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멘토, 음악선생님
나의 멘토, 음악선생님
  • sdjohn
    sdjohn
  • 승인 2019.06.2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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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인격을 조각하는 예술가

나의 멘토, 중3 때 담임이셨던 음악선생님.

연세가 지긋하셨던 음악선생님 덕에 나는 사춘기를 별 탈 없이 보낼 수 있었다.

경상북도 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7킬로미터를 걸어서 학교를 다녔던 시절,

선생님은 항상 단정한 옷으로 멋을 낸 신사셨다.

선생님은 항상 향기가 났다.

선생님의 말투는 산골에서 투박하게 자라난 나에게는 천상의 톤으로 들렸다.

음악선생님이신지라 음색에도 깊은 저음이 배어있었다.

선생님은 나를 항상 데리고 다니셨다.

밀양 아랑제 학생가곡대회에서 우수상을 입상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음악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더 잘 했는데, 음대를 지망하는 학생이 있어서 양보해 주었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그 학생의 장래를 위해서 네가 양보를 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거라"

지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만 해도 대외적인 행사는 꿈도 꾸지 못했던 산골 소년이 큰 대회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게 해 주신 선생님이 지금도 너무나 감사하다.

그리고 사실인지 아닌지 내가 최고라고 말씀해주시던 선생님의 너무나 깊고 선하신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이 좋아서 선생님을 따라다녔고, 심부름이란 심부름은 다 하다보니, 교무실에도 자주 들렀다.

이후 나는 군생활을 하면서 중대장님 식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중대장님이 나를 참 좋아하셨는데, 그 이유는 아마 담임선생님이 나를 정답게 대해주신 경험때문일 것이다. 나는 다른 부대원들과 달리 중대장님과 농담도 주고 받고 항상 웃으며 대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군사부일체라고 했던가?

선생님은 중대장님과 아버지를 정답게 대하며 대화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도록, 한창 사춘기인 시기에 나를 이끌어 주신 멘토이시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밀양군 소재지였다.

청도군 출신과 밀양군 출신 학생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담이 놓여있었다.

내가 살던 고향에는 운문댐에서 내려오는 강이 지나가며 밀양군과 접도구역을 표시한다.

그 강에 물놀이를 할 때마다 청도쪽 아이들과 밀양쪽 아이들은 다투었다.

누가 더 윗 물에서 놀 것인가를 결정하는 다툼이다.

돌을 던지고 욕설을 하며 싸웠고, 중학교로 전쟁터는 옮겨졌다.

음악수업 때마다 선생님은 학생들 모두에게 인격이 무엇인지를 말씀해 주셨다.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이었기에 수업시간만 되면 미안하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매년 3월 1일은 세계음악치료의 날로 지정되어 있다.

이 날은 항상 음악선생님 기억이 난다.

산골 동네에서 왕따를 당하던(그 시절엔 몰랐다. 40이 넘어서야 내가 어릴 때 왕따였구나를 깨달았다) 나는 항상 어르신들과 어울려 지냈다.

음악선생님이 나를 가까이 하신 것은 내가 따돌림 당하는 것을 아셨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내가 왕따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동네 친구들과 학교 친구들보다도 선생님과 동네 어르신들이 더 나와 대화해 주셨다.

'애늙은이'처럼 행동하며 살게 된 이유가 그렇게 된 것이었다.

나이 사십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사춘기를 겪었다.

지금은 아내가 잘 적응했지만, 아주 예의 바르고 어른스럽던 내가,

딸 셋을 낳은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철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십년을 아내가 얼마나 힘들어했을 지 상상도 못했다.

때에 맞게 사춘기도 겪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딸 셋에다, 늦둥이를 키우느라 정신 없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농담으로 '딸 셋 낳았으니 망정이지, 날개옷 꺼내 입고 벌써 하늘로 도망갔겠다' 하며 웃는다.

내가 사춘기 시절에 애늙은이처럼 살아가게 해 주셨던 음악선생님을 추억한다.

지금 내 나이쯤이셨을까?

이미 고인이 되셔서 하늘에다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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