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가지고 있는 양면
변화가 가지고 있는 양면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8.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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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제 오후에 소량의 카페인을 섭취했더니. 커피를 마신 게 아니니까, 잠자는 데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나는 새벽이 깊어질 때까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습니다. 온 마음을 모아 명상을 하고, 딴청 피우는 일 없이 책을 읽어도 졸음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푹 자고 싶었는데요. 조금 피곤했는데. 몸은 잠들기를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섭취된 카페인 때문에 각성이 되어서. 나는 내 몸과 정신이 정상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피곤하지 않고, 정신은 나른한데 나른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겪고 있는 카페인 과민증은 여름 한철의 일이 아닌 모양입니다. 회복되는 증상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나 봐요. 정확히 뭐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건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 변화가 비가역적인 변화 아닌가 싶습니다. 비가역(非可逆), 변화를 일으킨 대상이 본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일.

세상에는 일시적인 변화와 영구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영구적인 변화를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더딘 수용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첫째, 나는 내가 목격한 변화를 무시한다. 그건 변화가 아니라 우연히 일어난 오류쯤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나는 변화가 변화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런데 그것이 일시적인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다린다. 잠깐의 변동이 얼른 끝나 버리기를.

셋째,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결국 받아들인다.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래야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과거에 얽매여 오늘을 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면, 나는 과거를 붙잡고 있던 손아귀 힘을 푼다. 소중한 뭔가가 변치 않길 바라는 마음보다는 하루하루, 순간순간 충실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언제나 더 크니까. 더는 유효하지 않은 과거의 사실에 따라 오늘을 살면, 오늘의 내가 위태로워질 수 있으니까.

되돌릴 수 없는 변화, 불가역적인 변화가 나는 왜 두려웠을까요. 두려웠으니까 최대한 부정하고 외면했을 건데. 생각해 보면, 나는 상실이 두려워서 변화 자체를 꺼렸던 것 같습니다.

뭔가가 변한다는 것은 뭔가가 상실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 동시에 새로운 뭔가가 시작되는 일이기도 하죠. 그런데 나는 변화의 한쪽만을 바라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변화는 그냥 뭔가를 잃어버리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친숙한 것을 잃는다는 사실에 정신 팔려, 어떤 새로운 일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 쪽으로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여 나는 언제나 변화를 두려워하고, 피하고자 하고, 외면했습니다.

삶이라는 게, 내가 사랑한 것들을 하나씩 빼앗아 가는 약탈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삶 자체에 부정적인 감정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것들을 사랑하기 전에, 삶이 내게로 그것들을 가져다주었는데요. 나는 삶이 나에게 기쁨을 줄 때만 삶을 사랑했습니다. 삶 입장에서는 내가 얼마나 괘씸했을까요.

나는 여전히 이런저런 변화 앞에 몸을 움츠립니다. 변화가 가지고 있는 양면을 골고루 봐야 하는데. 당장의 상실감 때문에, 또 방어 자세를 취하고 마는 것입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세월은 내 삶을 꾸준히 변화시킵니다. 이쪽으로 무언가를 가져다 놓고, 이쪽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가는 세월의 손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예고도 없고 위로도 없이 나에게 인연을 선물하고, 내 인연을 거두어 가는 세월. 나는 여전히 세월에게서 세월을 배우고 있습니다.

세월은 그 자신의 행동으로 나에게 말합니다. 영원한 너의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너는 이 세상에서 충분히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다. 소유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과 즐겁게 관계 맺으며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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