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뚜막과 아랫목
부뚜막과 아랫목
  • 억수로빠른 거북이
    억수로빠른 거북이
  • 승인 2019.08.0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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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온도

부뚜막과 아랫목

저는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습니다.

그래서 펄펄 끓는 체로 나오는 뚝배기에 담긴 음식이나

식탁에서 끓여 먹는 음식들을 먹고 나면 항상 혀는 데어서 까끌까끌하니

내 혀가 아닌 것 같고 입천장은 홀라당 벗겨져 있습니다.

칼국수나 수제비 같은 경우도 들어서 식혀 먹을 앞접시가 꼭 필요하고

하물며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어묵도 국물을 한 모금 먹기 위해서는

미리 국물을 종이컵에다가 들어서 한 참을 식혀야 조금 마셔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열에 아홉은 입을 데어서 입천장이 벗겨지고 혀는 까끌까끌 해 집니다.

이렇다 보니 식당에 식사를 하기 위해 갔을 때

뚝배기에 담아서 펄펄 끓고 있는 체로 나온다면

숟가락으로 한 참을 이리저리 뒤적여서 식히고

또 앞접시에다가 들어먹어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이 간 직원들 보다 식사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직원들은 천천히 먹으라는데 눈은 전부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천천히 먹는 저도 편한 마음은 아니구요.

그런데 뜨거운 음식일 경우 맛도 제대로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그냥 뜨거운 느낌 만 있고....

하다 보니 처음 나왔을 때 싱거운 것 같아 소금이나 새우 젓 같은 걸로

간을 맞추고 먹게 되는데 뜨거울 때는 잘 모르다가 어느 정도 식게 되면

내가 소금을 이렇게 많이 넣었던가 싶을 만큼 짠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차게 먹는 음식들도 그렇습니다.

냉면에다가 육전 쪼가리(?)라도 하나 올라가면

냉면의 찬 온도에 육전의 식용유가 응고 되어 기름 냄새가 나서

냉면의 맛을 해치게 되고,

잔치국수는 시원하게 먹으라고 아주 찬 육수에 면을 담아 내면

면은 뻣뻣해지고 밀가루 냄새가 올라옵니다.

또 고소하라고 한 바퀴 둘러준 참기름은 응고되어 국수와 따로 놀고

입술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래서 음식에도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온도가 있는 가 봅니다.

커피도 바로 나왔을 때보다는 적당히 식어 칠십 몇도(?) 정도가

맛과 향을 제일 잘 느낄 수 있고,

차게 먹는 맥주는 5도(?) 정도 그 어디쯤 인 것처럼 말입니다.

옛날, 어머니들은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할 때면

펄펄 끓는 국을 그릇에 담고는 밥상에다가 바로 올리지 않고

밥을 하느라 따뜻해진 부뚜막 솥전에다가 잠시 올려두었다가

어느 정도 식으면 상에다가 차려냈습니다.

학자들 말로는 국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온도가 70도(?) 그 어디쯤인데

밥을 하느라 따뜻해진 부뚜막의 솥전 온도와 거의 일치한다고 합니다.

또한 겨울에 가족을 위해서 아침에 한 밥을 양푼에다가 담고 뚜껑을 덮어

아랫목에다가 이불 같은 걸로 잘 덮어두면 점심 때에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데

그 온도가 50도(?)전후 그 어디쯤 되는데 밥 맛을 잃어버리지 않는 온도랍니다.

어차피 먹는 음식 이왕이면 가장 맛있는 온도에서 즐기면 좋지 않을까 하여

주절주절 적어 보았습니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찬 게 아닌 음식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그 어디쯤의 온도를 찾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실상은 직원들이랑 식사하러 갔다가 뜨거운 음식 먹으러 가서는

입천장이 다 벗겨져서 오고,

날이 더워서 시원하게 먹으러 갔던 냉면이나 국수는 밀가루 냄새와 기름기 때문에

영 실망하고 오다보니 화(?)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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