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뒤집어서 쓰면 용기처럼 보입니다
두려움을 뒤집어서 쓰면 용기처럼 보입니다
  • 박다빈
  • 승인 2019.06.18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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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성장

1.

두려움을 뒤집어서 쓰면 용기처럼 보입니다. 모든 일에 거침이 없는 듯하고 그 어떤 것도 겁내지 않는 듯 굴었던 사람들이 실은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허세를 부렸던 거라는 사실을 나는 굳이 배울 필요가 없었습니다. 내가 너무나도 오래도록 그 허세를 부리며 살아 왔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 겉과 안을 다르게 하는 마음의 행태를 나는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 행태는 내 이름처럼 친숙했으니까요.

내 안에 넘실거리고 있는 두려움을 들키느니, 차라리 거짓말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여 나는 모든 게 문제없다는 투로 말하거나, 모든 것을 당장 해결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쑥스러워서 모든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을 때는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천연덕스러운 척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런 게 똑똑한 처세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두려움을 늘 숨겨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가. 두려움이 드러나면 어떻게 된다고 예상하길래. 깨끗이 버린 줄 알았던 생각 습관이 다시 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약점은 흉이다. 사람들은 사람들의 약점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의 뿌리에는 인정 욕구가 있습니다. '내가 약점을 완벽하게 없애거나 완벽하게 감추었을 때에만 인정받을 수 있다.'라는 전제 조건과 함께요. 사람이 약점 하나 안 갖고 있거나, 약점 하나 내비치지 않아야 누군가에게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닌데. 사실 사람이 상대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상대의 능력과 별로 상관없는 일일 때가 허다한데. 나는 나 혼자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면서 항상 스스로를 과도하게 방어했습니다. 물론 이 세상의 어느 공간들에서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유효합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세상 대부분은 그런 법칙과 관련이 없는데. 어딘가에서 잘못 배운 인식 하나 때문에, 나는 내 감정의 어두운 부분들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법을 뒤늦게 배웠습니다.

2.

허세에 가려진 두려움을 얼핏얼핏 꿰뚫어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내 허세를 벗기고 내 두려움을 만나기 시작한 무렵입니다. 내 안의 두려움을 굳이 감추지 않아도, 세상이 나를 내치거나 사람들이 나를 밀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면 알수록 놀랍고 기뻤습니다. 사실인 줄 알았던 고정관념이 고정관념의 자리로 영원히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허세를 그냥 놔두지 못했습니다. 감정적으로 진실해지는 것이 좋다는 내 생각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면을 벗으라고. 정직해지라고. 내 무례함 때문에 많은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개중의 대다수가 부서졌습니다. 그 모든 붕괴 끝에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에게는 타인의 진실과 정직에 대한 그 어떤 권리도 없다는 것을.

나는 두려움을 숨기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배웠으나, 두려움을 숨기는 일 또한 괜찮다는 사실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나의 최선은 나만의 최선일 뿐이라는 사실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나의 최선과 타인의 최선이 다르다고 해서 최선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갈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터질 것 같은 두려움을 감추어야만 그나마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내가 모를 리 없는데요.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사람이었는데요.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그래서 변화는 변화이고 성장은 성장인가 봅니다. 두려움을 감추기만 하던 내가 두려움을 드러내 놓고 살아가기 시작할 때, 나는 스스로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그 변화는 변화일 뿐, 성장은 아니었습니다. 두려움을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고 나서야, 나는 성장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살았습니다. 나는 얼마나 변했고 또 얼마나 성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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