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외 갈매기' ··· 산울림 소극장 공연 성공리에 막내려
연극 '외 갈매기' ··· 산울림 소극장 공연 성공리에 막내려
  • 신성대 기자
    신성대 기자
  • 승인 2019.07.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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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 한마리.

그곳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인간들의 사랑과 삶의 이야기!!

 

[연극 / 외 갈매기] 배우들이 열연하는 모습. 모든 시선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쪽만 바라보는 애절한 외 사랑 같았다. 사진 제공 = 극단'공연창작소 공간' 

[신성대 기자] 30년 동안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좋은 무대만을 고집해온 산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극장공연창작소 공간』이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를 <외 갈매기>로 재구성한 작품이 올려졌다. 외롭게 살아가는 인간을 한 마리의 갈매기로 비유해 주제를 던지는 작품으로 <외 갈매기>를 연출가 박경식이 각색까지 맡으며 지난 7월 10일부터 시작해 7월 21일 마지막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늘을 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듯 최선을 다해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가 좋다”는 마샤를 향해 뜨레쁠레프는 “그저 촌구석에서 날고 있는 측은하고 초라한 갈매기일 뿐” 이라며 짜증내듯 말하는 장면이 이 연극의 전조는 극의 중심을 건드리는 키워드가 되었다.

결국 한 마리의 갈매기나 수많은 날개 짓을 하며 바다에 몰려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어쩌면 자신의 삶을 위한 부단한 날개 짓이고 그렇게 살기위한 그 발버둥이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하는 숙연한 동의를 하게 만들었다.

연극 「외 갈매기」는 세상에 없던 형식으로 예술적인 성취를 이뤄내겠다는 뜨레쁠레프,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젊은 여배우의 등장을 시기하는 아르카지나, 메드베젠코와 결혼하고서도 뜨레쁠레프를 향한 연정을 품은 탓에 조금도 행복하지 않은 현재를 사는 마샤, 어딘가에 있을 화려하고 재미있는 삶을 동경하는 니나 등이 등장한다. 전통적인 희곡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체호프만의 기법이 두드러진 이 작품에는 러시아 시골 영지의 일상이 첨예하게 묘사되어 있다.

매력적인 유명 여배우인 아르카지나는 오래전 남편과 헤어지고 연하의 유명 작가 트리고린과 연인 관계를 맺고 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구두쇠이다. 아르카지나의 아들 뜨레쁠레프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준비한다. 어머니를 위한 특별한 공연이다. 한편 니나는 아르카지나와 함께 연극을 감상했던 작가 트리고린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여배우가 되려는 야망과 유명 작가에 대한 동경이 기이한 애정으로 변한 것이다. 니나는 결국 여배우가 되지만 트리고린과 헤어지게 되고 순탄치 않은 생활로 삼류 배우로 전락하고 만다. 뜨레쁠레프는 니나에게 과거를 잊고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애원하지만 이미 몸과 마음과 망가진 니나는 그의 사랑을 거절한다. 결국 뜨레쁠레프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30년 동안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좋은 무대만을 고집해온 산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공연창작소 공간'이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를 <외 갈매기>로 재구성한 작품이 올려졌다. 출처 = 산울림 소극장

무대를 넘나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열 명의 주요 인물 및 내면에 자신만의 갈매기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어긋나는 사랑의 다양한 양상’을 포착하게 된다. 모든 시선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쪽만 바라보는 애절한 외 사랑 같았다. 그래서 홀로 나는 외 갈매기의 부단한 날개 짓처럼 더 외롭고 아팠다. 그럼에도 극의 흐름은 연결고리를 자를지 않고 ‘새로운 형식과 예술을 추구하는 세대’와 ‘기존의 형식을 고수하며 기득권을 누리고자 하는 세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각색된 작품을 그대로 올린 듯한 연출가 박경식의 각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외 갈매기>를 통해 체호프 예술 세계의 특질을 온전하게 읽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매개로 19세기 말의 리얼리즘과 20세기 초의 모더니즘이라는 두 문화 패러다임의 접점에서 생겨난 동시대의 새로운 사상적·미학적 상황도 감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아가서 21세기 문화 패러다임 아래에서의 체호프 예술 세계의 다양한 미학적 변용 가능성도 감지할 수 있었다.

연극 마지막에 자살한 뜨레쁠레프를 떠올리며 마샤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던 그 순간의 대사가 마음을 흔들었다. “아무 관심을 못 받아도 최선을 다해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 마치 그것이 자신의 사명인 듯 날고 있는 갈매기처럼 외롭고 불행해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지 않을까?”는 우리 자신을 퍼뜩 돌아보게 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연극의 막이 내리고 무대에 배우들이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어도 머릿속에 담긴 말이 가슴에 남았다.

‘나는 외롭고 힘든 그럼에도 나의 삶의 의미를 누리는 내 사명의 날개 짓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원작의 흐름은 유지하며 동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로 각색한 무대가 더욱 의미 있는 작품으로 21세기 문화 패러다임 아래에서의 체호프 예술 세계의 다양한 미학적 변용 가능성도 감지할 수 있었다. 오랜 여운을 남긴 연극 <외 갈매기>가 이번 초연이 아닌 더 많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앙코르공연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연극 [외 갈매기] 공연을 마치고 배우 정동환과 출연배우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극단 '공연창작소 공간'

한편 처음부터 끝까지 객석에서 <외 갈매기>를 관람한 베테랑 배우이자 연극계의 대부인 배우 정동환은 한참어린 후배들을 격려하며 선배 배우로서 바라본 연극에 대해

“마치 외국작가가 각색을 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갈매기는 여러 각도로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각색을 해가지고 할 줄은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그 각색을 여기 후배 배우들이 살아있는 인물로 잘 표현을 해주어 너무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빼고 더할 것도 없을 정도로 좋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이 작품의 각색과 연출은 박경식이 맡았고 출연 배우는 정승민, 장영주, 조현철, 이찬후, 김승은, 강다형, 정연주, 강우람, 신익훈, 박귀례, 이소라 등이 열연을 펼쳤다. 이밖에 조연출 박상은, 음악감독 김방선, 무대디자인 김한신, 의상디자인 황수지, 조명디자인 김대희, 그라마트루기 황지영, 그래픽 김승수 등이 각각 맡았다.

 

신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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