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모으기 운동 때 외할머니의 옥반지
금 모으기 운동 때 외할머니의 옥반지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8.02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 모으기 운동이 일어난 시절, 우리 집에서도 가보 몇 가지를 국가에 내놓았다. 우리 집이 잘 사는 집은 아니었기에, 대단한 가보 같은 건 없었지만, 집안 어르신들은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꼭 여며 둔 주머니를 열었다. 그때 외할머니의 옥반지를 보았다.

옷장 깊숙한 데서 복주머니를 꺼낸 외할머니가 그 안에 있던 귀중품들을 내놓았는데, 내 눈에 옥반지가 들어왔다. 고대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옥반지 같은, 그런 옥반지였다. 무늬 하나 없고 투박하지만 그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눈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 날 이후로 그 옥반지를 다시 본 일은 없다. 외할머니가 아직 그 옥반지를 가지고 계시는지도 모르고. 그런데 그 옥반지 생각이 한 번씩 났다. 반지가 탐이 나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색깔을 다시는 본 일이 없어서였다. 어떻게 반지 색깔이 그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현대의 옥반지에서는 그런 색깔이 결코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만약 내가 보석상이라면 그 반지의 가치를 아주 높게 매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그 값어치가 엄청나다고 생각된 것 가운데 으뜸이 외할머니의 옥반지였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스럽지 않은 민무늬 옥반지일 수 있어도,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것은 값을 매기기 어려운 보배였다. 거기에 사연까지 있다면 그 가치가 배가되지 않을지.

작년,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보면서 나는 다시 외할머니의 옥반지를 떠올렸다. 약 20년 전,국가 부도 위기를 넘긴 원동력의 8할 이상이 국민에게서 나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금된 금이 부채 상환에 큰 기여가 안 되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럼에도 금 모으기 운동은 대단한 운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라에 국민이 없다면 나라의 빚을 어떻게 갚겠는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어도, 나는 여전히 국민이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 근본 자리를 귀하게 여겨야 그 나라가 진정으로 오래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국민은 소비자와 노동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국민이다.

파이낸스투데이는 칼럼니스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하는 전문적인 정보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하는 '전문가 칼럼'을 서비스합니다. 전문가 칼럼은 세상의 모든 영역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들로 구성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칼럼입니다. 칼럼 송고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gold@fntoday.co.kr 로 문의해 주세요.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