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를 함께 묶은 파트너와 록클라이밍을 하다가 사고가 날 경우 왜 로프(자일)을 자르지 않았어요'라는 질문을 듣는다면, 우리는 곧바로 두 권의 산악서적을 떠올리게 된다.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 -->여기를, 박정헌의 끈은 -> 여기를
여기서는 익숙한 이 두권 책들 말고 1947년 일본 영화 '은령(銀嶺)의 끝'을 보고자 한다.
'은령의 끝'(銀嶺の果て)'
제목도 제목이고, 영화 포스터에 암벽 등반하는 장면이 있어 눈길을 끈다. 위키를 검색해보았더니,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위키 번역은 여기를)
3인조 은행강도는 겨울의 일본 북알프스로 도주한다. 눈사태에 휘말리며 한명은 죽고 나머지 2명은 겨우 산장으로 대피한다. 산장에는 늙은 산장지기와 그의 손녀. 그리고 등산가 혼다(本田) 3명만 있다.
폭설때문인지 일주일 이상 산장 밖으로 움직일 수 없다고 하는 상황에, 강도들은 술을 마시고 하룻밤 청한다.
착한 강도 노지리는 그들의 인정과 등산, 스키에 마음이 슬슬 움직이는데,
나쁜 강도는 등산가 혼다를 협박하여, 로프를 묶고 설계를 올라 정상 너머로 탈출을 시도한다.
겨울 등반은 힘들었고,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나쁜 놈이 추락을 하였고, 착한 놈도 뒤따라 미끌어지자 혼다는 온힘을 기울여 추락을 멈춘다
두사람은 겨우겨우 클라이밍을 해서 혼다가 있는데까지 올라왔는데, 혼다는 팔이 부러져 있는 상태다.
나쁜놈은 혼다를 두고가자 하자, 착한놈은 반대하며 싸움이 시작되고, 눈이 무너지며 나쁜놈은 죽는다.
필사의 노력으로 혼다를 데리고 하산을 시작한 착한놈이 혼다에게 묻는다.
- 왜 자일을 자르지 았았죠? (ザイルをどうして切らなかったのか)
혼다는 이렇게 대답한다.
'자일이 잘리지 않았을 뿐이고, 자르지 않는 건 산에서의 규칙입니다. (ザイルが切れなかっただけで、山の掟ですよ)
산장에는 경찰관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고, 착한 놈은 혼다에게 사과를 하면서 '다시 산에서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수갑을 찬 손으로 열차의 차창을 닦으며 '다시한번 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자일이 잘리지 않았을 뿐이고, 자르지 않는 건 산에서의 규칙입니다'
잘 알다시피, 좋은 영화의 명대사는 그냥 영화속 대사로 머물지 않는다.
1947년이면 패전으로 인해 일본은 빈곤과 혼란으로 가족간에도 각자도생이던 시절이었다. 이 대사는 당시 일본인들에게 부끄러움을 동반한 묘한 반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등산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록클라이밍에서 '뭣이 중헌지' 선배의 수천 수만마디 말보다, 이 영화의 대사가 더 임팩트 있을 것이다.
1947년 상업영화에서 이런 명대사가 가능하다니, 감독 타니구치 센기치(谷口千吉)이 궁금해졌다. 그는 1912년생으로 '예술은 구로자와, 상업은 타니구치'라는 말이 있었다고 하는데, 과연 와세다 대학 때부터 등산에 빠져들었고,일본산악회 회원이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명대사가 있는 품격있는 산악영화가 많아지면 좋겠다.
이상 1947년 일본에서 만든 '은령의 끝'이라는 영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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