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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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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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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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통해 생명의 신비를 배우다

올해 처음 농사라는 걸 시작했다. 농사라고까지 할 것도 없다. 자그마하게 텃밭 같은 걸 가꾸기 시작했다.

산에 있던 밭이 10년을 넘게 방치했던 터라 완전히 산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3월에 나무를 자르고 밭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걸 보면서 과연 이곳에 뭔가를 심고 수확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했으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포크레인을 불러 나무를 잘라내고 뽑아내고 가꾸기 시작.

역시 현대 기술은 대단하다. 사람이 톱질하고 일일이 작업하면 1년이 걸려도 하지 못했을 일을 포크레인을 동원하니 그래도 깔끔하니 정리가 되었다.

처음에 고랑을 만드는데 진짜 삽과 괭이로만 하였다. 한 고랑 만드는데 2틀 걸렸다. 돌이 워낙 많고 뽑아내면서 잘라진 나무가지들이 워낙 많이 박혀 있어 삽질과 호미질, 괭이질로 모든 시간을 보냈다. 도저히 이건 안되겠다 싶어 미니 관리기를 사서 작업을 했다.

그래서 그나마 저렇게 고랑을 만들고 고구마를 심고 상추 같은 것을 심었다. 야생 동물이 들어오기에 고라니망도 일일이 혼자 다 쳤다. 3월부터 작업해서 지금까지....

매 주말마다 가서 사람의 힘으로 했다. 죽는 줄...

봄이 오고 따뜻해지니 그래도 이제 약간은 밭다운 모습이 되었다. 고구마도 잘 자라고, 옥수수도 크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도심에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많은 것을 배운다. 날씨가 추울 때 심어놓은 것들이 추위를 이겨내고 따뜻한 햇볕을 받기 시작하자 움추리고 있던 몸을 기지개 펴듯 나오는 듯하다.

아직은 완전 쌩초보이지만 몇 개월 동안 주말마다 가서 일한 보람이 있다.

누구는 말한다. "뭐하고 그 고생하냐고. 차라리 사먹는 게 싸다고."

맞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내가 직접 밭을 일구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수작업으로 모든 것을 해봤다. 내가 심은 씨앗, 모종이 움추리고 있다가 커가는 모습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도 몰랐으니까.

주말마다 가서 힘들게 왜 일하냐고 또 묻는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이건 일이 아니라, 나에겐 힐링이다."라고.

맞다. 나에겐 힐링이다. 산속에서 평소 듣지 못하던 알 수 없는 새 소리를 듣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를 들으며 땀에 몸이 흠뻑 젖도록 노동을 하는 것, 그것이 나에겐 힐링이다.

생명을 심고, 가꾸고 사랑을 주고 그 사랑을 받은 작은 생명체가 커간다는 것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자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올해는 처음이라 아직 잘 모르고 미숙한 점도 많다. 물론 땅도 돌과 나무가 워낙 많아 치우는데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몇 년 아니 10년을 하면 이 땅도 나에게 새로운 자리를 또 만들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누군가에겐 일이고 힘든 노동이지만 나에겐 힐링이 밭을 가꾸는 것이다.

작물이 달리든 달리지 않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매일 먹는 음식들이 어떻게 자라고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은 정말 놀랍도록 신기하고 신비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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