차분한 순간이었다. 기쁨이라곤 전혀 없는. 그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어쨌든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모든 것이 끝난 지금 그들이 느끼는 건 단지 죽도록 피곤하다는 사실뿐이었다. 해냈다는 성취감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피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p. 329)

산 아래에서 들여오는 기적 소리는 그들의 마음을 묘하게 들뜨게 만들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17개월 전인 1914년 12월 이후 바깥 세상에서 들려오는 첫 소리였다. 그 순간 그들은 끝모를 긍지와 성취감에 가슴이 벅차 오는 것을 느꼈다. 비록 탐험의 원래 목적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냈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p. 349)

대원들이 배에 다 탈 때가지 워슬리는 뱃전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잠시 후, 그는 항해 일지에 그토록 쓰고 싶었던 한 구절을 적어 넣었다.

“2시 10분, 모두가 무사하다! 마침내! 2시 15분, 전속력으로 전진.”

맥클린은 이렇게 적었다.

“나는 갑판에 남아 멀리 사라지는 엘리펀트 섬을 바라보았다… 언덕에서 바람에 휘날리는 내 버버리 재킷이 아직도 보인다. 그것은 한동안 갈매기나 펭귄을 놀라게 하다가 결국은 우리의 낯익은 강풍에 갈기갈기 찢기고 말 것이다.” (p. 36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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