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얼룩소야?
엄마가 얼룩소야?
  • 송이든
    송이든
  • 승인 2019.06.17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년 전만해도 아이들과 옷을 같이 입을 정도여서 바지나 티셔츠,블라우스,가디건 등 따로 분리해 놓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점점 옷 취향들이 확고해지기 시작했고, 젊은 애들만 소화하는 옷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두 아이의 옷 스타일도 정반대 성향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다보니 같이 입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아졌고, 난 나대로 옷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집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사 들이는 옷이 적지않다.
옷장이 모자라서 작은 방에 큰 행거를 설치해 옷만을 걸어 놓는데도 옷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게 많았다.거기다 핸드백, 백팩들마저 다양한 모양, 다양한 색채를 지닌 채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모자까지 ᆢ 점점 넘쳐 흐른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옷장정리 좀 하라고 하고는 외출했다.
제발 옷장 정리 좀 하라고, 버릴 건 좀 버리라고 폭풍 잔소리를 하고 나갔다 들어온 것이다.
거실 구석에 버릴 옷이 한 가득 쌓여 있었다.
작은 애가 옷도 안 갈아입은 날 안방으로 끌고 들어가 옷장 문을 연다.
깔끔하게 정리 했다고 보여주려는 것인 줄 알았다.
"엄마 옷만 따로 정리했어! 뭐 느껴지는 거 없어?"
"정리 잘 했네"
"아니, 그거 말고~ 쭉 ~보라고?"
"뭘 보라는거야. 말을 해봐"
딸아이는 손등으로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쭉 훑으며 "흰색, 검은 색, 흰 색, 검은 색~"
" 그러네~"
"아니, 장례식만 다녀? 이 정도면 얼룩소야!"
티는 전부 흰색 아니면 검은 색이었고, 정장은 다 검은 색이고, 하물며 가디건까지 검은 색 투성이고, 청바지 색깔마저 청색보다 검은 색이 많았다.
몰랐다. 이 정도일지.
내가 검은 색을 좋아하나?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그럼 이걸 뭘로 설명하지?
어릴 때 엄마는 때가 많이 탄다고 항상 어두운 색만 입혔다. 그게 징글징글하게 싫었던 나다.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내가 사들인 옷들은 전부 밝은 색이었다.
어린 시절 어두운 옷에 대한 반박 심리였을까, 유독 노란색에 꽂혀 있었다.
노란색도 농도에 따라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구입했었다.
하물면 정장마저 노란 색들이 많았다. 그래 그땐 약간 꿀벌과 같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이렇게 검은 옷만 사들인 게.
나이를 먹어감에 편의성에 치중하는 것일까?
평상시에는 하얀 티에 청바지가 가장 편했고, 정장은 검은 색이 가장 무난하고 격식 차리기에 좋다고 여겼다.
또 한 편으로는 정말 인정하기 싫고 닮아가기 싫은데, 엄마의 그 말처럼 때가 덜 타서일지도 모르겠다.
흰 바지를 입고 가는 날은 이리저리 신경쓰이는 것이 많다.
어딜 덥석 주저 앉기도 그렇고, 뭐라도 튈까봐 먹을 때도 무지 신경 쓰인다.
그런 불편한 것들이 내 마음 속에 스며들어 내가 검은 옷을 이렇게나 사들인 것 같다.
아~얼룩소가 맞네. 옷장에 걸린 내 옷만으로 한 마리의 얼룩소가 그려졌다.
흰 남방,흰 티셔츠, 검은 바지, 청바지, 검은 정장들!
세상에 밝은 색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다고 내가 검은 색 꽃까지 좋아하지 않을테니 염려마라 하고 딸에게 반웃음을 지었지만 솔직히 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나도 모르는 변화가 시작된 것인가? 밝은 색을 갖추어야 할 것 같다.

후원하기

Fn투데이는 여러분의 후원금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파이낸스투데이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사임당로 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0570 법인명 : (주)메이벅스 사업자등록번호 : 214-88-86677
  • 등록일 : 2008-05-01
  • 발행일 : 2008-05-01
  • 발행(편집)인 : 인세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인수
  • 본사긴급 연락처 : 02-583-8333 / 010-3797-3464
  • 법률고문: 유병두 변호사 (前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서울중앙지검 ,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 파이낸스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1@fntoday.co.kr
ND소프트 인신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