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소재 국산화, 러시아 원천 기술 '기회의 시간' 많지 않다
[칼럼]소재 국산화, 러시아 원천 기술 '기회의 시간' 많지 않다
  • 이철태 동덕여대 특임교수
  • 승인 2019.08.0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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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초고순도 불화수소 공급을 중단한다고 한다. 불화수소는 유리 세공, 고 옥탄가 휘발유, 로켓 연료, 테플론 의 제조, 우라늄 농축공정 등 다양한 용도에 사용된다. 그러나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에만 필요할 뿐 그 외의 용도에는 적절하지 않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입히겠다는 경제보복 수작임이 분명하다. 대책의 하나로 러시아로부터 해법을 찾겠다고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러시아산 불화수소에 대한 검증이 없었기에 신중한 입장들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기술을 바라보는 한국 기업인들의 생각은 무엇인가? 생각이라기보다는 기대감이라 표현함이 더 나을 것이다. '러시아가 소재 기술을 가지고 있고 연구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의 우리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추가된 정보를 확보하거나 그 이상의 기대를 하지 않으려 한다. 과연 그럴까? 이러한 생각은 단견이며 러시아기술에 대한 정보부족임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하나의 제품이 양산되어 소비자의 손으로 들어오기까지 거쳐야할 통과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 아이디어의 실용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나 실험이 대학 또는 연구소에서 이루어진다. 아마도 러시아에서 이루어진 기술이라는 것이 여기까지 단계의 것일 가능성이 많다. 일본의 소재산업의 역사가 100여년이 되었다. 하나의 소재가 연구단계에서 양산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 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고 건너야할 계곡이 많다. 기초기술이나 원천기술은 이 산과 계곡을 넘고 건너야 하는 과정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할수도 있고 기술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연구의 결과물에서 양산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나 방법 또는 전략은 또 다른 형태의 톱 하이 테크놀로지(top high technology)이다. 러시아기술을 접히는 다수의 한국 기업인들은 러시아 기술이 이 같은 양산화 과정을 거친 완제품이거나 또는 아주 조금의 처리를 함으로 얻을 수 있는 반제품으로 생각한다. 마치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 얹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냉동 피자 수준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감으로 러시아로부터 신제품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의 기회를 놓친 적도 많다. 우리 기업이 반도체 또는 디스플레이산업에 관한한 세계1위의 기업이다. 그러나 핵심 소재가 일본 등지로부터 공급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되어 버리는 이 사태도 이러한 관점이 간접적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었던 1962년은 한국의 경제발전 전환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퀀텀 점프하는 경제발전을 해왔다. 그동안 우리는 소위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를 하지 못했고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였다. 기초기술의 연구보다는 양산화 기술개발에 주력하였고, 손쉽게 소재공급을 받을수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소재국산화를 위한 투자금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소재선진국으로 부터 손쉬운 소재공급이 아편과 같음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학 소재, 특히 고순도 화학 소재는 아이디어나 특허만으로 생산될 수 없다.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제조를 위해서는 불순물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증류(distillation)기술, 완벽한 설비와 오랜 경험을 가진 숙련된 전문기술자가 필요하다. 무조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러시아엔 이 초고순도 불화수소 제조에 40년 이상 경험을 가진 기술자가 이를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조속히 이용해야할 러시아의 기초기술은 연구 개발품이지 양산 생산품이 아니다. 러시아의 기초기술에 우리의 양산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기술에 근거하는 독자적인 세계적 국산품을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초소재 연구를 위한 노력과 투자를 더 이상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된다. 허지만 양산화를 이루어 놓은 기존 제품들에 대한 소재나 원천기술 부족의 덫은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특별한 방법이 없다면 스스로 우물을 팔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맨 땅을 파본다고 언제나 샘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며 정처 없는 길이 될 수밖에 없다.

차선의 방법은 그 원천기술을 외국으로 부터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기초기술이나 원천소재 기술을 내어줄 나라는 없다. 다만 그러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현재의 지정학적 국제관계나 역사적 관점에서는 러시아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가져와야 할 기술은 러시아의 기초기술이나 원천소재기술이며 훌륭한 완성품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양산제조기술이 필요한 것들이다. 더 이상 러시아의 원천소재기술이나 기초기술을 대상으로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식으로 당장에 이윤을 기대하는 성급한 실수를 범해서는 아니 된다. 또한 러시아로부터 이러한 원천 소재기술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철태 동덕여대 특임교수, 지식재산교육센터장 /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과대학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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