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외로움과 중독
[단상] 외로움과 중독
  • 황상열 작가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08.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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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첫날 아버지의 강요로 예기치 않게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광명에서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서울에 있는 학교를 가야 더 잘될 수 있다고 하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이미 상황은 끝난 상태였다.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어머니의 말씀에도 아버지는 확고했다. 전학간 날부터 경기도 촌놈이 왔다고 친구들이 놀렸다. 그때도 마르고 체구가 작았던 나는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맞기도 했다. 왕따까지 아니지만 그런 따돌림을 받다보니 외향적인 성격이 내성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일을 시작하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3살 터울 여동생과는 맨날 티격태격했다. 그녀는 나를 피해 밖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혼자서 만화책을 보거나 비디오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너무 외로워서 죽을 것 같았다. 대화할 사람도 없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외로움을 채워주었던 유일한 친구가 책과 영화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 인물과 이야기하고, 영화를 보며 그 인물에 내 감정을 대입했다. 가끔 친하게 지내는 몇 명의 친구들과 농구나 축구도 같이 했지만 그 공허함을 다 채우진 못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그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매일 술을 마시고, 사람을 만났다.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자유로운 학교생활이 가능하다 보니 너무 신났다. 아버지와 반목으로 집에 가기 싫어 동아리나 과방에서 선배와 동기, 후배들과 거의 매일 붙어다니며 술을 마시고 당구치러 돌아다녔다. 사춘기 때 매일 반나절은 혼자 있는 것에 질려서 어떻게든 약속을 잡아 사람을 만났다. 그 외로움이 너무 싫어서 누구라도 만나야 마음이 편해졌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시면서 쾌락을 찾았다. 마시다 보면 외로움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것이 중독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가족이 있어도 항상 혼자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늘 공허하고 허전했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매일 저녁 친구와 지인들을 바꾸어가며 만나 술을 마셨다. 그들과 술잔을 부딪히면서 신세한탄과 불평불만을 터뜨리다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나 그 마음도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뿐이지 헤어지고 돌아가면 또 우울해졌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친구삼아 마셨는데, 그것이 오히려 중독이 되었다. 마실때는 좋았지만, 그것이 지나칠 때는 나에게 독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

누군가에게 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술 말고도 SNS에도 한참 빠져지냈다. 친구들과 노는 사진, 환하게 웃는 내 모습을 찍어 SNS에 올려 놓고, 댓글과 공감이 많으면 많을수록 위안이 되었다. 외롭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서 이렇게라도 SNS상에서 타인의 관심을 받아야 직성이 풀렸다. 남들보다 소개팅을 많이 했던 것도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또다른 해결책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있는 지금도 여전히 외로움을 느낀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데 뭐가 외롭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말도 맞지만, 내 성향상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좀 남아 있다.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좋은 쪽으로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알콜중독과 SNS중독으로 그 공허함을 채우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명약으로 더 이상 외로움을 방치하지 않으려고 한다.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외로움과 중독의 연결고리를 끊고 풍성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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