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5) 인간은 여전히 유목민으로 살고 있다
[이주상의 미래 모빌리티 세상] (15) 인간은 여전히 유목민으로 살고 있다
  • 이주상 칼럼니스트
    이주상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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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매우 까마득한 2008년 이맘때, 나는 당시에 뉴욕에 있었다(엄밀히 말하면 집은 뉴저지였고 학교가 맨하탄에 있었다). 가족들과 같이 보스턴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한 친구가, 모임에서 캠핑을 가는데 여정 중간장소이니 가는길에 캠핑을 해보자고 권유했다. 딱히 거절할 핑계가 없어서 함께 하기로 했지만, 우선 나는 캠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찬 기운이 올라오는 바닥에서 자야 할 때,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거나혹은 자기전에 씻기 위해 꽤 긴 길을 걸어야 수도시설을 만날 수 있을 때, 그럴 때는 정말 아늑한 내 침대와 깨끗한 욕실이 있는 집이 눈물나게 그리워진다. 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일부러 불편함을 경험해야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런데 보통 이렇게 시작 전에 걱정하고 투덜투덜 대는 일들은 항상 즐거운 기억들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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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막상갔던 코네티컷의 캠핑장은바다가 잘 보이는 곳이었다.바다 가까운 숲에 차를 주차하고 바로 옆에 설치할 수 있는 널찍한 텐트를 빌릴 수 있었다. 한가롭게 바베큐를 구워먹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모어(마쉬멜로우 구운 것과 초콜릿)도 실컷 만들어주고,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면서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서 돌아오는 길에 '또 기회가 되면 가야겠다'하고 생각했던 것까지.그리고 벌써 (무심하게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결심과는 달리 또 캠핑을 갈 기회는 없었지만. 같이 갔던 친구는 그 후10년 동안 꽤 열심히 캠핑을 다녔다고소식을 전해왔고, 자연스럽게 최근 캠핑의 트렌드까지 알려주었다. 휴가철도 됐겠다, 이참에 잊고 있던 캠핑이나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코끼리가 무리지어서 대륙을 이동하는 것처럼, 인류도 계절에 따라, 환경에 따라,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빌딩숲에서 지친 일상을 잠시 탈출하기 위한 여가생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슬프게도자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에 가게 되면, 하나하나가 모두 노동이다.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영위할 수 있는 일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캠핑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캠핑카는 주거공간이면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형태를 두고 여러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크게 나누면 ‘모터 카라반’과 ‘캠핑 트레일러’로 구분지을 수 있다. 모터카라반은 말 그대로 동력부가 있는, 차체 자체를 이끌 수 있는 동력부와 주거부가 함께 있는 일체형이다. 그리고 동력은 없지만 견인장치로 끌어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을 캠핑 트레일러라고 한다. 모터 카라반은 운전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주거 공간 때문에 차량이 넓긴 하지만 대부분은 후방카메라가 장착되어있어, 주차하기도 수월하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좁은 차선과 주차환경에서는 쉽다고 할 수 없지만. 별도 특수면허가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은 승합차를 고쳐서 만들고 클래스에 따라서 대형버스, 밴, 소형승합차 크기로 나뉜다. 캠핑 트레일러는 캠핑카 전체에서 75% 정도의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형태이다. 유럽형과 미국형으로 나누어보자면, 미국형은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투박한데, 사막이나 산이라는 자연환경을 반영한 결과인 것 같다. 반면 유럽형은 소형차로도 견인이 가능하고 알루미늄 차체를 활용해서 가벼운 모델로 만들고 유럽특유의 감성적인 실내장식이 눈에 띈다.

국내 캠핑 인구는 약 600만명으로 업계에서 추산되고 있으며, 꾸준히 늘고 있다. 캠핑카 시장은 이에 따라 성장세를 맞고 있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캠핑카의 수치가 최근 10년새 27배로 늘었다고 한다. 이 중 75% 이상이 트레일러로 캠핑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모델에는 저가형이나 보급형 모델부터고급형 모델까지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국내 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캠핑 트레일러 브랜드의 모델 중 실내를 작게 만든 대신 텐트를 설치해서 확장성을 가진 폴딩트레일러의 경우, 800만원대에서 19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561428136668189299, 폴딩트레일러·미니카라반...다양한 캠핑트레일러의 장단점과 가격은?, 2019.06.25.)

트레일러 모델에서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국내 중소업체들과 함께 완성차업계에서도 모터 카라반 모델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오토캠핑에 적합한스타렉스 캠핑카(5,000여 만원)’를 출시했다. 모터 카라반으로서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실내 공간을 넓찍하게 디자인하고 편의시설도 갖췄다.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3&nkey=2018123101205000251&mode=sub_view,남자의 ‘버킷 리스트’ 캠핑카 산업 뜬다,2019.01.02.)

현행 자동차 관리법에는 캠핑카를 승합차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차를 캠핑카로 구조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이동식 업무차량으로 등록되어 있다), 법적으로 가스레인지나 전기레인지를 설치할 수 없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제한이 없는 트레일러를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정부는 ‘캠핑카 튜닝 규제 개혁’을 시작하면 앞으로 화물차도 캠핑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차종 제한이 완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2018년부터 추진해왔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뚜렷한 변화는 없다.

한국의 캠핑족은 캠핑카를직접 소유하기에는 비용이나 도로 상황이 적합하지 않는 환경덕분에 조금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캠핑 트레일러나 텐트를 빌려주는 캠핑존으로 가서 편리하게 캠핑만 즐기는 곳이 있는가하면,준비해가는 모든 것이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숙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놓은 글램핑이라는 상품도 있다. 전기장판과 함께 냉난방이 가능하고 숙식에 필요한 물건이 거의 다 갖추어져, 마치 호화판 '게르(*몽골민족의 이동형 주거공간)'를 보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호텔에서 넓은 호텔 부지에 모든 것이 준비된 텐트나 이글루를 빌려주는 상품도 있다.야생의 자연이 아닌, 잘 가꾸어진 정원같은 곳에서 깨끗한 텐트에 머무르며 호텔 바베큐를 먹는 것도 괜찮겠다,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 (내가 매우 좋아했던)핑클이 완전체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같지만 ‘캠핑클럽’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네명의 멤버가 전국을 여행하는 영상이 최근 티저로 공개된 걸 보고 캠핑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던 것도 있다. 여기서는 꽤 멋진 캠핑카(모터 카라반)을 타고, 산이나 바다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드라이브나 명상, 요가를 한다. 아마 ‘리얼한 캠핑’과는 조금 다른 예쁜 장면들을 많이 가지고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가족들과 캠핑을 가면 아마 그렇게 유쾌하기만한,혹은 우아한 여행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래도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 오래 추억할만한 경험들을 만들기위한 시도로 주말에 잠깐 유목민이 되어보는게 어떨까.

이 주 상 

현 (주)네이처모빌리티 대표이사

KAIST 산업경영학/테크노경영대학원(MBA)
GIST 공학박사
Columbia University Post Doc.
삼성 SDS 책임컨설턴트/삼성테크윈 전략사업팀
한화 테크윈 중동 SI사업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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