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이중성 그리고 마음의 유동성
사람의 이중성 그리고 마음의 유동성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9.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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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나 자신의 이중성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두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것을 자각했을 때. 내가 어떤 상황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깨우쳤을 때.

이중성(二重性, duplicity)이라는 것은 하나의 대상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성질'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간혹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일입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이중적인 모습을 뛰어넘어 다중적(多重的, multiple)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의견이나 태도, 가치관은 시시때때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의 변화 도중에 우리는 이중성, 다중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합니다. 애초에 사람은 어떤 문제를 두고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여 나는 사람들이 내보이는 이중적인 모습, 다중적인 모습 자체를 이러쿵저러쿵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저 그것일 뿐,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나는 나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내가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인식이 일어날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너는 이 길로도 다니고 저 길로도 다니는데, 그 두 가지 길 가운데 너에게 더 맞는 길은 무엇이냐. 너는 이런 선택도 내렸고 저런 선택도 내렸는데, 그 두 가지 선택 가운데 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이제부터 너는 어느 쪽의 사람이 될 것이냐. 사실 너는 어느 쪽에 가까운 사람이냐.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선택의 기로에 세웁니다. 더는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지 말고, 이만 태도를 분명하게 해 두기 위함입니다. 그것에 관한 내 태도가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내가 그것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에 대한 내 가치관 정립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그것에 대한 내 마음이 확실하지 않아, 그것을 두고 내가 갈팡질팡하는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내 견해가 확실했다면, 나는 그것을 두고 변덕을 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목적지가 오른쪽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나는 굳이 왼쪽 길로 들어서지 않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사람임이 확실한 상황에서 나는 내 마음을 의심하며 엉뚱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헤매는 줄 모르고 있을 때는 계속 헤매어도 별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 자신이 헤매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상태에서는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의 이중성을 자각했을 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헤매기를 멈추어야겠다.

물론 나는 내 생의 이중성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나는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가 1년 전 확고한 태도로 선택한 일을 오늘 버리고자 할 수 있습니다. 그 일에서 더 이상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한다면, 그 일을 그만두고자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그 일에서 이만 몸을 물리고자 할 수 있습니다. 하여 나는 다시 이중성의 갈등에 빠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언제라도 그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 생을 계속 이어 나가려면, 어디로든 바퀴를 굴려 나가야 하니까요.

그러니 자신의 이중성을 마주하는 것은 내가 평생 반복해야 하는 일인 듯싶습니다. 불확실하게 느껴지는 문제에서 내가 확실한 선택을 내려도, 그 선택에서 나온 확실한 마음은 영영 확실한 마음으로 남지 않으니까요. 마음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재주는 나에게 없습니다. 단단하게 뿌리 박혀 있던 마음이 가을 잎사귀처럼 하늘하늘 흔들거릴 때마다, 그것을 얼른 들여다보고, 내 마음 뿌리 내릴 곳을 다시 정해 보는 것. 내가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재주는 그것입니다. 마음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그 변화에 맞게 내 일상을 조정하는 것.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해 일어나는 시간 낭비와 에너지 낭비를 최대한 줄여, 되도록 효율적인 인생을 운영하는 것. 나의 최선 지점은 언제나 이곳입니다.

사람에게는 언제나 여러 가지 얼굴이 있습니다. 나는 수많은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않습니다. 그동안 내가 취한 얼굴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 않기에. 단 한 가지 문제를 두고도 사람이 얼마나 복잡해지는 존재인지 모를 수 없기에. 나쁜 의도가 없어도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고, 나는 사람의 그런 특성 자체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이중성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얼른 해결하려고 합니다. 내 이중성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때는 더욱 착실하게 그 해결에 임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에서 나의 이중성은 누군가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이중성이 누군가에게 뼈아픈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이중성 때문에 어떤 일이 꼬여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그들이 나 때문에 헷갈리는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애쓰는 편입니다.

물론 나는 나에 대한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100%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타인에 대한 내 태도를 문득문득 점검할 수 있고, 내 나름으로 내 태도를 분명하게 해 두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열심히 하는 것이 배려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헷갈리지 않게 만들려고, 내가 내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내 태도가 변했으면 변했다고 주변에 제대로 알려야, 그들이 나로 인해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불필요한 내 변화까지 다 알릴 필요는 없어도, 그들과 관련된 내 변화 정도는 그들에게 꼼꼼하게 알리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서로 조금 번거롭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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