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칼럼] 나는 퇴사중독자였다.
[FN칼럼] 나는 퇴사중독자였다.
  • 황상열 작가
    황상열 작가
  • 승인 2019.06.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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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3년째 다니고 있는 회사가 7번째 회사다. 사회생활 만 14년째를 하면서 참 회사를 옮겨 다녔다. 대개 사람들이 3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3~4회 정도라고 한다. 물론 젊은 세대가 취업하고 1년을 못 버티고 나오는 추세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7번 회사를 옮긴 나는 평균 이상이었다.

도시공학을 전공했던 나는 원래 몇 차례 언급했듯이 전공을 살리지 않고 취업준비를 했다. 공대생이 자기 전공을 살리지 못하면 갈 분야가 적어진다. 세일즈 분야가 제일 많았다. 그 중에서 대기업 기술영업 쪽으로 취업을 준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더 이상 부모님께 손벌리기 싫어 졸업 전에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전공을 살려 작은 설계회사에 입사했다.

첫 회사에서 좋은 사수와 동료들을 만나 즐겁게 일을 배웠다. 신입사원이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씩 내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입사 후 1년이 좀 지나면서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또 일이 워낙에 바빠서 매일 야근과 철야근무의 연속이었다. 이런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야근하고 상사, 동료들과의 술자리가 잦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다보면 취해서 집에 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월급이 5~6개월 정도 밀리고 나서 상사의 소개로 같이 두 번째 회사로 이직했다.

두 번째 회사는 비슷한 또래가 많아 여전히 즐겁게 일했다. 3년 정도 다니면서 민간 개발 업무에 대해 많이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규모가 작던 회사라서 큰 회사를 한번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또 그 시기에 만난 상사와 트러블로 인해 사표를 던졌다.

세 번째 회사는 토목엔지니어링 회사 중에 규모가 좀 있었다. 어딜 가나 처음에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입사 첫날부터 밤샜다. 그 당시 추진하던 혁신도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는데. 도면을 그리고 발주처 요청의 검토를 하다보면 일이 끝이 없었다. 하루에 18시간 정도를 일했던 것 같다. 9시에 출근하면 그날 자정을 넘어도 그 날의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는 것도 시간이 아까워서 인근 사우나에서 잔 적도 많다. 그렇게 5개월을 살다보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멍하게 지냈다. 잠을 4시간 밖에 못자니 늘 피곤했다.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일의 퀄리티도 떨어져 팀장님께 혼나는 일이 잦았다. 정말 견디기 힘들어서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졌다.

네 번째 회사는 4년 정도 다니면서 역시 민간 개발사업 및 도시계획 인허가 일을 직접 수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다가 미국 서브프라임 여파와 업무상 큰 실수를 하여 해고를 당했다. 해고 몇 달전부터 월급이 밀렸다.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섯 번째 회사는 계약직으로 6개월 근무하다 계약만료로 나오게 되었다. 여섯 번째 회사는 작은 시행사였다. 충청도에 타운하우스 등을 직접 개발했던 회사였다. 첫 회사부터 다섯 번째 회사까지가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분야였다. 11년을 근무하면서 일은 재미있지만, 박봉과 발주처와 공무원들의 갑질, 반복되는 야근과 철야근무가 너무 싫었다. 같은 업종이지만 하는 일을 좀 바꾸어 보고 싶어 시행사에 오게 되었다. 여기서 2년 정도 근무하면서 작은 개발사업 검토 및 관리 등을 조금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여전히 규모가 작다보니 사업이 진행되지 않다보니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3개월째 밀렸을 때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처음 사표를 내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지금 월급이 밀려 상황이 어려운데도 다른 회사가면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역시 어떤 일이든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임금체불 등으로 인해 어쩔 수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 상사에게 혼나거나 조금만 힘들면 나갈 궁리부터 했다. 그래도 무작정 사표를 던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미리 다른 회사에 합격하고 그만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퇴사중독자였다. 직장생활이 어딜 가나 힘들긴 마찬가지인데, 그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피하기만 했다. 그냥 힘들면 사표를 던지고 그만두었다. 나이가 젊을때야 이런 객기도 부릴 수 있는데, 참 어리석었다. 이제는 한 회사에서 10년 정도는 다니는 것이 목표다. 물론 그것도 내가 일을 잘했을 때가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만. 지금 회사에서50살이 넘을 때까지 다니고 싶다. 그 이후 해야할 다른 직업은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하려고 한다. 이젠 퇴사중독자가 아닌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는 재직중독자가 되고 싶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신 직장인 여러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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