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가
사람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가
  • 박다빈
    박다빈
  • 승인 2019.07.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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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그때 그 사람' 같지 않은 때가 있다. 과거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 된 사람을 보면 한 번씩 기분이 오묘해진다. 누군가에게는 나도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사람 진짜 그 사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

미세하거나 점진적인 변화는 잘 감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면서도 그 사실에 무감각할 때가 많다. 주변의 누군가가 언급해 주고 나서야, 우리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조차 놀랄 만큼 급진적인 변화를 스스로 일으킨다. 개인적인 변화를. 이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변화를 시시각각 느낀다. 변화의 크기가 크고 그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도 우리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아무튼 사람은 변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늘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있지만, 정말 늘 그대로인 사람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을까. 껍데기만 자꾸 변하고 사람의 알맹이는 그대로일까. 아니면 껍데기도 변할 수 있지만 사람의 알맹이도 변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두 가지 모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가면을 바꿔 쓰듯 자기 껍데기만 바꿀 수도 있고,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할 수도 있다고.

나는 성선설(性善說)을 믿는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자기 알맹이를 바꾸는 일이 본성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본성은 언제나 가장 선하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가 없으니까.

사람이 자기 알맹이를 바꾼다는 것은, 자신이 자신의 훌륭한 본성을 펼치고 살게끔 본인 내부를 정돈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이게 내가 가진 가장 큰 희망이고, 인간 존재에 대한 최후의 희망이다. 사람을 나무에 비유할 때, 뿌리가 썩은 나무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

현재의 나보다 과거의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간혹 만난다. 현재의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내가 겪은 변화가 진정한 변화였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 나는 이제 그런 사람들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애원 같은 설득도 하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이 고여 있는 내 발자국이 나라고 말하는 사람들 손목을 흔들지 않는다. 그들의 손목은 무엇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어서. 내 힘으로는 그들의 고개를 돌릴 수 없을 것이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어떤 모습이었다. 내가 과거에 취했던 어떤 모습. 그들의 실제 관심사는 나라는 인간이 아니었다.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생각해야만 마음이 편해서, 그들은 내가 어떻게 변하든 내 변화를 부정할 것이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내렸으니, 내 쪽에서도 내 나름의 선택을 내려야 했고, 나는 그들을 떠나기로 했다. 서로가 서로의 현재를 놓쳐 버린 관계는 언제라도 깨질 것이어서. 서로가 서로의 오늘을 믿어 주지 않는 관계.

3.

3주 전쯤이었다. 작년에 내가 쓴 일기들을 쭉 읽어 보았다. 지금 내가 가진 생각과는 아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자기 하루에 대해 써 놓은 글을 차근차근 읽어 보았다. 1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둘은 너무너무 다른 사람들. 해마다 예전 일기를 읽어 보는데, 매년 똑같은 기분을 느낀다. 과거의 나는 오늘의 나와 너무 다르다. 여러모로.

그러니 과거의 나를 찾는 사람 손을 내가 잡을 필요는 없는 것이겠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찾고 있으니까. 한때 존재했지만 더는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부재하는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 타인이다. 나를 찾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내 위치를 알릴 필요는 없는 것이겠다. 나를 찾지 않는 사람을 굳이 마중 갈 필요는 없는 것이겠다. 애초에 나를 찾지 않는 사람이 나를 그냥 지나쳐 간다고 상심할 필요는 없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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