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가십거리,구경거리를 제공할 뿐
그저 가십거리,구경거리를 제공할 뿐
  • 송이든
    송이든
  • 승인 2019.06.28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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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 잔을 뽑기 위해 자판기 앞에 서 있는 내 팔을 낚아채 끌고 간다.

동전을 넣었다고, 커피를 뽑아야 한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난 이미 자판기랑 멀어지고 있다.

눈은 동전 먹인 자판기에, 몸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

<그 돈 300원보다 더 재밌는 거야. 놓치지 않으려면 빨리 가야 돼. 내가 나중에 뽑아줄게.>

재밌는 일이라, 지금 난 커피가 고프다고,

300원을 놓쳐 버리고 내가 끌려간 곳은 싸움의 현장이었다.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장은 아주 격한 말들이 오가는 험한 분위기였다.

<왜 저리 말로만 싸우고 있나, 나 같음 머리채를 확 잡고 ~>

싸우는 사람보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흥분의 도가니였다. 마치 경기장에 온 것처럼,

내기를 걸자고 하면 다들 모자에 돈을 던질 것 같은 표정들이다.

왜 저 사람들은 자처해서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 볼 사람들도 아니고,

모여든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그들의 언성은 더 높아져 간다.

관중들은 돈을 투자할 투자자고, 자신들은 그 투자의 대상이 되어, 마치 선수가 경기장 코트를 종횡무진하듯이 열변들을 토해낸다.

정말이지 누가 이기든 지든, 그들이 싸우든 말든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들의 싸움을 커피까지 포기하면서 볼 의사가 내게는 없다.

이런 거 아니라도 내 귀는 충분히 시끄러운 소리에 노출되어 있고, 내 눈은 보기 싫은 사람 보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불쌍하다.

그런데 황금 같은 점심시간에 밥 잘 먹고, 왜 저 삐삐삑 거리는 소음에 나를 놓아두어야 하는가? 이 사람아.

<재밌냐? 저 사람들은 열불나 곧 죽겠구만.>

<원래 쌈구경, 불구경이 젤 재미나는 법이여.>

<알았어. 담에 너 싸울 때 내가 방청객 총동원하여 함성발사까지 해줄게.>

많은 이들이 웅성웅성 모여 구경하거나 카메라로 촬영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그 말다툼에 끼어들지 않는다.

괜한 불통이 튀는 걸 극히 꺼려하면서도 바다 건너 불구경하듯 그들은 발길을 재촉하지 않고 관망하며 바라볼 뿐이다.

누가 이기든 지든 자신들과는 아무 관련없는 일이다

요즘 사람들은 남에 일에 관여하는 걸 피곤해한다. 자신의 삶을 돌보는 것만도 버거운데 누가 무얼 하든 내 알 바 아니고, 누가 자신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 또한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남의 삶을 들여다 보는 건 재미있어한다.

남의 삶에 댓글 달듯 아주 신나한다. 재미있어한다.

살면서 안 싸우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크게든 작게든 마찰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난 저런 식의 싸움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니 기피한다.

두 사람의 마찰이 온 동네 불구경하듯 구경거리가 되는 걸 너무 경멸한다.

간혹 즐기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안다.

두 사람의 싸움을 남이 보고 자기가 옳다는 걸 인정받고 싶어한다거나 상대방보다 내가 힘이나 말에서 월등하다는 걸 으시대고자 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안다. 구경하는 사람은 그저 재미있을 뿐이다.

누가 옳든 말든 그들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볼거리만을 제공해 준 원숭이가 될 뿐이다.

그래서 난 소리지르면서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 들면 일단은 멈추어 버린다.

나중에 따로 보자고 상황정리해 버린다.

본질은 흐려지고 목소리만 커지는 싸움은 결국 가십거리 밖에 안 된다.

특히 남을 의식하며 보여주기식 삶을 사는 사람하고는 더더욱 논쟁의 여지도, 마찰도 갖지 않는다.

날 조롱거리로 만들게 놔 두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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