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 마지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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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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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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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몇 달,몇 주 그리고 며칠

“얼마나 남았죠?”

절박한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을까? 예후는 환자가 얼마동안 아플지, 얼마동안 생존할지에 대한 전망인데, 환자가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더 정확해진다. 하지만 어떤 의사도 몸이 언제, 그리고 어떻게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죽음은 모빌을 움직이게 하는 바람처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바람이 살살 불어오면 모빌 조각이 하나 움직인다. 조각하나가 움직이면 연쇄적으로 다른 조각도 차례로 움직이면서 돌아가기 시작한다. 바람이 다 지나간 뒤에도 모빌은 한동안 더 돌아가다가 서서히 멈춘다. 사람의 몸은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게다가 똑같은 몸은 하나도 없을 만큼 저마다 달라서 같은 질병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발현된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고통점이 늘고 증상도 비슷해진다. 결국 익숙한 거리를 지나는 것처럼 죽음의 순간을 환히 예측할 수 있다. 언제나 마지막이 있다.

우리는 죽음을 정확하게 답변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병원에서 폐암말기로 전신에 암이 퍼져있어 6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도 통증이나 고통을 호소하지 않고 잘지내고 있다. 특별한 통증도 없다고 한다. 반면에 특별한 질병없이 건강하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이러하듯 죽음은 알 수 없이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의 영혼을 훅~하고 낚아채어 가는 것 같다.

죽어가는 사람을 오래 지켜보면 자꾸 오그라드는 게 느껴진다. 살이 빠져서 수척해졌을 뿐만 아니라 몸에서 기가 빠져나간 것 같다.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갈증을 느낀다. 그렇다면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도 갈증을 느낄까? 배가 고플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임종을 앞둔 환자는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아야 오히려 더 편안하다. 그들도 때로는 갈증을 느끼지만, 물이나 음료가 그들의 갈증을 해소 주지 못한다. 임종환자가 일주일 이상 전혀 먹거나 마시지 않아도 갈증이나 통증을 호소하지 않고 오히려 평온하게 죽음을 맞는 모습을 간호사와 의사는 수도 없이 목격한다. 임상적으로 탈수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때로는 정맥 주사제를 맞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

탈수 상태가 왜 도움이 될까? 환자는 억지로 먹으려 할 때마다 구역질이 나거나 통증을 느끼거나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다. 콩팥과 삼장은 여분의 수분을 점점 더 처리하지 못한다. 탈수 상태가 되면 이런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종양 주변도 덜 부풀어 올라서 통증이 줄어든다. 환자는 흔히 식음료를 끊은 뒤에 몸과 마음이 더 편해지고, 죽을 때도 더 평온하다.

무익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상심한 배우자난 자식에게 무력감과 죄책감을 야기한다.

버지니아 모리스는 용어부터 바꾸자고 호소한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낼 때 우리는 '플러그를 뽑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죽을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과도한 기술과 침습적 치료에서 환자를 '해방시켜주는 것'입인다 죽을 자유를 주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돌보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무익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한 결절을 내릴 경우에 가족간의 불화가 야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시간들을 미리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죽을 때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깨어 있음과 잠듦을 구분하는 경계는 우리가 자의적으로 그은 선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개 깨어 있지 않지만, 그들의 의식 상태가 어떤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혼수상태인 사람은 뇌간유발반응 청력검사에서 정상으로 나타난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은 방에서 이뤄진 대화를 기억한다. 그러니 환자가 늘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라. 죽음이 임박하면 체온 조절 기능이 망가진다.

체인스토크 호흡(무호흡-汰호흡-깊은 호흡- 과호흡)일정하게 반복, 비오호흡(무호흡과 과호흡) 불규칙하게 반복된다.

죽음을 앞두고 참으로 멋지고 복잡하고 소중한 복합 시스템인 신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각 부분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전체 시스템의 항상성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각 시스템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다른 시스템을 건드린다. 심박동수와 호흡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또는 불규칙하게 변한다.

죽어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안전하다.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

혼수상태인 사람이 마지막에 없어지는 것이 청력이라고 한다. 우리는 환자들이 듣지못한다고 생각하여 그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한다. 비록 그들이 깨어나 우리에게 말을 하지 못할 지라도 늘 내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죽어가는 과정이 아프지 않을 것이라니 다행이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그들이 아플까봐 무척 걱정이되었다. 그 동안 오랜 병마에 시달렸는데..죽어가는 순간만큼은 아프지 않고 평온하기를....

죽음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오랜 순간에 걸쳐서 이뤄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된다. 오랜 병마에 시달린 후에 찾아오는 죽음은 호흡을 통해 알 수 있다. 호흡이 불규칙해지면서 몇 초 동안 숨이 멎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숨이 멎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그렇게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다가 결국 멎는다. 결국 호흡 중추의 마지막 명령으로 얕게 한 번 더 쉬고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반의어로,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쪽이 득세하면 다른 쪽은 꼼짝도 못한다. 아마도 삶과 죽음은 완전히 별개라서 모든 일이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죽고, 매 순간 새로운 자아로 거듭난다. 내가 두려워할 때는 이 제한 된 자아 즉 육체와 정신의 혼합체인 자아,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아가 두려움에 떠는 것이다. 변화의 큰 파도에 대한 내 통찰은 눈을 번쩍 뜨고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일순간 바라본 것과 같다. 그러나 통찰은 사물이 어떻게 딱딱 들어맞는지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한다.

어떤 내가 죽을 것인가? 모든 것이, 그야말로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변하는 이 순간은 그 어는 순간보다 미스터리하고 강렬하다.

죽음에 대하여...그리고 환자들이 겪는 죽음의 순간에 대한 궁금증들이 해결되는 시간이었다.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신경을 집중해서 읽었다.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환자들은 어‰F게 죽음을 맞이할까...그들의 육체적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궁금하였다. 그들이 이제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 곳이 어떤 곳일지는 나도 날 잘 모른다. 나도 죽어보지 못해서 알 수 없다. 다만 가끔씩 사후의 세계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나는 죽어 천국에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보고 싶고 그리워하던 이들을 그 곳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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