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 시화 에세이] (8) 쓸모 없는 생명은 없다
[신성대 시화 에세이] (8) 쓸모 없는 생명은 없다
  • 칼럼니스트 신성대
  • 승인 2019.08.28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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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는 생명은 없다


얼마 전 삶다 남은 고구마 하나
검정 비닐 봉지에 남겨 두고
나중에 발견했다

아뿔싸
봄물 움트는 계절이라
그새
파릇한 촉이
붉은 몸을 빠져 나왔다

더 이상 먹지 못할 고구마
버리기 아까워
방 한쪽 빈 물병에
물을 부어 키우기로 했다

과연 제대로 커 줄까 했는데
물병 속 고구마
두 주가 흘러
제몫을 하는 잎사귀로 변했다

얼마 전 삶다 남은 고구마 하나
촉이 나서 못 쓸줄 알았는데
빈병에 물을 채워 담으니
생명을 얻었다

세상에 쓸모 없는 생명은 없다
오늘도 내 하루의
빈 물병에 물을 채운다

**

어느 3월 봄날 길거리에 야채 장사가 있어 발길 멈춰 살피다가 마침 먹고 싶은 고구마가 있어 오천 원어치를 검은 봉지에 담아 집으로 왔습니다. 속을 들여다보니 두 번은 삶아 먹어도 될 정도여서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냄비에 물을 올려 두 번을 삶아 먹고 애매하게 남은 고구마는 껍질을 깍아 생으로 먹으려고 비닐 채 두었습니다. 그렇게 두고 잊어버린 2주 후 검정 봉지를 발견하고 저게 뭐지 하고 살피니 붉은 몸에 생명이 삐져나온 새순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에잇' 하고 버리려고 하는데 눈앞에 고구마랑 맞을 물병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버리면 결국 썩어 없어질 텐데 물이나 부어 키워볼까 하고 창가에 두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 새순이 잎이 되고 잎이 줄기를 내는 것입니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문득 물병에 고구마를 보다가 "세상에 버려진 생명은 있을지언정 쓸모없는 생명은 없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명은 언제나 고귀합니다. 창가에 놓인 3월의 고구마는 8월의 막바지인 지금도 잎을 내고 또 내며 내 마음을 기쁘게 하고 있습니다. 그냥 버렸으면 기쁨을 느끼지 못했을 고구마가 제 역활을 하듯 세상에 쓸모없는 생명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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