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열의 [에세이] 이 돌팔이 의사야!
황상열의 [에세이] 이 돌팔이 의사야!
  •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08.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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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계속되는 야근과 술자리로 아랫배가 너무 아팠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예민한 성격에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장염을 달고 살았다.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 하루 이틀이면 다 나아서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2~3일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업무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좀 이상해서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다.

늘 가던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청진기로 내 배를 이리저리 검사 후 심한 장염이니까 일단 수액을 맞자고 한다. 1시간 정도 수액을 맞고 누워 있었다. 보통 이 정도면 통증은 좀 가라앉고 하루 정도 죽을 먹고 약을 복용하면 어느정도 회복이 되었으나, 이번에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죽과 약을 먹고 잤는데도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이거 뭔가 잘못된게 아닌가 싶었다. 병가를 내고 다시 동네병원에 가서 증상이 똑같다고 하니 의사가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한다! 큰 병원이라니..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 치료가 급하니까 바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근처에 있는 장염 치료로 유명한 병원을 방문했다. 배가 너무 아파서 왔다고 하니 몇가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려면 속을 다 비워야 한다고 해서 다음날 오전에 다시 오라고 했다. 회사에 양해를 다시 구하고 다음날 장검사를 위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가 아파 먹을 수도 없었지만 죽만 조금 먹고 병원에서 준 장을 비워주는 물약만 마셨다.

장검사를 받기 전에 비우는 물약을 마셔본 사람은 아마 경험해봤을 것이다. 일단 마시면 조금 있다가 화장실로 직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몇 번 그렇게 들락날락하면서 볼일을 봐야 장이 다 비워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장을 다 비우고 나서 다시 병원에 갔다.

의사가 물어본다. 겁이 많으면 수면 내시경으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편하실건데 어떡하실 거냐고. 겁많은 나는 그 질문에 당연히 오케이다. 그렇게 누워서 마취가 들어가니까 스르르 잠이 들었다. 2시간 후 마취가 깨서 일어나니 이미 검사는 끝났다고 했다. 잠깐 대기하고 있으니 결과를 알려준다고 의사가 부른다.

의사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용종이 2개 보인다고 했다. 그것이 악성인지 아닌지 다시 한번 검사를 해봐야한다고 했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하지 못해서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하실지도 모른다고 의사가 내 눈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뭐지? 이 상황은?“

일단 결과는 며칠 뒤에 나온다고 했다. 더 이상 회사를 쉴 수가 없어서 죽을 먹고 복귀했다. 통증은 조금 있었지만, 죽과 약을 먹으면서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 며칠 뒤 병원에서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결과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대장암 같아요. 악성 종양이 상당히 크네요.”

“.........뭐라구요? 암이요??”

“네.. 좀 더 조직검사를 해보면 몇 기인지 판단이 가능합니다. 그것에 따라 치료방법을 결정해 보죠.”

“네? 정말 암이에요?” (의사 선생님, 저 이제 33살이에요.....)

참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너무 놀랐지만 그냥 어이가 없었다. 암이라니. 아직 살날이 창창한데 암이라니. 이걸 뭐라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설명해야 할지 까마득했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포장마차를 갔다. 술을 마시면 안되지만, 한 잔이라도 먹지 않으면 진정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맥주 딱 한잔에 순대국을 시켰다.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는데, 밥알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건강관리를 못한 자괴감과 만약 잘못되었을 때 남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이 아니었을까.

밥을 먹고 집에 돌아가서 아내에게 조용히 말했다. 술을 조금 먹어 취기가 올랐다.

“나 대장암이래. 아직 정확한 기수는 모르는데.. 어떡하지?”

그 말을 하면서 또 눈앞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내를 붙잡고 그냥 펑펑 울었다.

“....나 죽기 싫어.” (암에 걸리면 다 죽는다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그렇게 말하고 잠이 들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회사에 출근하여 대장암 증상, 치료방법 등을 검색했다. 회사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퇴사를 해야 하는지, 돈은 얼마나 들지. 온갖 복잡한 생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일단 급한 업무는 처리했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니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다시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한 상태라 담담했다. 의사를 만나고 먼저 질문했다.

“몇 기고, 앞으로 항암치료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아직 회사에는 이야기를 못했는데.”

“저.. 환자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아..상태가 좀 심각한가 보네요. 이미 마음의 준비는 다 한 상태라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그게 아니라.. 제가 잘못 진단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똑바로 말하면 의사 양반 오늘 내손에...)

“대장암이 아니라 대장염이 심한 상태였고, 용종은 악성이 아니라 그냥 떼는 치료만 받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뭐라구요? 지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오진을 했다구요?”

“제가 다른 환자분과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일이 바쁘다 보니 실수를 했네요.”

“아니, 선생님! 사람 목숨 가지고 실수라니요. 의사 맞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야..이 돌팔이 의사야?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

결국 나는 화가 나서 큰 소리를 칠 수 밖에 없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걸 정말 가까스로 참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암이 아니라고 하니까. 조금 마음을 진정하고, 용종을 떼는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약을 처방받고 며칠 지나니 통증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석촌동에 있는 00병원 00 의사 선생님! 아직도 그런 오진을 하고 계신 건 아니죠?

일을 하다가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사람 목숨 가지고 그러는 건 좀 심하지 않나요?

제발 그런 돌팔이 같은 짓은 그만하길 기도합니다. 물론 덕분에 치료는 잘 받아서 감사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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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열 작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서툰 아재이자 직장인이다. 저서로 <모멘텀(MOME독서와 MTUM)>, <미친 실패력>, <나를 채워가는 시간들>, <독한 소감>, <나는 아직도 서툰 아재다>, <땅 묵히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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