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하지 않는 멘토 - 책과 경험
배신하지 않는 멘토 - 책과 경험
  • 송이든
    송이든
  • 승인 2019.06.20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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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멘토는 책과 경험이다.
내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데에는 물론 경험 만한 게 없다.
경험은 다양한 내공을 쌓을 수 있게 굉장한 계기를 만들어주고, 그 계기가 날 아주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살면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책을 통해, 강연을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치를 읽고, 듣는 것이다.
모든 작가나 강사들이 자신의 경험치를 통해 흡수한 자신들의 철학을 전파한다.
그들의 철학이 내 경험치로 만들어진 내공 위에 더해지면 내가 흡수하는 건 모두 나의 것이 된다.
나는 주위에서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첨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마음을 다 내놓고 속을 다 털어내던 사람과 어떤 계기로 관계가 다 틀어지고 나서,
그동안 그녀에게 다 털어 놓았던 것들이 너덜너덜하게 주위 사람들의 입에 걸려 있는 걸 봤다.
남의 말 좋아하는 사람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그 거지같은 입을 통해 철사위에 진흙을 덕지덕지 쳐발라 놓은 듯한 말들이 내게 입수 됐을 때 도저히 그 엿같은 기분을 표현해 낼 어휘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두꺼운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들이 너무 협소하게 느껴지는 순간들과 마주한 것이다.
믿음이 컸기에 더 뼈 아픈 배신이었다. 아마도 깊게 상처를 입은 것이리라.
이때부터였다. 지속적인 관계에 대해 아주 심도 있게 생각해 봤다.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 관계, 이 관계를 영원히 지속하기란 솔직히 버거운 감이 있다.
물론 서로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겠냐고 말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도 틀어지면 서로 웬수처럼 물어 뜯는데, 하물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남과의
관계에서 그 지속성에 자신을 내걸기가 어찌 조심스럽지 않겠는가?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좋으면서도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았고,
내 갈등을 꺼내 놓고 의견을 구하고자 하는 짓을 멈추었고, 내 흠을 도려내 펼쳐 보이는 짓도 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일상적인 내 모습 말고는 내 안의 모든 물음표를 세상에 내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폐쇄적인 사람은 아니다.
사람들과 각을 세우고,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것으로 물러나지는 않았다.
믿음이 깊으면 나를 발가벗겨 놓는 그 버릇을 지우려고 했던 것이다.
최소한 속옷은 입고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내 속옷 안의 내적 갈등과 고민들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해소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 방법이 내게는 책이었다.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심리학과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이 참 편하게 내게 의자를 내 주었다.
물론 소설이나 영화로도 느낌이나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방법론이나 실천론에서의 갈증을 요구했다.
예전에 카네기 처세술로 나름의 방법들을 찾아 갔다면 요즘은 인문학이나 심리학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책을 통해 사람들의 성향과 심리를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게 되고,
무엇인가를 고민하거나 결정을 못내릴 때, 읽은 책 내용들이 상당한 효력을 발휘해 주는 걸 느꼈다.
책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경험치를 활자로 담아놓은 무수한 나열과도 같고, 그 나열 속에서 내 것을 찾아낸다.
내가 주워 담을 것, 내가 따라하고 싶은 것, 활용해 보이고 싶은 것...무수한 욕구들을 채워주고 내면에 물감을 떨어트려 놓는다.
그래서 내가 현실감이 느껴지는 실존인물, 실화에 더욱 목매는 지도 모르겠다.
지식도 내 머리에 담기면 내 소유가 되고, 철학과 방법들이 실생활에서 효용치를 발휘하면 내 경험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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