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그랬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고등학교 선후배와의 관계는 애인 이상의 수준이었다.
집도 대학교 근처라 후배들을 피할틈도 없고 매월 월급의 절반이
후배들 입으로 들어갔다.
만나서 특별히 하는 것도 없고 그저 술먹는 일인데
그렇게 자주 만나도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세상을 다 가진듯 했다.

학교다닐적에도 다녔던 MT지만 날씨가 더워지면 더 신경써서
MT를 준비해서 동문 후배들과 떠났다.
주로 가는 곳은 대성리였는데 지금이야 모텔이나 기타 숙박시설이
잘 갖춰 있지만 그때는 넑은 공터에 양계장을 개량해서 만든듯한
일직선상으로 뻥 뚫린 넑은 방이 전부였다.

주류회사에 다니던 동기는 소주와 맥주를 준비하고
나는 집앞에 있는 돼지갈비 집에서 돼지갈비를 준비한다.
기타 먹을거리나 주전부리는 후배들이 준비해서 대성리로 향했다
동기에게는 프라이드 차가 있어 나는 그 차를 타고 이동했고
그 외 후배들은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럴 때는 열차여행이
더 재밌기는 할텐데 짐이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덩치 큰 동기의
운전으로 대성리로 출발

십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고 낮에는 축구장에서 땀 뻘뻘 흘리며
축구 한판하고 저녁시간이 될 즈음 슬슬 저녁준비를 한다.
돼지갈비 구울 숯과 석쇠를 준비하고 후배들은 상추, 마늘, 기타 음식들을
준비해서 다 익지도 않은 돼지갈비를 먹으면서 즐거워 했다.
그 당시가 한창 과일소주가 인기였던 때라 동기가 소주와 과일소주,
맥주를 많이 준비해와 흥청망청 저녁시간을 길어졌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이동식 생맥주
생맥주 통과 탄산가스 그리고 맥주를 따르는 기계등을 동기넘이
준비해와 우리는 생맥주도 즉석에서 즐길 수 있었다.

동기넘도 그리 술이 세지 않은데도 분위기에 취해 얼큰해졌고
후배들도 마찬가지로 얼큰한데 후배 한명이 동기놈 차 내부
사이드 브레이크에 그만 먹은 음식을 확인시켜 주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차 내부 구석구석 파고들은 그 분비물의 냄새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다들 그 넓은 방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광경은 가관이었다.
무슨 시체처럼 포개져 자는 사람들
일찍 일어나서 라면 끓여먹는 사람들
얼굴 벌개서 바깥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거기에 여기저기 피자 여러 판이 펼쳐져 있었는데 크기를 보니
먹성 좋은 내 동기놈이 저질러 놓은 피자로 추정된다.

어떻게 세차를 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일을 저지른 그 후배는
두고두고 우리의 안주거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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