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맥주 한 잔의 유혹..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유혹..
  • 알짬e
    알짬e
  • 승인 2019.08.0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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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이 아니라 몇 병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이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흔들렸던 부분이, 흔들리게 했던 것에 특히 약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나를 흔들리게 했던 것으로는 돈, 사람, 희망, 물욕, 술, 욕심 등 아주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 중 오늘의 미션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래의 이미지를 보는 순간 이것으로 해야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맥주'입니다.

위 이미지에서 기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아마도 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밭에 고랑을 파고 거기에 맥주병을 묻고, 가을이 되면 맥주가 주렁주렁 열리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 저 분, 너무나 행복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맥주를 엄청 좋아합니다. 술이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날이라 하더라도 맥주가 있다면 마실 정도입니다. 맥주를 사양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소주는 마시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소주가 서민의 술이라 하여 우리나라 애주가들에게 가장 친숙한 신의 음료이기는 하지만, 몸이 소주를 받아주는 때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가끔…

지금까지 맥주를 많이 마신 적은 2번 정도 있습니다. 모두 대학생 때의 일이라 25년에서 30년 정도는 된 일입니다.

한번은 친구들과 생맥주를 마셨는데 500cc 기준으로 10잔을 마셨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맥주를 마실 일은 거의 없습니다. 비쌌기 때문에 주로 막걸리를 마셨는데 그 날은 무슨 특별한 날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또 한번, 이 때도 대학 다닐 때입니다. 저는 대학을 형님 댁에서 다녔습니다. 형수님이 해 주시는 밥을 먹고 다녔지요.

형님 댁 근처에 저와 상황이 똑 같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와는 가끔 밤에도 만나서 술을 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으니 모두는 아니다 하더라도 많은 부분을 서로 이해하고 있던 사이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그 날도 동네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만났습니다. 카프리라는 맥주가 처음 출시되었을 즈음인데 처음 나온 술이고 또 병뚜껑을 오프너로 따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돌려서 따는 것이 신기해서 (제 기억에는 병뚜껑을 손으로 돌려서 따는 맥주는 카프리가 처음이었습니다.) 카프리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안주 하나에 카프리 몇 병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근데 이 맥주가 너무 산뜻한 겁니다.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더라구요. 이렇게 한 병 더, 한 병 더 하다 보니 편의점 앞 파라솔 탁자 위에 카프리 맥주병이 가득했습니다.

그날 카프리 맥주 값은 대충 5만 원 정도(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일이라)… 맥주를 5만 원어치나 먹다니 누가 알면 화를 낼 만한 일입니다. 93~95년 사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 카프리가 얼마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1병에 1,000원 정도 했다고 치면 50병이나 되는 금액입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 황당함을 나누면서 계산을 마치고는 헤어졌습니다. 그 때 그 돈이 주머니에 있었던 것 보면 그 날도 뭔가 특별한 날이었던가 봅니다.

지금도 맥주는 아내의 지청구를 들어가면서도 열심히 마시고 있습니다. 어제도 야근하고 캔맥주 1캔을 마시면서 퇴근을 했습니다. 물론 아내는 모릅니다.

커피믹스는 나도 모르는 손이 가는 유혹이고, 맥주는 제가 스스로 찾아 다니는 유혹입니다.

세상의 모든 유혹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이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이번 주말, 고향에 있는 친구에게 놀러갑니다. 그 친구 사무실 냉장고에는 항상 맥주가 들어 있습니다.(모임 등에서 남은 맥주를 가져다 놓은 것인데 그 친구는 맥주를 마시지 않다 보니 항상 맥주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몇 달을 들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냉장고 속 맥주는 항상 시원합니다. 더 이상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벌써부터 친구 사무실 냉장고 안 시원한 맥주를 마실 생각을 하니 즐겁습니다. 토요일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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