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 칼럼] 머피의 법칙
[전정희 칼럼] 머피의 법칙
  • 전정희 소설가
    전정희 소설가
  • 승인 2019.09.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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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

오늘은 참 운이 없는 날이었다. 좀처럼 아침잠이 없는 내가 알람을 꺼놓고 또 잠을 잔 것이다.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있었는데 약속장소는 족히 한 시간이 넘는 곳에 있었다. 시계를 보았다. 지금이라도 약속 시간을 최소 30분쯤 늦추자고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나는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가는 쪽을 택했다. 만나는 상대가 나보다 윗사람이었고 잘하면 늦지 않게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전화를 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루를 끝낸 지금에 와서 그때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나는 땅을 치고 후회를 해야만 했다.

평소에는 카카오택시를 불렀는데 오늘은 그럴 경황도 없어서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 번개같이 나갈 차비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돌진했다. 그런데 어어어, 엘리베이터가 막 문이 닫히고 있었다. 겨우 도착해 버튼을 막 눌렀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유유히 내려가고 있었다.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도 두 층 아래를 내려가고 있었다. 두 대의 엘리베이터는 동시에 내려가고 동시에 올라오고 있었는데 위층에서 누가 눌렀는지 다시 위를 향해 올라갔다. 여유가 없어서인지 그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한참을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탄 나는 버튼을 지하 3층으로 누르고 차가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지하 주차장은 많이 비어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딱 내 차 앞에 일렬주차가 된 차가 가로막고 서 있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힘주어 차를 밀었다. 아뿔사, 차가 밀리지 않았다. 매너 없이 차를 주차하면서 기어를 풀어놓지 않은 것이다. 나는 차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다가 4번인가 전화를 걸자 한참만에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결국 카카오택시를 타는 것 보다 15분은 더 지체되고 있었다.

나는 차에 타자마자 힘주어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호등이 걸림돌이었다. 정말이지 단언컨대 단 한 곳의 신호등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고 생각되었다. 아마도 내가 늦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내비게이션은 약속한 장소가 아직도 40분은 더 가야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은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안되겠다는 생각에 차가 신호등에 걸려 서 있을 때 나는 정말 죄송하다는 전화를 걸었다. 약속시간이 늦추어져서 여유가 생기자 이번에는 신호가 내가 건너면 바뀌고 있었다. 나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런데 내가 네거리 횡단번호에서 분명히 녹색신호등에 건너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좌회전 차가 나타나서는 내 차의 오른쪽 뒷문을 들이 받은 것이다. 나는 엉겁결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정말이지 눈앞에서 별이 왔다 갔다 했다. 결국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병원으로 실려 가야만 했다. 그나마 왼쪽에서 박았으니 망정이지 오른쪽에서 차가 나타났다면 나는 아마 이 글도 쓰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머피의 법칙이 지독히도 딱 맞아 떨어지는 하루였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하려는 일이 항상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 법칙은 1949년 미국의 항공 엔지니어인 에드워드 머피(Edward A. Murphy)가 충격 완화 장치 실험이 실패로 끝나자,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못된다(Anything that can go wrong will go wrong)”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 어떤 일이 갈수록 꼬이기만 할 때, 내가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나쁜 방향으로만 일이 흘러갈 때 어김없이 우리는 머피의 법칙을 외친다. 즉 사소한 선택이 나쁜 결과를 불러오거나, 좋지 않은 일들이 자꾸 반복되며 일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경우에 이 말을 쓴다.

이후 머피의 법칙은 여러 사람의 실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로버트 매튜는 빵을 9,821번 식탁 위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는데, 6,101번이나 잼 바른 쪽이 바닥에 닿도록 떨어졌다고 한다. 잼 바른 쪽이 바닥으로 떨어질 확률이 62.1%로, 우연에 의한 확률인 50%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잼을 바른 빵이 식탁에서 떨어질 때 빵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떨어지는데, 이때 거의 회전을 한다. 즉 중력과 식탁의 높이를 고려하여 계산하면 빵은 약 반 바퀴를 회전하고 떨어져서 잼을 바른 쪽이 바닥에 닿는 것이다.

또 슈퍼마켓에 12개의 계산대가 있을 때 내가 서 있는 줄이 빨리 줄어들 확률은 12/1이다. 반면 다른 11개의 줄이 빨리 줄어들 확률은 12/11이다. 따라서 내가 서 있는 줄보다 다른 줄이 빨리 줄어들 확률이 11배나 높기 때문에 내가 서 있는 줄이 가장 느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확률 값은 계산대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그 차이가 더 커지는데 확률 값을 비교해 보면 내가 서 있지 않은 줄이 빨리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의 속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거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국 쏟고 뭐 데고 아침밥 굶고 귀싸대기 맞는다”는 속담이 그것이다. 결국 ‘머피의 법칙’ 사례는 심리적, 통계적 현상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과학 법칙으로 나에게만 일어나는 재수 없는 우연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이다.

이와 반해 샐리의 법칙도 존재한다. 이 법칙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에서 생긴 말이다. 영화 초반 주인공 샐리는 계속해서 엎어지고 넘어지는 등 좋지 않은 일을 겪는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샐리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데 이후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거듭해서 일어나는 것을 샐리의 법칙이라고 명명하였다.

사람이 살다보면 분명히 하는 일마다 잘되는 날이 있고, 또 유난히 재수가 안 좋은 쪽으로 겹치는 날도 있다. 결국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면 세상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투성이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우리 삶은 행운으로 가득하기도 하다. 따라서 나에게 일어난 일을 나의 ‘운’ 탓으로 돌리지 말자. 모든 일은 나의 의지, 생각, 행동의 결과일 뿐이며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쁜 일도 좋게 볼 수 있고, 좋은 일도 나쁘게만 볼 수도 있다.

 

소설가 전정희 저서 '하얀 민들레' '묵호댁'
소설가 전정희 저서 '하얀 민들레' '묵호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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